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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바소 셰어하우스입니다
하타노 도모미 지음, 임희선 옮김 / &(앤드) / 2023년 7월
평점 :
만 40세 이상의 독신 여성만 들어올 수 있는
셰어하우스가 있다.
아파트 사이에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오래된 주택을 개조한 이 곳 와카바소 셰어하우스는,
2층으로 되어있고 공동 욕실과 주방, 거실을 사용하며
각자 사용하는 방의 문도 잠기지 않는
개별 룸으로 이루어진 조금은 특이한 곳이다.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로,
당장 지금이 아니더라도 '먹고사는 문제'가 걱정인
주인공 미치루는 우연한 소개로
이 와카바소 셰어하우스에 입주하게 된다.
직업도 나이도 성격도 각기 다른 와카바소의 사람들은
서로의 생활에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씩 엮이며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소설의 주인공인 미치루의
앞으로 나아가지도 물러나지도 못하는 상황이
남 일 같지 않기에 그녀에게 조용히 '화이팅'을
외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당장의 결혼계획도 없고 그렇다고 부모님이 계신
본가에도 오빠내외와 조카들로 빈자리가 없는데
코로나로 인해 긴급사태가 선언되며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식당에서의 수입도
불안불안하기만 하다.
특정 나이와 성별에 한정된 문제는 아니었지만
코로나 상황 속에서 홀로 생활하며
외롭고 막막해하는 그 마음이 어찌나 안타깝던지
그 외로움은 코로나라는 전염병보다도
사람을 더욱 깊게 잠식해 나가는 것 같았다.
오랜시간 와카바소를 운영해온 70대의 도키코를 비롯해
커리어우먼 마유미, 약국 사무원 미사코,
미치루가 좋아했던 작가 치나미까지
같은 공간을 셰어하는 셰어하우스 메이트들은
각기 다른 느낌의 방만큼이나 서로 다른
나이와 직업, 성격을 가졌다.
나에게만 한정된 세상과 문제에서
환경이 바뀌고 시야가 넓어지면
다른 사람들이 보여지고, 비로소 나와도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내 문제가 아닌 타인의 문제에서
좀 더 생각이 쉬워질 때도 있고 말이다.
환경이 바뀌었고, 코로나 라는 특수성으로
일하는데 있어서도 변화를 맞이할 수 밖에 없던
미치루는 자신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도
좀 더 고민하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는데
제 2의 사춘기처럼 또 한번의 고민을 하는
미치루의 시간은 결코 의미없는 방황이 아닌
진지한 성장통 같아서 읽으며 나 자신에게도
'이것봐~ 마찬가지라고' 외치고 싶었다.
불안과 외로움 속에서 가만히 웅크리고
힘들어하기만 하는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마저도 솔직하게 털어놓는
주인공의 모습은 부럽기도 했을 정도 였다.
현재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면서
후회하지 않는 매일을 차곡차곡 쌓는 미치루의 내일은
그 덕분에 더 단단하고 분명해지지 않을까 싶다.
셰어하우스라는 생활을 공유하는 공간이
서로 얽히고 연결되는데서 안정감을 느끼는
우리나라의 정서와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그네들의 모습은 무엇보다도 진하게 보였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꼭 서로의 인생에
등장하고 투입된다는 의미만은 아닐 것이다.
낯설은 이들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것만으로도
진한 연대의 기운을 충분히 가진다고 생각한다.
호흡이 긴 소설이었지만
등장인물은 생각보다 심플했고,
각 인물이 가진 이야기도 담백하게 진행되서
무겁지만은 않았다.
이런 셰어하우스가 있다면,
나는 그곳에 들어가 살 수 있을까?
넌지시 고개를 갸웃거리며 생각을 해본다.
"이 글은 넥서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