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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토끼의 게임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윤수 옮김 / 시공사 / 2024년 6월
평점 :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이나 방임의 경우
특히나 가해자가 보호자이고, 피해자가 아동이 될 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기란 어렵다.
무엇보다도 보호받고 쉬어야 할 집이라는 공간이
폭력과 학대가 가해지는 공간으로 바뀌며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지고,
그렇다고 돌아가지 않을 수도 없는 악순환이 연속된다.
주변에서 알아차리고 도움의 손길을 주면 다행인데
아이의 양육자인 보호자가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훈육을 하다가..." 라든가
"집에서 놀이나 운동, 활동을 하다가 생긴 상처"
라고 둘러대고, 아이가 진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경우 이를 강제로 살펴볼 방법이 없기에
구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할 때까지,
아니 어쩌면 성인이 되고서도 폭력을 가하는
양육자에게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들도 있으니
결코 쉽게 접근할 만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술래잡기 놀이에서 비롯된 《늑대와 토끼의 게임》은
가정 내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폭행과 학대를 거듭해온 가장 시게오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고스모와 그런 고스모를 돕기로
결정한 친구 도모키의 이야기이다.
표지를 통해서도 소설 속에서 등장한
스토리라인을 미리 살펴볼 수 있었는데,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아빠 시게오는
자신의 힘과 권력을 이용해 아내를 비롯해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그런 아버지를 참치 못하고 집을 나간 엄마,
그 이후 아이들에게는 그나마 남아있던 한 꺼풀의
보호막이 사라지고 폭력과 학대, 방임 사이
친구들에게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그런 고스모에게도 유일하게 어울리는 친구가 있었으니,
딱히 고스모에 대한 우정이라기보다는
그에게 맞춰주는 편이 훨씬 쉬우니까,
또 언젠가 고스모네 집에 놀러 갔을 때 목격했던
시게오의 폭력성 앞에서 함께 두려움을 공감하고
그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된 도모키이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함께 어울리게 된 두 아이.
우연히 고스모의 집에 잠시 들렀다가
아빠인 시게오가 고스모의 동생인 가이아를
묻으려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시게오가 가이아를 죽였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들이 목격한 걸 알게 된 시게오가 두 아이를 쫓으며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는 비밀스러운 추격전이 시작된다.
시게오가 경찰이라는 직업적 특성이 있어서인지,
어디에 신고를 하거나 알려 도움을 요청하기엔
누구도 어린아이인 자신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 같고,
도모키의 집까지 알아내 찾아온 그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언젠가 안부를 전한 엄마가 보낸 엽서의
주소를 찾아 무작정 도쿄로 향하게 된다.
낯선 풍경의 설렘도 잠시,
모르는 길을 겨우 찾아 간 그곳에 고스모의 엄마는 없었고
엄마가 보낸 엽서는 시게오에게 돈을 받고
대필해 줬다는 사실을 알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는데
도쿄에서 문득 시야에 들어온 것 같은 시게오의 모습에
급하게 돌아온 도모키와 고스모.
"시게오를 죽이는 것" 외에는
더 이상의 해결책이 없다는 생각에
나름의 작전을 세우고 돌아간 고스모의 집에서
허무하게도 시게오에게 잡혀버린 두 아이.
그리고 밝혀지게 되는 가이아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반전의 결말까지 숨 쉴 틈 없이 진행되는 소설은
비로소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겨우 한숨을 돌리게 된다.
소설을 쓴 아비코 다케마루는 《8의 살인》으로 데뷔하여
무거운 필체의 작품을 비롯해
폭넓은 작품관을 선보이고 있다.
《살육에 이르는 병》을 대표작으로
이번에 쓴 《늑대와 토끼의 게임》은 아이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다고 했는데,
묘사되는 절대 악인 시게오에 대한 묘사와
아이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진행은 그에 공감해서
아이의 눈으로 보고 느끼는 공포를 더욱 극대화해서
독자들에게 다가간 것 같다.
시게오와 도모키의 시점으로 번갈아 진행되는 이야기는
두 아이를 추격하는 과정을 더욱 긴박하게 보여주었고
마지막 반전까지 정말 허를 찌르는 진행이었다.
절대 악은 무엇인지, 함께 사건을 겪으며
비로소 진짜 친구로 거듭난 그들에겐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하며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생생한 폭행이나 범죄의 묘사, 극악무도하고
죄책감을 조금도 느끼지 않는 시게오의 모습이
많이 불편한 지점도 있었지만, 그런 모습이
시게오를 소설 속에서 절대 악으로 굳히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충격적인 결말의 잔혹 미스터리
《늑대와 토끼의 게임》이었다.
"이 글은 시공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