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2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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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실종된 남편의

사망선고가 확정되고 비로소

안심의 한숨을 쉬는 그녀,

겉으로 보기에는 남편을 잃은

가련한 부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남편은 실종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고

애인과 함께 유기까지 했다는 사실!


남편 앞으로 들어 둔 보험금을 수령하고

앞으로의 행복한 인생을 꿈꾸던 그녀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은 그녀를 사색으로 만든다.

바로 '실종된 남편을 찾았다는 것'

경찰의 동행 아래 시어머니와 함께

남편이 발견되었다는 청송 요양원에 도착하자

전혀 알지 못하는 얼굴의 남자가 있고

시어머니도, 경찰의 지문검사를 비롯해

모두가 그 남자가 내 남편이라고 한다.


남편의 죽음을 유일하게 아는 건

주인공인 효신과 애인뿐!

의심스럽고 낯선 남편이라고 하는

그 남자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잡지 에디터를 거쳐

광고 홍보 기획자로 일한 작가는

생일에 선물 받은 맥북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대리인》을 포함해 다섯 편의 웹 소설을 쓰고

출간 전 영상화가 확정된 이번 소설 외에도

다른 작품 하나 역시 영상화 진행이 확정되었다.


추리와 예측, 아슬아슬한 남녀의 관계를 담으며

예상을 벗어난 결말, 긴 호흡을 가진 작품임에도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죽은 남편이 돌아왔다》는

작품을 비로소 다 읽고 나니

왜 출간 전 영상화가 확정되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소설은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권은 남편의 사망선고 이후,

자유와 행복을 만끽할 줄 알았던 효신이

자신이 죽인, 실종 처리되었던 남편이

살아있다는 연락을 받고

낯선 그 남자와 불편한 동거를 하며

그의 정체를 파헤쳐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분명히 세상에 없을 수밖에 없는 남편을

시어머니도, 경찰의 신원 조회에서도

모두 이 낯선 남자가 남편이라고 하는데,

기억을 잃은 척 남편 행세를 하는

이 남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효신은 남편과 남편의 과거를 추적해 나간다.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누군가 자신처럼

남편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고,

자신이 얻고자 한 자료를 가로챈 흔적을 발견하는데

효신을 위해 남편이라 하는 낯선 남자가 발견된

청송 요양원에 위장 잠입한 애인 필주까지

그녀도 서서히 그 남자의 정체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전 남편과는 다르게 자신을 이해하고

또 너무나 알 수 없게 매력적인 이 남자에게

조금씩 빠지게 되면서 평범한 결혼생활에

대한 후회 또한 느끼게 된다.


2권은 남편 재우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2권의 시작부터 1권을 통해 쌓아온

이야기의 모든 것이 무너지며

시작부터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건설하는 기분이 든다.

1권을 통해 예상해온 모든 이야기의 구조가 무너지며

한참을 읽는 동안 작가의 트릭에 갇혀 있었음을

깨달으며 한 번 더 짜릿함을 느끼게 되는데


사실 남편 재우를 비롯해, 시어머니,

남편이 출장 갔다는 옆집 여자,

낯선 그 남자를 안내한 요양원의 직원까지

그들은 한 패로 함께 사기를 도모해 온

범죄자들이었던 것.

가족과 친구도 없이 외로웠던 효신은

그들에게 최적의 타깃이었고,

예상치 못한 효신의 살인으로 인해

사라진 남편을 대신해 원래 남편의 실제 서류상

인물인 '재우'가 기억을 잃은 듯 돌아와

죽은 종대의 복수를 하고 그녀 몫으로 들어 둔

사망보험금을 타기 위해 새로운 작전을 수행한다.


가족같이 아끼던 친구의 죽음을 알게 되고,

그녀에 대한 철저한 복수를 하려

계획적으로 접근한 재우.

하지만 그 역시 효신과 마주하며 흔들리기도 하며,

자신들만큼이나 진실에 다가가는 효신과 마주하며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게 된다.


돌아온 죽은 남편의 진실과 정체를 밝히려는 효신과

효신의 진실을 밝히려는 재우

둘 중 누가 먼저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그리고 미스터리한 보험조사관의 정체까지!

소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생각했던 모든 추리와 예측을 무너뜨리며

작가에게 두 손 두 발을 들게 되었던 그런 작품이었다.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은 아니었지만

소설 속 배경이 되는 나란히 배치된

땅콩주택의 비밀과 인물들의 아슬아슬한

침대에서의 서사까지 영상화를 위한

요소를 제대로 갖춘 그런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한국식 추리소설에 대해서는

사실 아직은 '얕은 부분이 많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간만에 예측을 제대로 빗나가며

작가에게 졌던 그런 작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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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남편이 돌아왔다 1
제인도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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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실종된 남편의

사망선고가 확정되고 비로소

안심의 한숨을 쉬는 그녀,

겉으로 보기에는 남편을 잃은

가련한 부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남편은 실종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죽이고

애인과 함께 유기까지 했다는 사실!


남편 앞으로 들어 둔 보험금을 수령하고

앞으로의 행복한 인생을 꿈꾸던 그녀에게

걸려온 전화 한 통은 그녀를 사색으로 만든다.

바로 '실종된 남편을 찾았다는 것'

경찰의 동행 아래 시어머니와 함께

남편이 발견되었다는 청송 요양원에 도착하자

전혀 알지 못하는 얼굴의 남자가 있고

시어머니도, 경찰의 지문검사를 비롯해

모두가 그 남자가 내 남편이라고 한다.


남편의 죽음을 유일하게 아는 건

주인공인 효신과 애인뿐!

의심스럽고 낯선 남편이라고 하는

그 남자와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된다.


잡지 에디터를 거쳐

광고 홍보 기획자로 일한 작가는

생일에 선물 받은 맥북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대리인》을 포함해 다섯 편의 웹 소설을 쓰고

출간 전 영상화가 확정된 이번 소설 외에도

다른 작품 하나 역시 영상화 진행이 확정되었다.


추리와 예측, 아슬아슬한 남녀의 관계를 담으며

예상을 벗어난 결말, 긴 호흡을 가진 작품임에도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죽은 남편이 돌아왔다》는

작품을 비로소 다 읽고 나니

왜 출간 전 영상화가 확정되었는지

예상할 수 있었다.


소설은 두 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권은 남편의 사망선고 이후,

자유와 행복을 만끽할 줄 알았던 효신이

자신이 죽인, 실종 처리되었던 남편이

살아있다는 연락을 받고

낯선 그 남자와 불편한 동거를 하며

그의 정체를 파헤쳐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분명히 세상에 없을 수밖에 없는 남편을

시어머니도, 경찰의 신원 조회에서도

모두 이 낯선 남자가 남편이라고 하는데,

기억을 잃은 척 남편 행세를 하는

이 남자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서

효신은 남편과 남편의 과거를 추적해 나간다.

추적해 가는 과정에서 누군가 자신처럼

남편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고,

자신이 얻고자 한 자료를 가로챈 흔적을 발견하는데

효신을 위해 남편이라 하는 낯선 남자가 발견된

청송 요양원에 위장 잠입한 애인 필주까지

그녀도 서서히 그 남자의 정체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전 남편과는 다르게 자신을 이해하고

또 너무나 알 수 없게 매력적인 이 남자에게

조금씩 빠지게 되면서 평범한 결혼생활에

대한 후회 또한 느끼게 된다.


2권은 남편 재우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2권의 시작부터 1권을 통해 쌓아온

이야기의 모든 것이 무너지며

시작부터 다시 새로운 이야기를 건설하는 기분이 든다.

1권을 통해 예상해온 모든 이야기의 구조가 무너지며

한참을 읽는 동안 작가의 트릭에 갇혀 있었음을

깨달으며 한 번 더 짜릿함을 느끼게 되는데


사실 남편 재우를 비롯해, 시어머니,

남편이 출장 갔다는 옆집 여자,

낯선 그 남자를 안내한 요양원의 직원까지

그들은 한 패로 함께 사기를 도모해 온

범죄자들이었던 것.

가족과 친구도 없이 외로웠던 효신은

그들에게 최적의 타깃이었고,

예상치 못한 효신의 살인으로 인해

사라진 남편을 대신해 원래 남편의 실제 서류상

인물인 '재우'가 기억을 잃은 듯 돌아와

죽은 종대의 복수를 하고 그녀 몫으로 들어 둔

사망보험금을 타기 위해 새로운 작전을 수행한다.


가족같이 아끼던 친구의 죽음을 알게 되고,

그녀에 대한 철저한 복수를 하려

계획적으로 접근한 재우.

하지만 그 역시 효신과 마주하며 흔들리기도 하며,

자신들만큼이나 진실에 다가가는 효신과 마주하며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게 된다.


돌아온 죽은 남편의 진실과 정체를 밝히려는 효신과

효신의 진실을 밝히려는 재우

둘 중 누가 먼저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까?

그리고 미스터리한 보험조사관의 정체까지!

소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생각했던 모든 추리와 예측을 무너뜨리며

작가에게 두 손 두 발을 들게 되었던 그런 작품이었다.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은 아니었지만

소설 속 배경이 되는 나란히 배치된

땅콩주택의 비밀과 인물들의 아슬아슬한

침대에서의 서사까지 영상화를 위한

요소를 제대로 갖춘 그런 작품이 아니었나 싶다.


한국식 추리소설에 대해서는

사실 아직은 '얕은 부분이 많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간만에 예측을 제대로 빗나가며

작가에게 졌던 그런 작품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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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토끼의 게임
아비코 다케마루 지음, 김윤수 옮김 / 시공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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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이나 방임의 경우

특히나 가해자가 보호자이고, 피해자가 아동이 될 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하기란 어렵다.


무엇보다도 보호받고 쉬어야 할 집이라는 공간이

폭력과 학대가 가해지는 공간으로 바뀌며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지고,

그렇다고 돌아가지 않을 수도 없는 악순환이 연속된다.


주변에서 알아차리고 도움의 손길을 주면 다행인데

아이의 양육자인 보호자가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훈육을 하다가..." 라든가

"집에서 놀이나 운동, 활동을 하다가 생긴 상처"

라고 둘러대고, 아이가 진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는 경우 이를 강제로 살펴볼 방법이 없기에

구제는 더욱 어려워진다.


성인이 되어 독립을 할 때까지,

아니 어쩌면 성인이 되고서도 폭력을 가하는

양육자에게서 온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사례들도 있으니

결코 쉽게 접근할 만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술래잡기 놀이에서 비롯된 《늑대와 토끼의 게임》은

가정 내에서 아내와 아이들을 대상으로

폭행과 학대를 거듭해온 가장 시게오로부터

탈출을 꿈꾸는 고스모와 그런 고스모를 돕기로

결정한 친구 도모키의 이야기이다.


표지를 통해서도 소설 속에서 등장한

스토리라인을 미리 살펴볼 수 있었는데,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아빠 시게오는

자신의 힘과 권력을 이용해 아내를 비롯해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그런 아버지를 참치 못하고 집을 나간 엄마,

그 이후 아이들에게는 그나마 남아있던 한 꺼풀의

보호막이 사라지고 폭력과 학대, 방임 사이

친구들에게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다.


그런 고스모에게도 유일하게 어울리는 친구가 있었으니,

딱히 고스모에 대한 우정이라기보다는

그에게 맞춰주는 편이 훨씬 쉬우니까,

또 언젠가 고스모네 집에 놀러 갔을 때 목격했던

시게오의 폭력성 앞에서 함께 두려움을 공감하고

그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된 도모키이다.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함께 어울리게 된 두 아이.

우연히 고스모의 집에 잠시 들렀다가

아빠인 시게오가 고스모의 동생인 가이아를

묻으려 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시게오가 가이아를 죽였다는 생각과 동시에

그들이 목격한 걸 알게 된 시게오가 두 아이를 쫓으며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는 비밀스러운 추격전이 시작된다.


시게오가 경찰이라는 직업적 특성이 있어서인지,

어디에 신고를 하거나 알려 도움을 요청하기엔

누구도 어린아이인 자신들의 말을 믿어주지 않을 것 같고,

도모키의 집까지 알아내 찾아온 그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언젠가 안부를 전한 엄마가 보낸 엽서의

주소를 찾아 무작정 도쿄로 향하게 된다.


낯선 풍경의 설렘도 잠시,

모르는 길을 겨우 찾아 간 그곳에 고스모의 엄마는 없었고

엄마가 보낸 엽서는 시게오에게 돈을 받고

대필해 줬다는 사실을 알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는데

도쿄에서 문득 시야에 들어온 것 같은 시게오의 모습에

급하게 돌아온 도모키와 고스모.

"시게오를 죽이는 것" 외에는

더 이상의 해결책이 없다는 생각에

나름의 작전을 세우고 돌아간 고스모의 집에서

허무하게도 시게오에게 잡혀버린 두 아이.

그리고 밝혀지게 되는 가이아의 죽음에 대한 진실과

반전의 결말까지 숨 쉴 틈 없이 진행되는 소설은

비로소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겨우 한숨을 돌리게 된다.


소설을 쓴 아비코 다케마루는 《8의 살인》으로 데뷔하여

무거운 필체의 작품을 비롯해

폭넓은 작품관을 선보이고 있다.

《살육에 이르는 병》을 대표작으로

이번에 쓴 《늑대와 토끼의 게임》은 아이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싶었다고 했는데,

묘사되는 절대 악인 시게오에 대한 묘사와

아이의 시점에서 펼쳐지는 진행은 그에 공감해서

아이의 눈으로 보고 느끼는 공포를 더욱 극대화해서

독자들에게 다가간 것 같다.


시게오와 도모키의 시점으로 번갈아 진행되는 이야기는

두 아이를 추격하는 과정을 더욱 긴박하게 보여주었고

마지막 반전까지 정말 허를 찌르는 진행이었다.


절대 악은 무엇인지, 함께 사건을 겪으며

비로소 진짜 친구로 거듭난 그들에겐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지 상상하며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


생생한 폭행이나 범죄의 묘사, 극악무도하고

죄책감을 조금도 느끼지 않는 시게오의 모습이

많이 불편한 지점도 있었지만, 그런 모습이

시게오를 소설 속에서 절대 악으로 굳히는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충격적인 결말의 잔혹 미스터리

《늑대와 토끼의 게임》이었다.


"이 글은 시공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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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는 천국에 있다
고조 노리오 지음, 박재영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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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근처의 성 같은 엄청난 저택.

무인도인가 싶게 주변에는

그 어떤 사람도 찾을 수 없고

집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누군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마지막 살해될 때의 기억만을 가진

여섯 사람뿐이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상,

오전 6시면 오토바이 소리와 함께

집 앞에 도착하는 신문은 7월 20일의 날짜로

시간만 한 시간씩 달라지는 매시 신문이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아무 일도 없기에

이 천국이라 불리지만 갇혀있는 공간을

벗어나고 싶은 6명의 사람들은

각자 추리를 통해 자신들이 살해당한 이유와

살인범을 찾고 이곳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살인자는 천국에 있다》는

천국 저택에서 발견된 6구의 시체와 관련된

사건의 진실을 따라, 죽음 이후

살인 현장과 똑같은 모습의 저택이 있는 천국에서

깨어난 6명의 피해자들이

사건에 대해 진실을 파헤쳐 가는

추리과정을 담고 있는

신감각 특수 설정 미스터리 소설이다.


제9회 신초미스터리대상 최종 후보작에 오르며

데뷔한 작가는 모두가 사망한 뒤 천국에서

펼쳐지는 추리극이라는 참신한 설정으로 극찬을 받으며

데뷔작으로는 이례적으로 발매 즉시 증쇄가 결정되었다.


전생에서의 기억이라곤

사고 당할 당시만 남아있고

그 외에 자신의 이름, 얼굴, 직업 등

그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천국에 도착한 이들은 각자 시차를 가지고

도착하게 된 천국이라는 공간에서

나름대로 별명을 짓고, 규칙을 확인해가며

이곳에서의 하루하루를 적응할 뿐 아니라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고자 한다.


메이드, 요리사 등의 복장을 한 이들은

자신의 직업적 특성을 드러내는 의상을 통해

자신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지만

주인공인 수염남은 차림새도 평범하고

꽃미남이라 불릴 법한 외모를 가졌지만

그 어떤 정보도 예측할 수 없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배달되는 시보일보에는

한 시간씩 달라지는 시간 차이로

기사 속에 묘사된 사건에 대한 정보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어 이것만으로는

추측할 수 있는 정보가 하나도 없다.


6명의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살인범은 누구인지, 왜 죽게 되었는지

그들은 매일 배달되는 매시일보의 기사와

조금씩 떠오르는 기억들을

퍼즐 맞추듯이 조립해가며 유추해갈 뿐이다.


메이드, 요리사, 아가씨, 파우치, 조폭, 수염남 등

각자의 모습과 특징을 바탕으로 별명을 짓고,

그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며 천국에서의 생활을

이어가는 그들은 천국 저택이라 불리는

이 집과 천국의 시스템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죽음의 순간을 떠올리면, 천국에서도

그때처럼 다시 똑같은 죽음을 겪게 되고

기합을 넣으면 다시 살아나게 된다는 걸 알게 된 그들은

각자의 죽음에 대한 기억과 진실에 대해 서로를

의심하기도 하고 실험을 해가며 조금씩 살인범에 대해

다가가기 시작한다.


과연 이들은 무슨 이유로 살해당했을까?

이들을 해친 범인은 누구일까?


사후에 도착하게 되는 천국은

쉴 수 있고 편안하면서도 고통이 없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 소설은 처음부터 천국이라는 공간에 대해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을 뒤집으며 시작한다.


매일 자연스럽게 비워지는 휴지통,

늘 같은 재료들이 채워지는 냉장고,

지저분해져도 의식하지 않으면

어느새 말끔해지는 옷 등

꽉 닫혀있는 천국은 그들에게 자유의 공간이 아닌

굴레 없는 감옥 같은 느낌으로 다가간다.


사건의 피해자들로 모여진 그들이지만

그들은 서로가 범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자신의 기억이 '인식된 기억'이지 진실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천국 안에서도 벌어지는 현상들에 대해

서로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추리를 해 나간다.


주인공인 수염남의 시선을 따라 함께 추리를 하고

기억의 조각을 맞추는 과정은

굉장히 흥미진진하면서도

지속적인 궁금함을 가져오게 했다.


왜 죽음에 이르게 됐는지 보다도

'누가 살인범인가?'에 포인트가 맞춰졌던 소설은

막바지에 이르면, 천국에서의 익숙해진 시간만큼

서로가 편해지고 가까워진 등장인물들이

더욱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진실을 꼭 알아야만 할까?'라는 생각에 이른다.

변하지 않고 무한하게 채워지는 이곳에서

적당히 지금처럼 서로 함께 어울리며

보낼 수 있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결국 그들은 모두 자신의 죽음,

그리고 모두의 죽음에 얽힌 커다란 물음표 앞에서

진실을 알기를 선택한다.


생각지 못했던 반전, 맞춰지는 퍼즐 속에서

하나 둘 떠오르는 죽음과 관련된 기억들,

그리고 소원을 이루고 마지막에 성불하기까지

그들의 시간을 쫓아가며

함께 한 시간이라는 의미를 지닌 '천국'에 대해서

새로운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6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살인사건에서

사건의 잔혹함보다도

'누가? 왜?'에 초점을 맞추며 추리해나가는 과정들,

그리고 천국 저택의 시스템을 통한 비밀이

하나 둘 밝혀지면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반전 추리소설로서

작가의 능력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씩 무너지며

새로운 가설을 세우고, 또다시 확인하는 과정,

마지막 사건의 진실이 가진 반전까지

멈출 수 없이 숨 가쁘게 달릴 수 있었던 소설이었다.


'살인사건'이라는 흉흉하고 무서울 수 있는 소재를

바닷가 저택의 모습을 한 저택에서

이토록 여유롭고 흥미롭게 풀어갈 수 있음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이 글은 하빌리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 입니다."


"···나는 누구지?"
기억이 사라졌다. 머릿속에는 살해당했다는 기억만이 남아 있을 뿐, 그외의 정보, 이를테면 이름이나 직업 같은 기억들이 전부 사라졌다.

"천국도 결국 사람이 만들어 낸 세계라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집단이 공유하는 인식이나 감각, 소원이 투영된게 바로 천국이라는 이야기를요."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대체 이 상황은 뭐야."
살인귀가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저택. 진상을 파헤쳐야 벗어날 수 있는 세계. 그건 백번 양보한다고 치자. 아니, 한 백만 번쯤 양보한다고 치자. 아무리 그래도 이런 대접은 이해할 수 없다. 어제도 음식을 차려 주고 목욕을 권하며 개인용 방을 준비해 줬다. 마치 고급 호텔에 머무는 기분이다. 그러나 메이드 또한 용의자 중 한 명이다.

이 세계는 변화를 거부하는 것 같다. 당장은 확인할 수 없고 확인하고 싶지도 않지만 아마 아무리 시간이 흐르더라도 나이가 드는 일조차 없을 것이다. 말하자면 영원한 감옥이다.
이곳에서 벗어나려면 범인을 찾아내는 방법밖에 없다.

조폭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계속 말했다.
"영문을 모르겠네. 대체 왜들 나서지 않는 거야? 범인이라고 해도 이런 장소에는 있고 싶지 않을 거 아냐. 이미 살인은 끝났어. 이 세계에는 경찰도 없다고. 자신이 범인이라고 밝혀도 잃을 게 전혀 없단 말이야. 오히려 밝히는 편이 뭔갈 얻어도 얻겠지."

"누가 습격했는지 기억나?"
"잠이 덜 깬 탄인지 기억이 흐릿해. 습격당한 것만 알겠어."
"그렇군··· 그래도 일단 무사해서 다행이네. 죽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안심이야."
파우치는 사근사근하게 웃어 보였다.
그의 웃는 얼굴을 보고 조폭이 무거운 어조로 대답했다.
"과연 그럴까···."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다음 말을 재촉하듯이 물었다.
"무슨 뜻이죠?"
"목을 베이는 건 당연히 죽을 만큼 아파. 이런 일을 반복해서 당해 봐. 즉사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야. 이미 고문이라고."

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다.
식당은 여전히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일대일일 때는 모두 평범하게 이야기하지만 여섯 명이 모이면 도중에 말이 끊겼다. 조폭이 언짢아 보이는 탓도 있지만 그보다 서로서로 견제하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건 범인을 경계하는 거라기보다 누가 먼저 시작할까, 그런 식으로 사정을 살피는 느낌에 가까웠다.

"이 세계에서 우리의 상태는 정신에 의존하고 있어요. 기합을 넣은 것만으로 되살아나니까 확실하죠. 기합으로 되살아난다면 그 반대도 같아요. 우리는 죽었을 때를 강하게 떠올리면 죽는 겁니다."

조폭 살해 사건이 해결된 후 파우치가 비디오카메라를 소망하자 창고에 그 바람대로 비디오카메라가 나타났다. 내가 겪은 알람 시계와 여벌 열쇠가 나타난 현상도 함께 고려하면 창고에는 마음 속으로 바라는 물건이 나타난다는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해변으로 돌아가자 모두가 나를 박수로 맞아 줬다. 요리사만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메이드의 부재에 대해 묻기에 나는 짧게 대답했다.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다면서 먼저 방으로 돌아갔어요."
그러자 활기찬 분위기가 살짝 누그러들었다.
파우치와 아가씨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천국에서도 컨디션이 나빠지는 경우가 있네."
"정신의 영향을 받기 쉬우니까 오히려 몸이 쉽게 안 좋아질 수 있어요."
맞는 말이다. 죽음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죽음에 이를 수 있는 세계. 그런 까닭으로 이 세계에서는 사고나 병보다 정신을 제어하는 일이 매우 중요했다.

"여기는 소원을 들어주는 세계야. 미련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천국이라고. 그건 감각적으로 확정 사항이라는 걸 이해하지? 그리고 우리는 진상을 밝히는 것만이 소원이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정말 그것뿐일까? 좀 더 큰 꿈을, 못 다 이룬 꿈을 이루고 싶다는 소원 그 자체도 이 세계에 포함된 게 아닐까?"

"아키오 씨, 번거롭게 빙 돌려서 말하는 건 이제 그만하시죠? 곧 성불할 거니까요."
"성불하기 때문에 더 그러는 거라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한 사람씩 찬찬히 바라봤다. 그 후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죽기 전에 이렇게 재미있는 걸 봐서 다행이야. 여러 가지 소원이 뒤얽히면 이렇게 되는구먼. 하루토, 듣고 있느냐? 네가 아무리 저항하고 몸부림쳐 봤자 축복우 찾아오지는 않을게다. 난 이제 떠나마. 최대한 괴로워하거라. 자, 아직 시간이 남은 모양인데 자네들과 장난칠 마음은 없으니 이만 잠을 자야겠네."

대화가 멈추지 않았다. 모두 적막을 두려워했다. 방심하면 사건에 대해 생각하고 만다. 지금까지는 진상만 밝히면 모든 일이 잘 수습될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 과정에서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봐야 할 가능성이 컸다. 누군가에게는 떳떳하지 못한 과거가 있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살해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가능성을 받아들이기에 여섯 명은 지나치게 친해졌다.

"맞아요, 그런 느낌이에요. 메이드 씨는 우리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잊고 싶다‘고 바란 거예요. 이곳은 소원을 들어주는 세계고, 우리는 기억을 잃는다는 소원을 이미 이뤘어요. 하지만 잊으면 잊는 대로 이번에는 진실을 알고 싶어하죠. 정말 제멋대로네요."

"···천국에 머무는 사람들에게는 소원이 있어요. 그 소원을 이뤘을 때 사람들은 천국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하늘의 계시이고 진리이며 법칙입니다. 그럼 소원이란 무엇일까요? 먼저 모두에게 공통된 소원이 있습니다. 바로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것입니다. 또 저마다의 개인적인 소원도 있지요. 이 저택의 주인인 구니사와 아키오는 이미 그 두 소원을 모두 이뤄서 무사히 성불했습니다. 그의 개인적인 소원은 무엇이었을까요?"

"나한테는 더 이상 미련이 없어. 만족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이제 곧 일주일이 지나려고 하는데 도무지 천국에서 벗어날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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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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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나 털어놓기 힘든 문제가 있을 때

가까운 사람 보다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오히려 툭 털어놓기가 편한 경우가 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커뮤니티에

그래서 이런 고민들이 올라오는지도 모르겠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민이나 문제에도

공감하고 함께 들여다봐주며 이런저런

의견들을 남겨주기도 하며, 그 의견이나 위로에서

더 큰 힘을 얻게 되기도 하고 말이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이 동명의 뮤지컬로

6월 1일부터 대학로 후암씨어터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뮤지컬, 연극 등 공연화나 영화, 드라마 등의

영상화되는 작품들이 종종 있는데,

워낙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작품인데다가

전 세계 13개국으로 판권이 수출된 작품을

공연으로 만나보기 전 원작 소설을 읽어보기로 했다.


연남동의 오래된 주택가를 배경으로

그 사이에 자리한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을

찾는 손님들이 빨래방에 놓인 연두색 다이어리에

각자의 고민을 남기고 위로를 주고받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밀리의 서재

신진작가 플랫폼인 밀리 로드에서

연재가 되었던 작품으로 연재 첫 주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독자들의 요청으로

전격 단행본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함을 글로 담아보겠다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자

혹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었는데

가족 간에 어긋한 관계, 빠듯한 살림살이,

꿈을 향한 도전에서 맞이한 실패,

연인과의 비뚤어진 관계, 갚고 싶은 복수의 마음까지

연남동과 빨래방의 손님들의 사연을 통해

서로를 서로가 위로하고 도와주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마음에 진 고민이라는

얼룩을 깨끗하게 지워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빨래방에 온 손님들이 빨래방에 놓인

'연두색 다이어리'를 통해 소통하는 과정은

잊고 있었던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속마음까지 툭 털어놓는 고민은 마치 대나무숲에서

지르는 허심탄회한 이야기처럼 후련함을 더해주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진돌이와 메아리의 역할도

톡톡 튀게 귀여움 요소이기도 했다.


내가 가진 고민 앞에서는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다.

홀로 살 수 없는 인생인데, 가진 고민을 타인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별로 없기에 어쩌면 쉽게 풀어갈 수 있는

고민들도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내 고민 앞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 힘든 사람도,

타인의 고민 앞에서는 이성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해 줄 수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빨래방을 방문한 손님들은 서로에게

그런 고민 해결의 열쇠가 되어주고 있었다.


다양한 연령과 성별, 각기 다른 직업과 고민을 가진

인물들이 빨래방을 매개로 엮이고 어울리게 되며,

서로의 고민 앞에 누구보다 큰 힘이 되어주는 과정은

퍽퍽한 현대 사회에서 따뜻하면서도 힐링이 되는

그런 시간이 되어주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다채로웠고,

흔한 상점 시리즈의 소설에서처럼

일부 인물들끼리만 엮이는 게 아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마지막 파트에서는

손에 진땀을 쥐게 하는 짜릿함도 있었다.


'사람'이 그립고 '사람'이 필요한 모두에게

따스한 위로가 되어주는 힐링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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