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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
김지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평점 :

고민이나 털어놓기 힘든 문제가 있을 때
가까운 사람 보다 전혀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오히려 툭 털어놓기가 편한 경우가 있다.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커뮤니티에
그래서 이런 고민들이 올라오는지도 모르겠다.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민이나 문제에도
공감하고 함께 들여다봐주며 이런저런
의견들을 남겨주기도 하며, 그 의견이나 위로에서
더 큰 힘을 얻게 되기도 하고 말이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이 동명의 뮤지컬로
6월 1일부터 대학로 후암씨어터에서 공연을 시작했다.
뮤지컬, 연극 등 공연화나 영화, 드라마 등의
영상화되는 작품들이 종종 있는데,
워낙 베스트셀러로 잘 알려진 작품인데다가
전 세계 13개국으로 판권이 수출된 작품을
공연으로 만나보기 전 원작 소설을 읽어보기로 했다.
연남동의 오래된 주택가를 배경으로
그 사이에 자리한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을
찾는 손님들이 빨래방에 놓인 연두색 다이어리에
각자의 고민을 남기고 위로를 주고받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남동 빙굴빙굴 빨래방》은 밀리의 서재
신진작가 플랫폼인 밀리 로드에서
연재가 되었던 작품으로 연재 첫 주 만에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며 독자들의 요청으로
전격 단행본으로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함을 글로 담아보겠다는
작가의 말처럼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이야기는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자
혹은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 수도 있었는데
가족 간에 어긋한 관계, 빠듯한 살림살이,
꿈을 향한 도전에서 맞이한 실패,
연인과의 비뚤어진 관계, 갚고 싶은 복수의 마음까지
연남동과 빨래방의 손님들의 사연을 통해
서로를 서로가 위로하고 도와주며
어우러져 살아가는, 마음에 진 고민이라는
얼룩을 깨끗하게 지워주는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빨래방에 온 손님들이 빨래방에 놓인
'연두색 다이어리'를 통해 소통하는 과정은
잊고 있었던 아날로그 감성에 대한 그리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고,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속마음까지 툭 털어놓는 고민은 마치 대나무숲에서
지르는 허심탄회한 이야기처럼 후련함을 더해주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진돌이와 메아리의 역할도
톡톡 튀게 귀여움 요소이기도 했다.
내가 가진 고민 앞에서는 시야가 좁아지기 마련이다.
홀로 살 수 없는 인생인데, 가진 고민을 타인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별로 없기에 어쩌면 쉽게 풀어갈 수 있는
고민들도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내 고민 앞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 힘든 사람도,
타인의 고민 앞에서는 이성적이면서도 현실적인
해결 방법을 제시해 줄 수가 있는 경우가 많은데
빨래방을 방문한 손님들은 서로에게
그런 고민 해결의 열쇠가 되어주고 있었다.
다양한 연령과 성별, 각기 다른 직업과 고민을 가진
인물들이 빨래방을 매개로 엮이고 어울리게 되며,
서로의 고민 앞에 누구보다 큰 힘이 되어주는 과정은
퍽퍽한 현대 사회에서 따뜻하면서도 힐링이 되는
그런 시간이 되어주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다채로웠고,
흔한 상점 시리즈의 소설에서처럼
일부 인물들끼리만 엮이는 게 아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는 마지막 파트에서는
손에 진땀을 쥐게 하는 짜릿함도 있었다.
'사람'이 그립고 '사람'이 필요한 모두에게
따스한 위로가 되어주는 힐링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