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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다크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평점 :
7시간동안, 그 밤에 그들은 잠들지 않는다...
밤11시 부터 다음날 7시 까지의 이야기다.
마리와 에리 자매의 이야기가 있다.언제나 아름다운 외모로 많은 이들의 관심속에서 살던 언니 에리의 그늘에서 주눅들어 살아간 마리는 19살이 되어도 여전히 언니 에리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듯하다.
왜 집에는 가지 않고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때우면서 밤을 지새우는 지...
그녀의 외로움이 그대로 묻어난다.괜히 시니컬해 보이지만 그녀는 따뜻한 사람이다.낯선여자 가오루가 다가와서 도와달라는 말에 러브호델인 '알파빌'로 가서 구타당한 창부인 어린 중국여성의 통역을 해주는등 도와주는 것을 보면은...
애리는 왜 그런 외모를 지니고 다른이들의 부러움과 관심을 한몸에 받으면서도 잠만 자는 것일까?
다카하시는 정말 그 러브호텔에 같이 갔던 것이 에리가 아니었나?
여러 궁금증을 가지게 하면서도 그들처럼 담담해진다.
처음 사라카와라는 남자를 처단할 것 같았는데 도시의 익명성은 또 우리가 개입할 수없는 그를 놓아준다.
그리고 그는 왜 그런 짓을 하는 것일까?
왜 집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혼자서 사무실을 지키고 있으면 그토록 죄책감마저 없이 힘없는 여자에게나 몹쓸 짓을 하는 것인지...
도시의 밤은 화려한 네온과 밤을 새는 많은 사람들로 환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밤은 도시의 밤일지라도 여전히 어둡다...
집에 가지 않고 지겹다고 생각하면서도 패밀리레스토랑에서도 책을 읽으면서 밤을 새우려 하지않는가...
그런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안다.
무언가 익숙해지면 그것을 아예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니 모두다 외롭고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다.
다만 아루렇지도 않은것처럼 살아가지만 말이다...
다카하시가 말했듯이 힘들고 몹시도 외롭던 어린시절로 여전히 일곱살에 머물러 있다고 느끼는 것처럼 어쩌면 나도 어느 한순간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외로움도 익숙해져서 외롭다고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도 모른체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방황하는 것은 아닌지...
에리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마리가 느끼는 그 열등감으로 스스로를 외롭게 해버리고
가오루도 운동을 하면서 살았던 시절을 지나 러브호텔의 지배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상처입고 외로운 사람으로 가득하다...
밤을 지새우는 많은 사람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무심히 지나치는 모든 이들에게는 사정이 있었다...
오토바이를 타고 중국여자를 배달하고 그녀를 구타한 사타가와를 찾으려하는 이가 사타가와를 지나친것 처럼 ...
중국으로 가는 마리에게 긴 편지를 보내겠다고 말하고 돌아오면 데이트를 하지는 다카하시와 마리가 긴밤을 지나 이제는 편히 누워 잠들 수 있는 그날들을 기대하면서...
25주년을 맞이하였다는 무라카미하루키의 소설을 오랫만에 읽으면서 그는 아직도 청춘의 한가운데 있는 듯이 느껴진다..
여전히 음악을 듣고 있는 듯이 많은 음악이 나온다.
소설제목과도 비슷한 재즈곡도 나오고 바흐의 음악도 흐른다.
그저 그들을 따라서 바라만 보고 지켜만 본다...
내가 예상했던 이야기가 아니였다.아무런 간섭이 허용되지않는다.그저 지나치는 사람들을 익명성으로 그저 보기만 하는 관음증을 가진 사람처럼 관찰만 해야 한다.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기도 핟을 안다.호텔이름이 "알파빌"이라는 것도 아주 잘 맞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작가가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나이는 들어도 생각은 늙지 말아야 한다는...
늙지 않은 작가의 글은 긴밤을 짧게 만들 만큼의 여운을 주고 있었다...
소설 <애프터 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