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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방귀 ㅣ 네버랜드 우리 옛이야기 30
이상교 지음, 나현정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4월
평점 :
아이들은 무조건 똥 이야기, 방귀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말똥말똥해지고 웃을 준비부터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이 조금 힘들어하거나 웃고 싶어할 때는 거침없이 이런 책을 권해보기도 한다.
이 책을 보고 있으니 자꾸만 ‘해소’라는 말이 맴돈다. 아마도 이 며느리가 해소하지 못한 것이 분명 ‘방귀’만이 아니었지 않나 나름 짐작도 해본다.
사실 예전에는 며느리가 시집을 가서 시댁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날이 거의 평생이다. 시부모는 말할 나위없고, 시동생, 시누이, 또는 친척들의 관계 속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고 싶은 말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고, 하고 싶은 행동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었음을 우리는 이미 들어서 알고 있다. 요즘에는 많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예전에는 정말 힘들었을 거라는 짐작만 할 뿐이다.
며느리가 시집 온 지 삼년이 지나도록 방귀 한 번 못 뀌었다면 그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아마도 며느리가 참아온 것이 유독 방귀뿐이었을까? 아마도 그렇게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한 억눌림의 표현이라고도 생각된다.
그것을 가족들은 삼년이 지나고 얼굴빛이 변한 며느리 얼굴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어디 밖에 나가서라도, 논에서라도, 밭에서라도 시원하게 한 번 날리고 올 일이지.
참 재미있다.
이 며느리 방귀는 정말 대단하다. 집 안 물건들도 날려버릴 만큼 세다. 또한 높은 곳에 있던 배도 툭 떼어놓을 수 있을 만큼 힘이 좋다. 그 좋은 능력(?) 제때에 쓸 수 있어 다행이다.
이 며느리는 방귀 때문에 집에서 쫓겨 가기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이 며느리가 그렇게 참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있을 듯하다.
그 방귀가 어디 처음부터 힘이 세었을까? 모아두고, 모아두고 했으니 힘이 세어졌을 것이다. 시집살이이기에 말하지 못하였던 그 동안의 자신의 감정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