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 편독이 조금 나아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이런 역사책에도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다. 전에는 정말 역사가 들어가는 이야기는 지극히 필요할 때 외에는 스스로 선택해서 읽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 전에는 하는 일 때문에 의무적으로 보던 책이 그게 어느 날 부턴가 역사책의 매력으로 빠져들었다. 다시 읽는 책들이 더 재미나다. 이 책도 그렇다. 김홍도라고하면 우리가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그 지식이 내가 가진 전부였다. 부끄럽다고 미리 말해둔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으면서 사실이든 이야기가 보태어지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의 예술에 대한 것과 그이 생애 정도는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충분한 것이었다. 이 책은 김홍도의 그림과 그 그림과 관련된 이야기를 좀 더 이야기화해서 만든 내용이라고 해 두면 좋을 듯하다. 결코 그의 그림이 실질적으로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삶과 그림에 대한 이야기, 또는 인간적인 모습 등을 살짝 엿볼 수 있다. 모두 다섯 편의 이야기가 있다. 김홍도가 떠돌이 무동 들뫼를 만나면서 풍속화를 그리게 되는 ‘김홍도, 무동을 그리다’와 는 김홍도가 다니던 서당에서의 이야기이다. 서당을 배경으로 맹 훈장과 아이들이 양반과 서민 그런 관계를 떠나 배움에 대해 알아가면서 서로를 좀 더 이해하는 과정이 있는 ‘천지개벽 서당에서’, 김홍도가 천재적인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가 가진 오만함은 결코 그림에 깊이를 더할 수 없음을 보여준 ‘도깨비놀음’과 ‘느티나무가 있는 풍경’에서는 연풍에 가게 된 김홍도가 그곳의 아이들에게서 또는 백성들의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는 이야기이다. ‘아버지와 함께 가는 길’에서는 아버지와 아들간의 따뜻한 사랑이 그린 그림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이 책에 나오는 김홍도는 그냥 평범하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혹 읽는 관점에 따라 그냥 평범하다고 할 수 있으나 그가 그린 작품 하나하나를 완성할 때마다 그가 그곳에 쏟는 애정으로 보아서는 특별하기도 한 것도 같다. 하지만 역사소설에서 가질 수 있는 매력 하나가 역사적인 것을 하나하나씩 알게 되면서 또는 그 역사 속에 또 하나의 재미인 또 다른 이야기가 더해지면서 오히려 그것들을 좀 더 관심 있게 보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