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수영장 수박 수영장
안녕달 글.그림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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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이 주는 또 하나의 재미는 상상을 마음대로 펼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그림책에서 보여주는 그림이나 이야기가 그것뿐이 아니다. 독자가 아니 읽는 사람에 따라 저마다 다른 내용을 상상할 수 있고, 그려볼 수 있다. 이러한 것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이 그림책을 그린, 쓴 작가의 역량이다.

그림책 작가의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책을 펼치면 커다란 수박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지금처럼 여름날, 이런 수박 한 통이면 여름의 더위를 조금 물리칠 듯한 분위기의 그림이다. 그런데 이 수박이 수영장으로 변한다. 맨 처음 한 사람이 수박에 올라가 씨 하나를 밖으로 툭 던져버린다. 그리고 그 자리에 마치 지정석인양 시원하게 눌러앉는다. 이 때도 수박을 깨무는 소리가 난다. 아삭. 사그락. 그리고 한 둘씩 이 수박 수영장으로 모여든다. 저마다 수박 수영장에서 재미있게 여름 하루를 보낸다. 참외가 튜브가 되기도 하고, 수박 속 이곳 저곳을 다니면 늘 먹기만 하던 수박의 촉감을 글로, 그림으로 느끼게 한다. 시원하다. 이 말조차도 멈출 정도로 이야기가 상상력을 더하게 한다.

정말 이렇게 놀 수 있을까를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누구누구라고 할 것없이 한데 어울려 맛난 수박 수영장에서 실컷 여름을 즐긴다. 누군가 얼음을 가져오고, 다른 놀이가 펼쳐져도 모두 재미있는 시간일 뿐이다. 누군가 몰고 온 먹구름에서 내린 비로 샤워를 상상한다. 하지만 이것도 놀이다. 수박껍데기가 미끄럼틀이 되고, 수박은 온전히 모두에게 여름날의 놀이터가 된다.

해가지면 저마다 제 집을 찾아가는 여름 저녁 무렵. 어디선가 날아온 은행잎, 단풍잎이 수박위에 놓여진다. 멀지 않은 가을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그림책이지만 더 많은 이야기, 보여주는 것 이상으로 더 많은 여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하는 그림과 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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