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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만 토끼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필리파 레더스 지음, 최지현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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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책의 번역자의 탁월한 단어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만약 ‘까만’이라는 제목대신 ‘검은’이라고 해 두었다면 어떠하였을까? 아마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조금은 없었을 듯하다. 이 책의 제목은 정말 ‘까만’이어야 한다. 왜냐하면 정말 이 토끼는 무서운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상상력을 극대화시켜주는 이야기이다. 자신을 계속 따라오는 또 다른 토끼 때문에 무섭다. 그것도 자신보다 훨씬 크고, 까만색이다. 그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잠깐 사라지기도 하는, 정말 알 수 없는 토끼였다. 용기 내어 소리도 쳐 보지만 그 까만 토끼는 자꾸만, 자꾸만 따라온다.
물론 이 그림책을 읽는 독자는 그림자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하지만 책 속의 토끼는 전혀 그것을 알아차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야기가 좀 더 실감난다.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것을 어떻게 이겨내어야 한다는 메시지는 아니다. 분명 토끼는 그 가까만 토끼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그렇게 하지 말라고, 도망치기도 하였다. 자신이 할 수 있을 만큼 용기를 내었다. 하지만 자신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 까만 토끼이다. 결국 이 까만 토끼는 자신을 지켜주는 친구와 같은 존재임을 인식하게 된다. 분명 자라면 알게 될 일이니까. 그 뒷이야기는 알아두지 않아도 된다. 그저 아이의 시선으로만 이야기를 읽으면 된다.
그림책은 이렇게 반전을 두고 읽으면 더 재미있다. 아이가 그림자 토끼와 손잡고 가는 장면은 꽤 든든한 친구를 얻은 듯한, 토끼의 당당함이 엿보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