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동시를 읽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마음을 순순하게 보고 싶기도 하겠지만 해맑게 웃고 싶을 때가 있기도 하다. 이 동시집에서도 그렇다. 읽다가 나도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나오는 곳이 더러 있다. 이 맛에 동시를 읽기도 한다. '배추‘라는 동시집을 읽으면 더욱 그러하다. 배추의 허리를 묶는 이유가 할머니는 속을 꽉 채우기 위해서이지만 할머니 곁에서 지켜보는 아이의 마음을 다르다. 그냥 슬쩍 묶어놓는다. 그 이유는 배추 속에 있는 벌레가 갑갑해 할까봐이다. 세상을 보는 것을 저마다 다르다. 아이는 아이의 시선대로 보고, 어른들은 어른들의 시선대로 본다. 틀린 것은 없다. 다만 아이들의 시선대로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오고 해맑아진다는 것이다. 배추벌레가 안에서 무엇을 하든 상관이 없다. 그저 그 속에서 답답하게 있을까봐 살짝 묶어두는 아이의 천진함만 보일 뿐이다. ‘ㅎㅎㅎㅎ’라는 동시 속에는 정말 아이만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감나무에 걸린 감나무의 모양이 꼭 이것과 닮았다는 것이다. 한글의 ‘ㅎ'과 감의 모양이 이렇게 생겼다.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다. 요즘 문자를 보낼 때로 웃음의 표시로 ‘ㅎㅎㅎㅎ’이라는 표현을 잘 쓰니 꼭 감나무가 웃는 것 같단다. 정말 기발한 관찰력과 상상력이다. 시를 쓴 사람은 분명 어른인데 왠지 아이가 이렇게 썼을 것만 같다는 느낌을 가지게 한다. 왜일까? 아마도 작가의 아주 특별한 재주가 아닐 지 짐작해 본다. 자꾸만 들춰보게 되는 동시집이다. [출판사 제공 도서 서평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