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순히 이 책의 소재를 ‘물건을 훔치는 것’에 두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이 글의 내용은 훔치는 대상을 찾는 것이 중요한 초점이 아니라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겪을 수 있는 갈등이 더 먼저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열세 살. 이 때 아이들은 정말 힘든 시간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돌이켜보면 우리 어릴 때도 그랬다. 초등 6학년이면 나름대로 생각을 많이 하는 때이고, 조금 있으면 자신이 익숙한 학교에서 다시 새로운 곳으로 진학해야 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인식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니다. 이 쯤 아이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미래를 조금씩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여진이네 반에서 민서의 돈이 없어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늘 그래왔듯 선생님은 똑같은 방법으로 일을 해결하려 하지만 도무지 범인은 나타나지 않는다. 궁금하기도 하지만 서로를 향한 갈등 때문에 드러내지 않지만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낸다. 차츰 서로를 향한 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이 어떤 힘든 문제를 품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보게 되기도 한다. 미묘한 감정의 줄타기를 보는 듯한 내용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네 아이는 서로의 마음을 진심으로 읽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누가 누구의 물건을 가져갔다든가, 돈을 가져갔다는 것에 중요성을 가지고 있지 않는듯 하였다. 오히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내 친구가 다른 친구를 좀 더 정확하게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저 친구는 저런 면이 있어라고 폭로하듯 이야기하지만 그 내면에는 너와 정말 친구가 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진하게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아이들은 정말 훔치고 싶은 것은 친구들의 마음, 그러니까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라는 것이다. 정말 네 아이를 보면 모두가 상처를 가지고 있고 마음이 허전한 아이들이다.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에 그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마지막에 완전한 결말로 만들지 않고 여경이로 하여금 약간의 여운을 주는 것은 아마도 더 좋은 결과를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만들어보자는 의도가 아닌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