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바닷속 집
가토 구니오 그림, 히라타 겐야 글, 김인호 옮김 / 바다어린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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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고 있으면 뭔지 모를 것이 밀려온다는 느낌이다. 그냥 애틋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고 뭐라고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처음 그림책 몇 장을 넘겼을 때는 그냥 아주 한가로운, 편안한 하루하루를 보내시는 할아버지의 집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림책의 한 장을 넘기면서, 할아버지의 집이 한 층, 한 층 더 올려지면서 생각나게 하는 것은 할아버지의 지독한 외로움과 그리움이었다.
할아버지는 점점 바닷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고 늘 그렇듯이 집을 또 한 층 짓는다. 눈에 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집은 그 예전보다 작아진다.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도 단단하지 않다. 젊었을 때도 좀 멋지게, 탄탄하게 지었을테지만 모든 것이 힘에 겹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기억이 또렷해지는 것이 기억, 그리고 그리움이다.
집을 짓다 떨어뜨린 연장을 가져오기 위해 할아버지가 바닷속에 직접 뛰어든다. 할아버지는 아무렇지 않게 그냥 연장을 주우러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늘 그렇듯이 해 왔던 일이니까. 어쩌면 그곳으로 내려가면 분명히 만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할아버지가 내려가는 그곳에는 할머니와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아니 할머니와의 시간뿐만 아니라 아이를 낳아 키우던 그 젊었던 시절의 기억까지 내려간다. 바닷물이 차오를 때마다 한 층 한 층 지었던 집을 다시 한 층 한 층 내려가면서 자신이 살아온 지난날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리워한다. 할머니와 살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그 집에서 할아버지는 결코 떠날 수 없다. 그 기억이 할아버지를 지탱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기 때문이다.
그림책이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글 한 줄 한 줄이 무덤덤한 듯하지만 오히려 그 글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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