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제목으로 봐선 그냥 그러려니 했다. 아이들의 마음을 알아보기 전에, 우리는 이미 어릴 때 이 성적표를 받는 날의 기분은 어떤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나와 버린 성적표의 결과를 보고 그때야 좀 더 잘할 걸 생각해본들 어쩔 수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이 성적표를 부모님에게 보여드려야 할 때 고민하였던 걸 떠올려보면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았었다. 그림책의 첫 부분을 읽으니 아니 이 아이가 왜 이러지?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이러나 정도로 생각하고 읽게 되었다. 그림책의 표지에 있는 토끼의 표정을 보면 무척 화가 나 있는 듯도 했기 때문이다. 제목과 연관시켜 볼 때 아마도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 그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일까라는 짐작뿐이었다. 토끼는 자신을 ‘악당 1호’라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의 묘미는 마지막에 다다라서야 알게 된다. 이 모든 일은 아이의 상상이다. 그저 자신이 받은 성적표가 엄마 아빠가 원하는 만큼이 아니라서 미안할 뿐이다. 그래서 피한 것이 할머니 댁이다. 그렇지만 피한다고 해서 마음이 그리 편하지 않은가보다. 그래서 이렇게 행동하지 않겠다고 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착한 아이다. 집에 빨리 가고 싶다는 말은 결코 없다. 단지 할머니가 해 주신 양배추가 싫다고 말할 뿐이다. 정말 귀여운 녀석이다. 어찌 이리 귀엽게 말을 하는데 야단을 칠 수 있겠는가? 아니 성적이 조금 못나왔다고 야단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이 아이는 성적이 조금 못 나왔을 뿐이지 더 잘하는 게 많은 것이다. 귀엽게 생각할 줄 알고, 말을 할 수 있는 아이니 말이다. 그런데 성적정표를 자세히 보면 이 아이는 정말 긍정적인 면이 더 많다. 잘못된 것을 먼저 보는 것보다 잘하는 것도 보아주는 것도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