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내 일기를 엿보게 될 사람에게 - 최영미 산문집
최영미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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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정말 자신만의 이야기이기에 비밀스럽다. 학창시절 매일매일 일기를 쓰고 그 일기를 아무도 몰래 숨겨두곤 했었다. 그만큼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기도 했다. 일기장은 오롯이 나만을 위한 공간이다. 절대적인 이 공간에서만은 사랑도 그렇고, 생각도, 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그 어떤 감정도 마음대로 풀어놓을 수 있다.
그런데 제목이 참 그렇다. 누군가 내 일기를 보게 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좀 그렇다. 그래도 이해가 되는 것은 ‘우연히’라는 말을 붙여놓았다. 이 제목을 보고서 어찌 이 책을 읽어보지 않을 수 있는지, 허락된 일기장이다.

최영미 시인은 이미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우리에게 알려진 시인이다. 이 ‘서른’이라는 말을 꼭 꼭 눌러 담게 해 주더니 이제는 ‘일기장’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남의 일기장을 보는 듯할까하는 짐작을 가게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책장을 넘기니 정말 일기장이다. 아니 삶의 이야기를 담은 여러 글들의 묶음이다.
시인은 몇 해 전부터 써오던 글들을 또 한 번 다듬어서 일기장으로 묶어두었다. 때로는 어디어디에 실린 글을, 때로는 원고청탁 받을 때의 느낌을, 아니면 소소한 자신의 일상을 담았다. 시인의 몇 해 동안 일상을 보는 듯하다.
신문이나 잡지 등에 실린 글들이라지만 정말 일기장에 쓴 글들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편하게 쓴 글이라 읽는 이도 부담스럽지가 않다.

글 속에는 나이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것도 있고, 때로는 온갖 그리움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인은 이렇게 그냥 평범한 듯 지내면서 그 속에서 또 자신만의 시들을 건져내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글 한 줄 한 줄을 나름대로 깊이 있게 읽어보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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