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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나에게 쉼표 - 정영 여행산문
정영 지음 / 달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표지는 새벽이다. 파란, 해가 뜨기 전의 그 오묘한 빛을 보는 것 같다. 그래서 새벽이라고 말하고 싶다.
여행 산문이라고 하기에 얼른 읽었다. 아니 이 책이 눈에 뜨이는 순간부터 꼭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꼭 여행을 떠나보리라 다짐하고 다짐하였는데 아직 출발도 못하고 있다. 봄이면 봄이 오는 곳을 맞이하러 가겠노라고, 여름이면 더위를 피하여 시원한 곳으로 가겠노라고, 가을이면 그 별별색을 다 볼 수 있는 곳으로 가겠노라고 늘 다짐하지만 시작도 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 산문이라고 하니 그저 그리운 맘 이 곳에서 풀어보리라 생각하였다.
세계 곳곳에 사는, 아니 그 골목골목에 사는 사람들의 일상이야기이며, 풍경이다.
이 책 속에는 이곳에 왜 유명한지 무엇이 좋은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그곳을 보는 시인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때로는 그 언어들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때로는 나에게 쉼표가 되는 것이 여행이라고 말해두고 싶은가보다. 처음 만난 여행지는 분명 우리 나라의 어느 곳이었다. 도시는 아니지만 오롯한 모습이 꽤 편안해 보이는 어느 시골집이다. 그 뒷장에서부터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어디쯤에 산다고부터-
작가는 정말 쉼표 같은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한 이야기, 풍경, 그리고 생각들을 들려준다. 그런데 작가는 그곳을 아름답게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거추장스럽다는 듯 수식어 등은 나열하지 않았다. 그저 보이는 그대로를 우리에게 던지듯 말하고 있다. 사진으로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그가 선택한 사진 속의 장소들은 오히려 작가의 마음 깊은 곳에서 울리는 그 무엇이리라 짐작한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참 생생하다. 그래서 그런지 그것들과 마주한 나는 가보지 않아도 그곳의 정서들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책을 덮은 후 이 책의 첫 페이지에 있는 것을 다시 읽게 된다. 마치 여행목록처럼 적어놓은 것인데 각 여행지의 글을 제목을 달아두었다. 작가는 참 많은 곳에서 다니면서 제대로 쉬어보고 있었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