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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되는 물 ㅣ 방방곡곡 구석구석 옛이야기 8
박영만 원작, 이미애 엮음, 이광익 그림, 권혁래 감수 / 사파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화면을 꽉 채운 듯한 그림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그림책이다. 그림 하나하나를 판화를 표현하여 다른 그림책에서는 잘 볼 수 없는 기법이기에 더욱 눈에 들어온다. 굵은 선이 오히려 생동감을 느껴지게 하는 느낌이다. 판화가 가질 수 있는 딱딱함을 웅장함으로, 판화만이 가질 수 있는 음양을 아주 입체적으로 잘 드러내어 보는 이로 하여금 책 속의 내용을 더욱 실감나게 해 주는데 특별한 역할을 하는 듯하다.
이 그림책은 모험적인 이야기이도 하지만 옛이야기가 다진 시공을 넘나드는 재미를 한꺼번에 느껴볼 수 있다. 옛이야기의 매력은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못한 일들을 마음대로 하며 그 이야기를 끌고 간다는 것이다.
이 글의 주인공인 젊은이는 아내를 찾기 위해 아주 험난한 길을 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위험에 처할 때마다 그를 도와주는 것은 아내가 아니라 아내의 하녀이다. 아내는 남편에 대한 믿음을 갖지 않고, 아니 이미 상실한 상태이고, 이를 지켜 본 하녀만이 그를 구하게 된다.
결국 이 주인이 괴물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지만 주인은 아내가 아닌 하녀를 택하게 된다.
이 글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아마도 ‘믿음’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사람은 어려운 상황에 있을 때 자신을 가장 많이 위로해주고 도와주는 대상에게 마음을 주게 마련이다. 또한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진정한 자신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을 알게 된다.
주인은 비록 하녀이지만 그때마다 지혜를 가지고 자신을 도와준 사람을 선택하게 되었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인듯 하지만 그림만큼이나 그 내용이 강렬하다.
아마도 작가는 이 그림책을 통해 아이들에게나 또는 어른들에게도 사람이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도리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것이 있음을 전달하려는 것이 아닌지 짐작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