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시집을 읽으면 참 세심한 눈을 가졌다고 느껴진다. 아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우리가 무심히 보는 것도 재미나게 글로 엮어낸다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여러 편의 동시 중에 특별나게 읽은 시는 맨 처음의 ‘도깨비 뿔을 단 감자’라는 시였다. 맨 처음이라서가 아니라 감자를 사 두면 늘 싹이 나서 버리기 일쑤였는데 이렇게 재미난 도시 한편으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 있기 때문이었다. 감자에 싹이 나면 버려야 한다는 것은 나만의 지론이기도 하다. 감자에 싹이 난 모습을 보면 이걸 어디에다 심어두면 싹이 나서 다시 감자가 될까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시인은 이 싹이 도깨비 뿔로 보였다. 역시 시인은 다른 눈을 가졌다. 다른 마음을 가졌다. 무심한 사물에도 이렇게 생명을 불어넣어준다. 특별한 재주다. -이렇게 구석에 처박아 놓을 테면 시골 할머니 댁에 다시 보내줘- 자신에 대한 무심함을 이렇게 표현하는 감자이다. 제대로 된 표현이다. 무심했기에 감자에 싹이 났을 것이고, 감자에 싹을 ‘푸른 뿔’이라고 표현을 하고 그 모습을 화가 난 모습으로 보였으니 ...... 동시를 읽다가 한참 웃었다. 이렇게 이 동시집의 대부분은 무심한 사물들에게 생명력을 주고 있다. 놀이터의 놀이기구부터 빨래집게, 자전거, 장승까지 이 시들을 읽다보면 모든 것은 정말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이 동시집을 읽으면 주변에 있는 모든 것들에 존재감도 느껴볼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