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초파일이면 나는 가족과 함께 절에 간다. 평소에는 잘 가지 않지만 그래도 그 날만은 꼭 가야 그래도 내가 그 종교를 믿고 있다는 것을 다시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절에 가면 정말 그 느낌이 좋다. 그 주변의 환경이 편안함을 더해주기도 한다. 내가 가는 절은 아주 작은 절이기에 이 그림책의 마지막 장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볼 수 없다. 아님 내가 아직 절 구석구석을 살펴보지 않아서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곳에서 느껴보는 편안함을 이 책에서도 조금은 느껴볼 수 있어 꽤 반갑다. 책이 일단 요란하지 않아서 좋았다. 우리 문화는 이렇듯 요란하지 않아도 그 속에서 느끼는 그 무엇인가가 분명히 있다. 이 책에서는 절에서 볼 수 있는 ‘목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그 내용을 전달해주고 있다. 목어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전달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 나쁜 일을 하면 반드시 벌을 받지만, 진심으로 반성하고 뉘우치면 용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늘 마음을 편안하고 너그럽게 가지는 것이 스스로를 위한 것임을 알려준다. 아니 스스로 느끼게 한다. 절에 가면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느껴지는 마음이 이것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절에 가면 마음이 내려앉고 편안해진다. 그렇게 욕심도 성냄도 잠깐이라도 내려놓게 되는 것이 이곳이다. 불교문화유산에 대해 차분하게 알려주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든다. 그 장점을 더욱 살려주는 것이 고무판화로 만들어진 그림이다. 고무판화로 그려진 그림이지만 그 표정은 다양하게 표현했다. 그림 한 장 한 장 보는 것만으로 그 이야기가 전해지는 듯하다. 책의 뒷장에 수록한 정보도 꽤 유익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