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주제를 다룬 그림책이다. 그 무게만큼이나 설명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하지만 이 그림책에는 아주 차분히, 그리고 좀 더 의미 있게 다루고 있다. 동물들의 생활을 통해 그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그런 것들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보여준다. 남을 위해 늘 도움을 주었던 ‘오소리’는 자신이 늙어서 이제 그 때가 온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는 조금씩 그 ‘이별’을 준비한다. 하지만 그것이 두렵지만은 않다. 그저 예전만큼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아서 몸을 두고 떠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이 그림책을 보면서 특별히 읽어둔 구절이기도 하다. 아니 몇 번을 읽었다. 이 한 문장을. 예전에는 마음대로 뛰어다니던 것도 이제는 할 수 없어 조금은 안타깝지만 그래도 흐뭇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을 만큼 넉넉한 마음을 가진 오소리다. 오소리는 그 날 저녁 아주 특별한 잠을 자면서 긴 터널을 지나간다. 이제는 남은자의 몫이다. 이별을 하였지만 모두는 오소리를 아름답게 기억한다. 그래서 이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 오소리가 무엇을 선물하고 떠났는지를 안다. 그림책을 보다보면 슬프다는 느낌이 들다가도 그래도 아름다운 이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그림책의 맨 마지막장을 보고 있으면 괜히 마음이 뭉클해진다. 이 어려운 주제를 어떻게 풀어가고 있을지 그림책 표지를 보며 궁금해 했지만 역시라는 생각을 하며 마지막장을 넘기게 된다. 더불어 살아가고, 위해서 살아가고, 베풀면서 살아가는 것이 정말 아름다운 삶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