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 이 말만으로도 정겹고 그리운 말이다. 지금은 모두 주방이라는 말을 으레 쓰고 있지만 사실 주택에 사는 나로서는 이 말을 더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왠지 입에 잘 달라붙는다. 표지그림을 보면 할머니가 손녀를 사랑스럽게 보고 있는 모습이 그저 정겹기만 하다. 부엌아궁이에 불을 쬐며 커다란 무쇠 솥을 달구고 있는 모습이 그지없이 편안하다. 저 솥 안에는 무엇이 익기를 기다리고 있을까? 아마도 할머니는 너무도 예쁜 손녀를 위해 가자와 옥수수를 맛나게 찌고 있을테지라며 나름대로 짐작해 본다. 그림 한 장 한 장을 놓칠 수 없을 만큼 마음에 든다. 이 책은 부엌을 지키는 조왕신, 가족사의 산 증인인 부엌 할머니가 봄이 할머니네 이야기를 아주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시집와서 모든 것이 서툰 새색시가 야무진 살림살이를 하게 되고 또 넉넉한 마음을 가진 할머니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겨져 있다. 그때의 시절을 읽어보기도 한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보여져 그 물건들이 어디에 어떻게 쓰여졌는지 나름대로 짐작하고 대답해 볼 수 있다. 이 그림책을 보다보면 우리의 할머니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내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보면 할머니도 그러셨다. 가끔 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는 부엌에 물을 떠놓기도 하셨다. 이 그림책을 보다보면 할머니 댁에 있던 부엌이 떠오른다. 커다란 무쇠 솥이며, 여름 내내 해 놓으신 나무 장작, 허름한 부엌이었지만 할머니는 늘 아궁이에 불을 때고 계셨다. 지나온 삶을 떠올리셨을까? 아님 결혼하여 모두 제 살림을 하고 있는 자식들을 생각하고 계셨을까? 이렇듯 이 그림책에는 옛날의 일들을 다시 떠올려 보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런데 그 힘만으로도 기분이 참 좋다. 그 힘이 어떤 것인지는 설명할 길이 없지만 왠지 따뜻해지기도 콧날이 시큰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기분이 좋은 것만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