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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독의 계절 ㅣ 고정순 그림책방 3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4년 10월
평점 :
그림책 작가 중 믿고 보는 작가들이 몇 있다. 이 책을 쓴 작가도 그 중 한 사람이다. 그래서 얼른 이 책을 보고 싶었다. 이번에는 어떤 주제로 그림책을 썼을지 기대를 했다.
‘역시!’하고 보게 된다.
이 그림책은 아이들보다는 성인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하면 더 가깝겠다. 한 아이의 성장기이지만 아이들을 이해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이 문장, 이야기를 끌고 가게 한다고 생각된다.
- 나는 뭐든지 잘하는 아이였다. 동물 흉내 내면서 방귀 뀌기. 한밤중에 멜로디언 연주하기,
벌레랑 숨바꼭질하기. 희한한 일을 척척 해내는 나도 못하는 게 있었다.
나는 … 글자를 읽지 못했다.-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다. 잘 하는 것도 있고, 못하는 것도 있고, 좋아하는 것도 있고, 싫어하는 것도 있다.
아이는 글자를 읽는데 불편함이 있다. 그것을 숨기고 아니 아무도 알아봐주지 못한 것이다. 아이가 그저 글자를 모르는 아이로만 봐준다.
그림책을 조금은 먹먹하게 읽다가 빵 터지면서 읽게 되는 부분이 있다. 웃으면서 애틋해지고, 안타깝다.
한글을 읽을 줄 모르는 고구마를 대신해 동생이 읽어 준 알림장의 ‘기타 등등’이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해, 학교에 장난감 기타를 메고 간 아이의 장면.
누가 상상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
고구마가 글자를 읽으려고 할 때면 방해하는 것들, 그러기에 시험때면 꾀병을 부려야했고, 친구따라 글자를 그려내는 일이 많다. 하지만 고구마는 씩씩하게 모든 힘든 시간을 이겨낸다. 당당하다. 엄마가 바자회에서 사 온 단짝 친구 옷을 뒤집어 입고 등교하는 아이-
유일하게 자신의 이런 비밀을 알아주는 언니와 친구 상숙이 있었기에 힘든 시간을 더 잘 이겨내지 않았을까?
이 책이 작가의 실제 경험담이라고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이렇게 당당하고도 멋지게 풀어낸다. 고구마가 고정순작가다. 역시 믿고 읽는 고정순작가의 책이다.
- 출판사 책제공, 개인적인 의견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