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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ㅣ 소설, 향
조경란 지음 / 작가정신 / 2024년 5월
평점 :
“나에게 새 가족이 생겼다.”
책의 첫 문장이다. 이 문장에서 느껴야 할 것은 참 많다.
무조건 따뜻함이겠지, 그랬다. 그런데 책을 읽어갈수록 여기서 가족의 모습을 너무 조용하다.아니 조용하다 못해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나?라고 생각할 정도다.
조경란 작가가 오래전 쓴 소설을 다시 연이어 나온 책. 작가는 연작소설집을 내놓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먼저 소설을 읽어두고 책읽기를 시작할걸이라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그만큼 이야기의 몰입도가 좋다.
스무 살인 주인공 이경에게 더 밝은 미래는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스무 살이 되기 전에 맞서야 하는 가족의 움직임은 개인의 움직임이 오히려 더, 더, 더 간절하게 다가오게 한다.
제목에서처럼 주인공 이경은 움직임으로부터 늘 움직임이 없다. 너무 조용한 집안이다.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나?
신이경이라는 이름조차 불러주지 않는 새 가족, 외가다. 어느 날 혼자 있을 수 없었던 이경은 외할아버지를 따라 공장 폐수로 썩어들어가는 샛강과 일 층에 여섯 가구가 세 들어 사는 목욕탕집에 오게 된다. 외할아버지, 삼촌, 이모랑 함께 사는 외갓집이지만 여전히 어둡고 우울한 삶이다. 이경은 하루.종일 하는 일을 똑같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조그만 화단을 다시 가꾸고, 가족들의 식사를 챙기고, 할아버지와 삼촌의 도시락을 싸는 일뿐이다. 가족이지만 서로의 마음에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 좁은 방에서 함께이면서도 온전히 혼자라는 사실을 이경을 힘들게 하지만 그 어느 말조차 나눌 대상이 없다. 앞방 남자에게 관심을 가져본다. 하지만 옆방 남자는 유일하게 마음을 나눠볼까했던 이모와 함께 집을 나가버린다. 그것도 아주 조용히.
이경은 엄마와 할아버지와 이별을 하고, 이모도 집을 나가버리고. 유일하게 삼촌을 의지할 수 밖에 없다. 늘 컴컴하고, 불편한 그곳. 집. 이경은 언제쯤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까조차 꿈꿀 수 없다. 그러던 날 삼촌에게 가족이 생겼다. 그 여자와 그리고 사촌을 이경에게 희망처럼, ‘애틋한 마음을 담은 가족으로 다가오게 한다. 새로운 움직임이다.
단숨에 읽어버렸다. 책 읽는 습관이 그러기도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몰입을 갖고 있다는 것이 더 선명하겠다. 가족연작소설이라는 점에 이끌린다. 작가의 앞선 책들을 읽어두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다.
-출판사 책제공, 개인적인 의견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