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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왔다 ㅣ 사계절 그림책
전미화 지음 / 사계절 / 2024년 1월
평점 :
제목만 읽어서는 이 책이 지닌 깊은 의미를, 아이의 소원을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그림책을 아주 천천히 읽다 보면 왜 이 제목이어야 했을지를 알게 된다.
역시 이 작가의 책을 단순한 곳에서 깊은 의미를 알아차리게 한다.
작은 집에 한 아이가 있는 그림으로 시작한다. 이 아이가 사는 집에는 해가 들지 않는다. 어둡고 그늘진 곳에 두 손 모아 기도하는 아이. 아이가 사는 곳에는 햇볕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는 해가 보고 싶다고 두 손 모아 달에게 기도한다.
기도하면 이뤄질까?
매일매일 무릎 꿇고 기도하는 아이의 소원은 해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우주를 건너 지구로 온 해, 아이가 사는 작은 집에 다다른다. 해는 아이를 위해 작은 선물을 준다.
해의 특별한 선물은 아이에게 너무나 소중한 것이다. 그토록 바라는 것이니까.
선물을 대하는 아이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아이는 이 선물을 곳곳에 나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그냥 책장을 덮을 수 없을 만큼 생각에 잠긴다.
해가 드는 집, 주변에 가린 건물 때문에 종일 어둡게 살아야 하는 곳, 창을 가린 건물 속에 있는 누군가의 집임을 짐작하게 한다.
해는 역시 햇볕도 지닌 따스한 그 무엇이다. 뭔가를 간절히 원하면 이뤄지나? 도무지 이뤄질 수 없는 이야기이지만 해는 기꺼이 아이의 소원을 들어준다. 누군가의 마음을 살펴주는 마음이 참 따뜻하다. 그리고 그 따뜻함을 전해받으면 혼자 지니지는 않는다. 기꺼이 주변에 나눈다. 아이는 받은 것을 나눌 수 있는 아이다.
이 장면이 정말 햇볕같은 위로가 된다.
이 그림책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그냥 툭툭 그려낸 듯한 그림이 자꾸만 집중하게 한다. 절제와 생략이지만 속 깊은 그림책임에 틀림없다. 무엇을 보여주고, 숨겨야만 되는지 작가는 너무도 잘 안다. 독자가 생각해야 할 공간을 그림책에서 충분히 드러내어 준다. 그리고 아이의 소원이 이뤄지기까지 집중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끌고 간다. 글도 별로 없는데......
온전히 집중된 그림만이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다.
오랜만에 잘 만들어진 그림책을 만났다.
-출판사 책 제공, 개인적인 의견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