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허물다
공광규 지음, 김슬기 그림 / 바우솔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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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그림이 만나는 것은 예전 학교 다닐 때 시화를 볼 때였다. 시와 어울리는 그림을 한 장의 그림에 그려 액자로 해 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 시와 그림이 만나서 그림책이 된다. 한 줄 한 줄마다 그림이 있는 그림책, 온통으로 읽을 수 있고,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읽을 수 있고. 이렇게 읽으면 마치 한 편의 이야기를, 풍경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그림책이지만 단순하게 아이들만 보는 책으로 생각하기에는 조금 묵직하다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그림책 전체를 끌고 가는 자연, 그곳에 마음껏 웃고 있는 두 남자. 아버지와 아들로 보여진다. 두 사람의 표정이 너무 밝다. 이곳저곳을 마음껏 다닌다.

이 그림책은 이 둘의 움직임을 통해 시골 풍경을 보여주고 있지만 시를 읽다보면 비움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된다. 마당에 있는 담장을 허물면 보이는 것. 경계를 사라지게 하면, 벽을 없게 하면 알게 되는 것, 보이는 것이 있음을 느끼게 한다.

 

고향에 돌아와 기울어진 담과 삐걱거리는 대문을 떼어내었다 한다. 그러니 온 세상이 눈으로, 품으로 들어온다고 한다. 느티나무도, 꽃들도, 과수원, 연못, 연꽃도 눈에 들어온다 했다. 구름과 해와 별도 모두 내 것이 된다 했다. 그 넓은 산과 들이 한 눈에 들어오니 그제서야 비로소 큰 자연정원을 얻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림만 보는 것만으로도 편안하다.

 

담장을 허물다.

상징이다. 내 것만 끌어안고 있으면 꼭 내 것뿐이라는 그러니 비우고, 나누면 함께 하면 모두 안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림책 속 글과 그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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