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카락 마담의 숙소 - 할머니의 우아한 세계 여행, 그 뒷이야기
윤득한 지음, 츠치다 마키 옮김 / 평사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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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로 결정한 건 순전히 하이쿠라는 시에 대한 궁금증과 빨간 머리 앤이라는 이야기 때문이다.

시를 쓰는 것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때론 짧은 시에서 느껴지는 간결함을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 자신의 생각을 정해진 것에 맞추어 정리하는 것은 군더더기를 표현하지 않을 수 있어 좋아한다.

 

이 책은 오랫동안 자신이 여행의 퍼즐을 이어놓은 이야기이다. 작가는 마흔 하나부터 여든 셋까지 여행을 기록해두었다. 책을 가만히 읽다보면 그곳의 여행을 가게 된 이유도 각별하다. 친구와 가족과. 그리고 스스로가 평소 그리운 곳을 꼭 가봐야겠다는 이유...... 그곳에서 만난 인연들을 시로 기록해둔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사업가로 세계를 다니게 된 것이 여행의 시작인가보다. 그렇게 40여년을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여행가로 살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일본에서 사는 한국인이라고 한다.

 

첫 방문지인 로마에서 만난 빨간 머리 마담의 이야기, 여러 번 방문했던 프란체스코 성당, 그리고 아들과 꼭 가기로 했던 여행지를 함께 못간 서운함 등도 읽는다. 특히 빨간 머리 앤의 집에 가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눈여겨본다. 아들과 함께 가지 못해 짜증이 났지만 동행자로 나섰던 두 사람과 또 다른 여행을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자신이 아이는 앤의 이야기를 그들에게 전해주며 새로운 독자를 만나게 한다. 여행은 여기서 마무리 되지 않고 그들을 자신의 식사에도 초대하는 등 인연을 허투루 남기지 않기도 한다.

 

작가는 여행이야기를 아주 친절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쿠라는 시에 담겨진 내용을 정말 기록하고 싶은, 또는 그곳의 설렘을 간결하게 정리한다.

오랜 여행기를 통해 자신을 더 단단히 하는 것을 찾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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