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린 날

눈 내린 날
사카이 고마코 지음, 김숙 옮김 / 북뱅크 / 2021년 12월

이 이야기의 재미는 마지막부분이다. 일단 이야기는 눈이 오는 날 아이가 밖에 나가서 놀고 싶은 마음을 먼저 읽게 한다. 아이들은 누구나 그렇다. 눈이 오면 일단 그 눈을 맞으며 충분히 그 시간을 즐기고 싶다. 어른들도 눈이 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눈이 와서 겪는 불편함은 일단 뒤로 한다.

그래서 눈이 오면 설렌다. 아이든 어른이든. 하지만 눈이 오는 날 밖에서 놀게 되면 엄마는 여러 가지가 걱정이다. 그래서 밖에 나가 놀더라도 단단히 채비를 해서 아이와 함께 눈이 오는 것을 즐기고 싶다. 두꺼운 옷을 입고 문 밖을 나선다.

두 사람은 눈 내리는 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좋은 하루다. 눈이 오는 풍경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것만으로도 겨울이 주는 특별한 선물이다.

아이는 엄마와 함께 하루 종일 눈 내리는 곳을 충분히 즐긴다. 유치원도 가지 못하고, 장보러 가지 못하는 눈 오는 날이지만 엄마와 함께 한 하루가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아이와 엄마에게는 즐거운 시간이 된다. 이 모습은 마치 둘만이 있는 듯하지만 오히려 두 사람이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다.

그림은 그 느낌은 충분히 전해준다. 아주 따뜻하게. 글없이 그림만 보아도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만큼 그림이 정겹다.

아이에게, 엄마에게 겨울이 주는 선물은 눈 내리는 것이 아니었다. 이 눈이 그치면 두 사람을 만나러 올 아빠이다. 눈이 와서 엄마와 즐겁게 지낸 하루로 이야기를 끝낼 줄 알았던 그림책이었다. 무심히 넘긴 마지막 장, 아빠와의 만남을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 엄마의 모습이 끝까지 따스함을 전해주는 그림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