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 "선택은 없다! 햇빛 에너지에 열광하라"
강양구 지음 / 프레시안북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아톰'과 '코난'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이 책의 기획 의도를

희미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는 세대가 있다. 나도 그러하고.

어린 시절 좋아했던 로봇 '아톰'을 움직이는 원자력 에너지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갖게 된 저자가 '개종'한 셈이라고 농을 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아톰의 시대는 원자력을 대안에너지로 삼는 시대이며, 

우리에게 유일한 대안으로 강요되는 시대이다.

그러나 이 책은 묻는다.

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 (1, 2, 3장) 

우리에게 보다 나은 대안은 진짜 무엇인가? (4, 5, 6, 7, 8장)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9, 10장) 

왜 석유 정점 시대를 준비하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하는지

원자력, 수소 에너지가 왜 대안이 될 수 없는지,

태양광, 풍력, 바이오 매스(화석 연료가 아닌 가축의 배설물, 건초, 나무 등을 통칭하는 말) 

에너지가 왜 더 나은 대안인지 조목조목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편견이나 오해도 명쾌하게 해소시켜 준다.

그리고 한국의 에너지 정책의 현주소와 실상에 대한 진단과 문제제기도 빠지지 않는다.

(물론 대단히 절망스럽지만)

저자가 제시하는 대안에너지인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는

단순히 지속가능한 에너지, 친환경적 에너지일 뿐 아니라

거대자본이 생산과 유통을 장악하는 기존 에너지와 달리

지역에서 순환시킬 수 있어 지역을 살리고 알자리를 창출하는 에너지라는 점에서

정치, 경제적으로도 정의롭다는 사실이 무척 고무적이었다.

 

저자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 책은 주제와 관련하여 선별된 지식, 정보를 네트워킹하는

에너지 문제의 훌륭한 보고서이자 입문서이다.

게다가 전혀 가치중립적이지 않고(!) 친환경과 공동체주의라는 일관적 관점을 명백하게 취하여

과학기술 저널리즘의 공익적 가치가 무엇일 수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그동안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게 되는 에너지 관련 언론 보도들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부정확했는가를 알면 화가 날 지경이다.

매장마다 정보와 주장을 소개하고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묻고 있지만

사실 저자의 주관은 확고하다. 표지에 나와 있듯 "선택은 없다. 햇빛 에너지에 열광하라"!

이 책을 읽고 나면, 태양과 바람의 에너지로 전환한 '코난의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얼마나 자유롭고 즐거운 상상과 실험의 과정일까 기대감에 부풀게 된다.

실제로 독일 윤데의 기적이나 보봉 포럼의 생태마을 사례에 이르면

가벼운 흥분감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환한 노란 바탕에 커다란 태양을 담은 표지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짬짬이 독서를 위해 이 책을 집어들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맞다. '코난의 시대'는 그렇게 즐겁게 만들어가야 한다. 

 

각 장마다 독립적 주제이고 그 자체로 완결성이 있어 저자가 밝힌대로 발췌독이 가능하다.

각 장은 주제와 관련하여 저자가 취재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 실태나 상황이 정리되어 있는 본문과

주요한 쟁점과 대립되는 주장들을 소개하는 <깊이 읽기>,

저자의 문제의식을 제시하며 독자의 고민과 판단을 요구하는 <생각하기>,

해당 주제에 관한 저자의 추천 도서를 소개하는 <읽을거리>로

쉬우면서도 비교적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지만,

가끔씩 <깊이 읽기>와 <생각하기>의 경계가 모호할 때도 있다.

청소년들이 읽기에도 좋겠지만, 언뜻 스쳐지나가는 주제들이 지니는 중량감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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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3 14: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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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4 09: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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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26 00: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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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8 17: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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