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나라에 간 펭귄, 추운 나라에 간 원숭이 별둘 그림책 9
디터 비스뮐러 글.그림, 김영진 옮김 / 달리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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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제목을 보면 결과는 예상 가능하다. 두툼한 코트의 남극신사 펭귄이 더운 나라서 편히 숨쉴 리 없고, 발바닥에 털신 하나 못 걸친 원숭이가 추운 나라서 오래 견딜 리 없다. 처음 얼마동안은 신기함에 입이 벌어져도 집 떠나봐야 고생인 게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 때 마다 고생되더라도 떠나고픈 마음이 절로 든다. 계절 탓인지 펭귄 핀 카이저 씨의 추운 나라가 더 눈에 박힌다. 큼직하게 썰어놓은 빙하, 커다란 고래, 오싹하게 등장하는 바다표범.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해지는 세상이다.

아무래도 원숭이 핍 후자 씨의 밀림은 좀 덜 매력적이다. 하지만 아쉬워 할 일은 아니다. 겨울에 펼쳐보면 마음은 정반대로 바뀔 테니까.

두 페이지에 걸쳐 가득찬 펭귄 가족들, 원숭이 가족들도 재미나다. 다른 대륙의 손님을 맞이하는 깍듯한 예의가 느껴진다고 할까. 대구(對句)가 척척 들어맞는 자랑 열전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도 있겠다.

각자 자신의 나라가 만족스럽게 된 핀 카이저 씨와 핍 후자 씨. 가끔씩 전하는 안부엽서는 이렇다. 우리나라에 또 한번 놀러 오지 않을래요? 언제든 증기선에 훌쩍 올라타 다른 세계로 떠날 수 있으니 부러운 두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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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벌레 아저씨 이야기
신동준 지음 / 가나플러스(가나출판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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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4컷짜리 만화모음집이다. 구구절절한 설명은 필요없다. 일단 한 번 들춰보라.

키득키득 웃는사이 감동이 밀려드는 종벌레, 대벌레부자,,, 너무 숨가쁘게 살아서 지친 사람에게 강추다.

책 살 돈이 없다면 종벌레 집에 가서 맘껏 봐도 된다. bellbug.com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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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의 도전 - 한국 사회 일상의 성정치학
정희진 지음 / 교양인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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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차별없이 무난한 삶을 꾸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이라는 피해의식에 쫓겨 날이 섰던 스무살의 나는 까맣게 잊은 것처럼. 그러나 이 책을 잡는 순간부터, 평온을 가장한 그 시간들이 '착각'이었다는 고백을 할 수밖에 없다.

"한 번 페미니스트가 영원한 페미니스트는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페미니스트인 적이 있었노라고 말하기도 멋쩍지만 그런 척했던 시간은 있었다. 웬만한 필독서는 다 들춰봤고 남자선배들의 反여성적 발언과 행동에 분개하며 결혼의 불합리를 설파했던. 하지만 결정적으로 나의 젠더는 '남성'이고자 했다. 여성성을 내비치는 건 어색했고 남자들과 어울리며 나 스스로 그들과 대등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성주의를 부문운동이라 폄하한 진보주의자들의 언설에 가한 저자의 비판은 부끄럽지만 내게도 꽂힌다. 일상의 언어부터 거대담론까지 남성의 것이 아닌 것이 없다는 걸 왜 깨닫지 못했을까. 난 그저 그 사회를 기웃거린 주변인에 불과한 것을 말이다.

이 책의 부제는 '한국사회 일상의 성정치학'이다. 저자는 '~도전'이라는 문패가 마음에 걸렸다고 털어놨지만 그 도발성을 가라앉히는 부제 덕인지 내겐 '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책의 내용이 그 '성정치학'의 메커니즘을 뚜렷하게 하고 자기성찰적인 점에서 도전자의 치기는 없다. 남성권력을 떠받치고 여성을 소외시키는 언어,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부박한 인식. 읽어가는 내내 멈칫했다. 내가 무심하게 던진 언설들이 얼마나 많은 차별을 재생산했던 것일까.  

성매매 방지법을 둘러싸고 나또한 혼란이 일었다. 성매매를 허용해달라는 성매매여성들의 시위를 보고 "그것봐라, 자발적이잖아"  "그럼 사지 않고선 여자를 구할 수 없는 남성들은 어쩌냐"라는 말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실마리는 남성과 남성, 여성과 여성에도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 여성주의로의,  계급주의로의 일방적 환원으론 설명되지 않는 게 현실이란 것이다.  저자의 침착하고도 단호한 목소리가 미덥다.

경험적으로 여성학 책은 기울어지기 쉽다. 사례만으로도 '억~'하다 끝나거나 여성이론을 줄줄이 읊어대거나. 하지만 이 책은 그렇지 않다. 남의 말에 기대지않은 분석과 자기성찰이 돋보이는 까닭이다.

저자는 "안다는 것은 상처받는 일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지로 인해 보호받아 온 자신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 사회에 대한 분노, 소통의 절망 때문에 상처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크기는 다를지 몰라도 부디 많은 사람들이 그 상처를 반가워할 수 있으면 싶다.

또한 "만일 여성학이 어렵다면, 그것은 여성학자가 현학적이어서가 아니라 여성주의가 익숙하지 않은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여성학의 내용이, 여성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면', 새로운 세계를 향한 상상력과 용기를 주지 않는다면 존재할 필요가 없다"는 말에 힘을 내보자. 소통과 공존의 삶이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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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의 여자
샨 사 지음, 성귀수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6월
품절


인생에 있어 아름다운 젊은 시절엔
서로 헤어진다 해도 곧 다시 만날 거라 여기기 마련,
그러나 언젠가 그대와 나 늙어 시들어지면
그 옛날의 안녕이란 말 그리 쉽게 할 수가 없다네.-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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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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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지긋한 노인이 초조하게 카페안에 앉아있다. 그리고 한 젊은 여자가 들어오자 말할 수 없는 그리움과 아픔이 섞인 표정으로 그를 본다. 대강 그런 장면이었던 것 같다. 10년 전쯤 본 '허공에의 질주'란 영화에서다. 한 가족이 있다. 아버지와 엄마는 노동운동가로 이름을 바꾸며 숨어다닌다. 아들役의 리버 피닉스는 음악에 타고난 재능을 보이며 가족과의 이별이냐, 자아실현이냐를 두고 갈등한다. 서두의 장면은 엄마와 외할아버지가 만나는 장면이다. 유복한 음악가 집안의 딸이었던 엄마. 십수년간 연락을 끊고 지내다 아들의 장래때문에 외할아버지를 만나는 것이다.

부모의 理想과 자식의 장래가 엇갈리며 괴로워하던 그 풍경이 10년이 지나니 명랑소설이 되어 나왔다. 바로 이 책 '남쪽으로 튀어!'다.

과거 일본 학생운동의 전설적인 활동가인 아버지와 엄마를 부모로 둔 초등생 지로. 하지만 아버지는 집에서 빈둥거리기 일쑤고, 세금을 안낸다며 공무원과 싸우는 구제불능이다.  1권은 지로의 성장소설처럼 읽힌다. 도쿄에서의 일상은 학교내 왕따와 폭력, 아버지에 대한 몰이해의 시간이었다. 그러다 한 사건을 계기로 지로네 가족은 오키나와의 작은 섬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2권은 그 섬에서의 이야기다. 지로만큼이나 읽는 이도 생경한 섬에서의 생활은 아버지를 다시 보게 만든다. 도시에서의 무능이 삶에서의 무능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제 버릇 남주나. 아버진 어느새 섬개발 반대운동의 상징이 되고 유명세를 치른다. 조용하기만 했던 엄마는 알고보니 더한 투사고. 이 과정에서 지로는 아버지의 의지와 용기가 허세가 아니었음을 느낀다. 옳다고 생각하는 걸 지키라는 말을 뒤로한 채,  아버지와 엄마는 더 외딴 섬으로 튄다!

일본 전공투 세대의 유쾌한 후일담으로 읽힐 수도 있는 이 책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인 듯하다. 자식을 위한다며 돈과 명예를 쫓지만 과연 부모는 자식을 얼마나 알고, 자식은 부모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앞의 영화에서도 이 책에서도 부모와 자식은 이별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서로의 길을 응원하며 다시 만날 걸 약속하며. 작가의 인물묘사가 현실적이라면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의젓하다.

자식의 입장이었던 10년전과 달리 부모의 입장도 가지게 된 지금, 마냥 웃으며 읽을 수는 없었다. 자식을 핑계로 합리화하는 소시민의 일상이 찔리는 까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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