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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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지긋한 노인이 초조하게 카페안에 앉아있다. 그리고 한 젊은 여자가 들어오자 말할 수 없는 그리움과 아픔이 섞인 표정으로 그를 본다. 대강 그런 장면이었던 것 같다. 10년 전쯤 본 '허공에의 질주'란 영화에서다. 한 가족이 있다. 아버지와 엄마는 노동운동가로 이름을 바꾸며 숨어다닌다. 아들役의 리버 피닉스는 음악에 타고난 재능을 보이며 가족과의 이별이냐, 자아실현이냐를 두고 갈등한다. 서두의 장면은 엄마와 외할아버지가 만나는 장면이다. 유복한 음악가 집안의 딸이었던 엄마. 십수년간 연락을 끊고 지내다 아들의 장래때문에 외할아버지를 만나는 것이다.

부모의 理想과 자식의 장래가 엇갈리며 괴로워하던 그 풍경이 10년이 지나니 명랑소설이 되어 나왔다. 바로 이 책 '남쪽으로 튀어!'다.

과거 일본 학생운동의 전설적인 활동가인 아버지와 엄마를 부모로 둔 초등생 지로. 하지만 아버지는 집에서 빈둥거리기 일쑤고, 세금을 안낸다며 공무원과 싸우는 구제불능이다.  1권은 지로의 성장소설처럼 읽힌다. 도쿄에서의 일상은 학교내 왕따와 폭력, 아버지에 대한 몰이해의 시간이었다. 그러다 한 사건을 계기로 지로네 가족은 오키나와의 작은 섬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2권은 그 섬에서의 이야기다. 지로만큼이나 읽는 이도 생경한 섬에서의 생활은 아버지를 다시 보게 만든다. 도시에서의 무능이 삶에서의 무능을 의미하는 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제 버릇 남주나. 아버진 어느새 섬개발 반대운동의 상징이 되고 유명세를 치른다. 조용하기만 했던 엄마는 알고보니 더한 투사고. 이 과정에서 지로는 아버지의 의지와 용기가 허세가 아니었음을 느낀다. 옳다고 생각하는 걸 지키라는 말을 뒤로한 채,  아버지와 엄마는 더 외딴 섬으로 튄다!

일본 전공투 세대의 유쾌한 후일담으로 읽힐 수도 있는 이 책은, 가족에 관한 이야기인 듯하다. 자식을 위한다며 돈과 명예를 쫓지만 과연 부모는 자식을 얼마나 알고, 자식은 부모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앞의 영화에서도 이 책에서도 부모와 자식은 이별한다. 방식은 다르지만 서로의 길을 응원하며 다시 만날 걸 약속하며. 작가의 인물묘사가 현실적이라면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의젓하다.

자식의 입장이었던 10년전과 달리 부모의 입장도 가지게 된 지금, 마냥 웃으며 읽을 수는 없었다. 자식을 핑계로 합리화하는 소시민의 일상이 찔리는 까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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