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열전
박시백 지음, 민족문제연구소 기획 / 비아북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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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조금 진지하게 이야기 해야 할 것 같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거나, 세상에 훌륭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을 우리는 위인이라 부른다. 그리고, 위인들의 이야기는 전래동화처럼 계속해서 들어왔거나 여러 책과 매체를 통해 익숙하게 보고 들으며 자라왔다. 하지만.. 사람이 성장하는데 있어서도 좋고 기쁜 일만 있을 수는 없듯이, 힘들거나 고통스러웠던 일을 겪으면서 한 단계 성장하고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듯이.. 역사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위인들의 이야기나 나라의 기쁜 역사에 대해서만 기억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우리의 아픈 역사와 치졸한 선조들의 활약을 부끄럽지만 인정해야 다시 또 한 발자국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일본 또한 마찬가지다. 독일처럼 자신들이 벌인 전쟁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과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만 과거가 청산되고,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독립한지 이제 100년 조차 되지 않은 시점이기에, 나는 나라를 잃은 아픔을 직접 느껴보지는 못했음에도 아직도 그냥 일본한테 지면 배가 아프고, 일본을 이기면 마냥 기분이 좋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일본이 제대로 된 사과만 했어도 이 정도는 아닐텐데 라고 칭얼대다가도, 일본 탓을 할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은 든다. 제대로 된 친일청산 그것이 먼저 되었어야 했는데, 그랬어야 우리 나라가 더욱 당당해질 수 있을텐데 라는 생각.

물론, 친일청산을 위해 당시에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적으로 그보다 더 급한 이데올로기로 인한 차이가 생기게 되면서 아쉽게도 이리저리 치이면서 적당한 시점을 놓치게 되었다. 아쉬운 역사다. 정말 아쉬운 역사다. 하지만, 그렇다고 잘못된 역사를 후손들에게 그냥 물려줄 수는 없다. 친일파는 여전히 건재하고, 그들의 후손들 또한 너무 잘 살아가고 있다. 친일청산, 아직 기회는 있다고 본다. 그리고 꼭 해내야 하는 과제다.

박시백 작가는 <조선왕조실록> 을 만화로 그렸다.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말 재밌고 아주 술술 읽힌다. 당연히 우리집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전집이다.

그런 박시백 작가가 이번에는 <친일파 열전> 이라는 책을 펴냈다. 작가의 말에 보면 이런 부분이 있다. /그 대부분은 <35년>에 그린 그림의 복사, 붙여넣기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러 좀 더 보충하거나 해방후의 행보를 부연 설명한 정도라 하겠다. 너무 쉽게 한 작업이 아니냐는 질타를 예상하면서도 친일파들의 행보를 더 많이 알게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판을 무릅쓰기로 했다/ 나는 몰랐는데, 박시백 작가가 일제강점기를 그린, <35년> 이라는 7권의 세트가 있었다. 그 책에서 여기 저기 떨어져 있던 친일파 인물들의 등장 부분을 모아모아서 이 책 한 권으로 엮었나보다. 나는 비판하고 싶지 않아요, 작가님.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든다. 친일파 열전이라니. 다 열거해서 하나하나 파헤쳐 볼 것 같은 느낌. 친일파로 활동한 그들이 제목만 봐도 뜨끔할 것만 같다. 친일파 열전은 제목에서만 그친 것이 아니다. 본내용이 끝난 후에 특별부록으로 친일인물약력 이라는 내용이 268쪽부터 338쪽까지 가나다 순으로 소개되고 있다. 처음 듣는 이름도 있고,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들도 있다.

친일파 라고 하면, 누구나 바로 외칠 수 있는 이름이자,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이라는 노래에 왜 이사람이 속해야 하는지는 모르겠는 이완용 당연히 등장하고 있다. 이름이 같아서 안타깝지만, 요즘 <영어회화 핵심패턴 233> 이라는 책으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데, 그 작가와 이름이 같은 백선엽 이라는 친일파 인물도 있다. 백선엽은 특히, 6.25 전쟁을 거쳐 대사로도 활동하고, 1969년부터 1971년까지 교통부 장관을 지냈다고 한다. 그뒤로는, 한국종합화학공업주식회사 사장까지 하고, 백선엽은 무려 2000년에 목숨이 다했다고 한다. 욕을 많이 먹어서 오래 산 것인가. 일제의 침략 전쟁을 미화하는 군국 가요를 작곡한 손목인 이라는 친일파 인물은, <불후의 명곡>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영웅대접까지. 아, 아빠의 청춘 이라는 노래는 이제 그만 불러야겠다. 씁쓸하다. 송석하 라는 친일파 인물은 항일 무장 세력을 진압하는 활동을 했는데, 아주 떵떵거리고 잘 살다가 1999년 사망 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다고 한다. 이런, 빌어먹을. 박중양 이라는 친일파 인물은 1906년 무려 이토 히로부미의 후원을 받았으며, 일본인들의 상권 장악을 도왔다고 한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일제 식민 통치를 통해 조선이 현대화되었으니 일본을 적대시해서는 안 된다' 라며 친일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안타깝다.

친일파들도 처음부터 친일을 하며 나라를 버리려 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라꼴이 이대로는 안되겠으니, 나라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우리보다 발전된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일본의 도움을 받아 한층 더 나아가길 바랬을 것이다. 하지만 점점 나라보다는 개인의 욕심이 점점 커져서 멈추지 못했겠고, 사상이 점점 불순해져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다다랐겠지. 개인적인 일이라면 후회하며, 누군가의 용서로 끝날 수 있는 일이겠지만.. 친일파의 문제는 나라의 문제다. 그들이 그 당시에 어쩔 수 없어서 그런 선택을 했다고 하더라도 / 자신의 야망을 멈출 수가 없어서 그렇게 되었다 하더라도.. 친일파는 반드시 청산되어야 하고, 댓가를 치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많이 화가 났고, 떡이 목에 메인 모냥, 가슴이 답답했다. 애국심이 없어지고 있었는데도 신경이 쓰이는 대한민국. 안타깝다. 이 책은 반드시 모두가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비장해지는 9월의 첫 날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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