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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평점 :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한 소설.
주인공의 생각에 실소가 나오는 소설.
한 번 말고 두 번은 읽어야 될 것 같은 소설.
책이 매우 작다. 그리고 얇다. 들고 읽기 편하다. 그리고 이 책은 한 번 읽어서는 뭥미? 라고 생각할 수 있다. 두 번 세 번 읽으라고.. 그래서 작고 얇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ㅋ
예전에 읽었던 #편의점인간 과 #아몬드 라는 책이 생각났다. 그 두 책의 주인공은 감정이라는 것을 못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남들이 평범하게 생각하는 것을 하지 못하고, 그것에 대해 노력하지만 쉽지 않았다. /파국/의 주인공 또한 비슷하다. 하지만, 그 전의 두 주인공에 비해 사회에 많이 적응한 모습을 볼 수는 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성격이 원래 그런가 싶었다.
[이 책의 캐릭터를 알 수 있는 몇몇 부분들]
그녀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 가방 안을 들여다볼까 생각했지만, 공무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므로 이번에도 그만두었다.
37p
/ 이 책에서 주인공은 공무원 준비를 했고, 시험을 치뤘고, 필기시험에 합격했고, 최종합격을 눈앞에 둔 상태까지 이르렀다.
갈라진 복근도 보여줄까 했지만, 나와 아카리는 초면이고 이곳은 공공장소였다. 대산 옷 위로 대흉근을 만지게 해주자 아카리는 기쁜 듯이 웃었고, 그걸 본 나도 기뻤나?
45p
/ 여기서 약간, 주인공이 좀 이상하다 느끼기 시작했다.
소변이 마려워서 화장실로 갔다. 그리 넓지 않은 가게라서 화장실은 하나뿐이었고, 남녀공용이었다. 문을 열자 남자의 엉덩이가 보여서 죄송하다고 말하고 바로 닫았다. 생각해보니 소변을 누는 것뿐이라면 엉덩이를 내놓을 필요도 없고, 사과해야 하는 건 문을 잠그지 않은 채 소변을 누고 있던 저 남자다. 그러나 생각하기보다 앞서 사과하는 말이 나오는 건, 내가 선량한 사람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71p
/ 상당히 재미있는 부분이다. 결과적으로 화장실에서 아무 일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꽤나 길게 자세히 설명을 하고 있다. 종종 이러한 부분이 등장하는데, 서술방식이 매우 흥미롭다.
나는 아카리의 남자친구니까 같이 미끄럼틀을 탔어도 좋았을지 모른다. 그러면 아카리는 더 기뻐했을까. 그러나 나는 내년에 대학을 졸업하니까, 이제 미끄럼틀에서 놀 나이는 아니었다. 148p
/ 주인공이 좀 이상하다고 느끼기에 충분한 부분이다.
그의 손은 무척 따뜻해서, 따뜻한 물속에 잠겨 있는 듯 기분이 좋았다. 나는 이대로 잠들기로 했다. 나는 언제든, 자고 싶을 때면 금방이라도 잠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
200p
/ 안타까운 결말 ㅠㅠ
표지 사진을 잘 보면, 왼쪽 남자와 오른쪽 남자가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표지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한 명은 히자고, 한 명은 주인공일까. (이 책에서 히자의 존재의미는 무엇일까)
주인공의 여자관계에 대해서도 작가가 무얼 이야기하고 싶었을까?
첫번째 여친, 마이코가 뜬금없이 이야기한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까페라떼를 마시면 속이 안좋아지는 두번째 여친, 아카리는 왜 마지막에 다시 까페라떼를 시켰을까? (그날, 그녀에게 그 상황은 도박이었을까?)
“맛 자체는 무척 좋아해요. 음료 중에서 가장 좋아할 정도로. 그래도 역시 속이 안 좋아지는 건 싫으니까 평소에는 참는데, 참는 만큼 발작적으로 어떻게든 마시고 싶은 날이 있어요. 그럴 때는 뭐, 도박을 하는 심정으로 마시곤 해요”
38p
그리고 하나 더, 아카리의 숨박꼭질은 어떤 걸 말하고자 한 걸까?
이책이 눈에 띄인 이유는, 내가 평소 재밌게 읽는 이 작가의 서평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신선한 인물. 인간의 언밸런스함을 다룬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요시다 슈이치, 소설가)
자신의 스포츠로 타인을 멸망시키고, 동시에 섹스로 인해 타인에게 멸망되는 전개가 훌륭하다. 새로운 재능에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히라노 게이치로, 소설가)
의문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마친 후, 이 책을 한 번 더 읽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