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 아저씨 민들레 그림책 5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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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제목 글씨체부터 강렬하게 다가온다. 황소 아즘마 아니죠, 황소 아저씨죠. 보통 황소고집이라고 한다면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고 어지간히 우긴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책의 황소 아저씨를 보고 나면 황소고집이 아니라 황소아량이라고 고쳐야할것 같다. 그런데 왜 황소 아저씨의 마음이 이리도 깊고 따뜻한지 아이와 한참 이 책을 가지고 논후에 깨닫게 되었다. 무릎을 탁 치며 아이와 내가 동시에 깨달은 황소 아저씨의 특급비밀! 마지막에 밝혀드립죠!




그림은 <강아지똥>을 그린 정승각 작가가 그린 건데, 권정생 선생님의 글과 정승각 작가의 그림이 만나면 글은 그림을 빛내고, 그림은 글을 빛내는 서로 너무 윈윈하는 결과물이 나오는 듯하다. 권정생 선생님의 따뜻한 글 내용도 너무 좋지만, 정승각 작가의 그림으로 감동은 더욱 배가 되는 것 같다. <밀짚잠자리>의 최석운 화가는 권정생 선생님과의 만남이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을 내보였는데, 이 둘은 서로 어떤 사이였을까 궁금해진다.

그리고, 슬라이드 사진을 쭉 오른쪽으로 넘기게 되면 점점 진짜 황빛을 내는 황소가 되는 황소 아저씨를 볼 수 있다. 점점 황소의 색을 띄어가는 과정은 마치 외로웠던 아저씨가 점점 행복해지는 길을 보는 것 같아서 색감으로 인한 따뜻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기억에 남는 그림장면 다섯가지.

(왼쪽 1번) 이 그림은 정말 너무 마음에 든다. 역시나 표지를 장식하게 된 하이라이트 페이지인가보다. 황소 아저씨의 등을 타넘으면서 황소 아저씨가 남긴 구유 속의 음식물을 가지러 가는 새앙쥐. 처음에는 황소 아저씨가 꼬리를 휘둘러서 동댕이 쳐지지만, 새앙쥐의 자초지종을 들은 황소 아저씨는 몇 번이고 배부를 때까지 자신의 등을 타넘으라고 한다. 바로 이 그림은 그 이야기를 해주는 장면. 눈안에 비친 새앙쥐의 모습이 정말 따뜻하다.

(왼쪽 2번) 황소 아저씨가 새앙쥐의 동생들도 데리고 다 놀러오라고 해서 황소 아저씨를 만나러 가는 길에 새앙쥐 다섯마리가 고드름에 눈곱도 닦고, 콧구멍도 씻고, 수염도 씻는 장면이다. 새앙쥐의 모습은 작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다.

(왼쪽 3번) 황소 아저씨의 구유 안의 찌꺼기들을 맛있게 먹는 새앙쥐 다섯마리. /구유는 황소 아저씨 밥그릇이니까 거기다 똥을 누거나 오줌을 누면 안 되겠지요/ 라고 하는 지문과 함께 그 안에서 해맑게 웃는 새앙쥐의 모습이다.

(오른쪽 1번) 이제 새앙쥐들과 황소 아저씨는 사이좋은 식구가 되어 술래잡기도 하고 숨바꼭질도 한다. 너무 작은 그림이라 눈치 채지 못했었는데, /엄마, 술래는 누구야?/라고 그녀가 물어봐주는 바람에 발견하게 된 뒷모습의 새앙쥐 아찔.

(오른쪽 2번)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 황소 아저씨와 새앙쥐가 정말 식구가 되어 잠을 자고 있다. 행복한 끝맺음.




1. 황소 아저씨 미로 탈출

ㅡ황소 아저씨 등을 타고 아저씨 구유에 있는 음식 찌꺼기를 가지러 가는 새앙쥐에서 힌트를 얻은 독후활동. 아저씨 등에 미로를 그리고, 그 미로를 탈출해보기 놀이를 해봤다. 워낙 미로를 좋아해서 예전에 알라딘에서 미로활동하는 책도 두권 사줬었고, 영재발굴단 인가에서 미로를 엄청나게 그려대는 아이를 본 적이 있어서 그런가 미로 그리기가 쉬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서 첫 시작할때, /자 이렇게 길을 그리고 여러 갈래를 만들어서 막힌 길을 만들어 가고, 뚫린 길은 하나만 만들어놓으면 되는 거야/ 라는 걸 가르쳐주고 해보라고 했다.

쉽지 않아 보였는데, 그래도 나름 잘해준 그녀. 미로를 그리고, 미로 통과까지 완벽하게 끝냈다. 이렇게 한 번 미로만들기 활동을 하고 나면, 다음에 또 본인도 모르게 해볼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모든 경험은 참 좋은 것 같다.




2. 새앙쥐 그리기

ㅡ책을 읽고 어떤 활동을 할까 의논하던 중, 아이가 내놓은 의견 중 하나. 바로 새앙쥐 그리기. 쓱싹쓱싹 잘도 그린다. 역시 박작가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나름 다섯마리의 새앙쥐 순서대로 크기도 잘 짜서 그렸다. 색칠은 거부했음!ㅋ




ㅡ1번 활동의 황소 아저씨 / 2번 활동의 새앙쥐 첫째와 둘째 는 그녀가 오리고, 새앙쥐 막내 세마리는 작다고 나보고 오리래서 내가 맡았다. 그렇게 하고는 다시 한 번 책을 읽으면서 연극을 진행하였다. 이것 역시 그녀의 독후활동 아이디어! 처음에는 본인이 황소 아저씨를 한다더니만, 좋아보였는지 중간에 새앙쥐로 하겠다 해서 다시 처음부터 하게 되었다. /새앙쥐는 열네 번이나 황소 아저씨 등을 타넘었어요/ 라는 지문에서는 정말 열네번 왕복을 시켰더니 되게 좋아했다 ㅋㅋ


황소 아저씨와 숨바꼭질 하는 장면, 그리고 황소 아저씨 곁에서 자는 새앙쥐 다섯 마리의 모습도 연출해가면서 해보았다. 책을 따라 읽으면서 직접 만든 캐릭터로 연극을 하니, 책의 그림도 더 자세히 보게 되고 내용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4. 꾸깃꾸깃 작품 따라하기

ㅡ이 책의 그림 효과는 어떻게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그림이 있으면 꾸깃꾸깃 구긴 듯한 느낌을 들게 한다. 계속해서 그게 무척 눈에 밟혀서 해봤던 활동. 아이에게 일단 색지를 주고, 그 위에 하얀 색연필로 그림을 그려보게 했다. (수성 색연필은 안되고, 유성 색연필만 그려지더라) 쓱싹쓱싹 잘도 그리는 그녀를 보며 또 한 번 감탄 ㅋㅋ


다 그린 후에 마음껏 구기라고 했더니 정말? 진짜? 라며 약간 의아해했다. 벌써부터 뭔가를 구기면 안된다는 고정관념이 들어차있군ㅋ 그러면서 막 되게 구기는 것에 대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았다. 얼마전 봤던 죽은시인의 사회에서 교과서 찢으라던 부분이 생각나는군. 여튼, 발로 밟아도 되냐고 이럼서 구길대로 구기며 엄청 좋아했다. 그리고는 종이를 펴서 /어때? 이렇게 그림을 그려서 구겨보니, 책그림이랑 비슷한 느낌이 나지 않아?/ 라고 물어봤다. 별로 수긍하는 것 같진 않았지만 억지대답이라도 이끌어내보았다ㅋ




5. 마지막 비밀 공개

ㅡ자, 이제 마지막으로 우리가 찾아낸 황소 아저씨의 특급 비밀을 공개할 시간! 갑자기 순간적으로 내가 "아!!!!" 하면서 "<강아지똥> 책 좀 가져와봐" 라고 했고.. <강아지똥> 책을 가지고 오던 그녀도 갑자기 "아!!!" 하면서 요 페이지를 폈다. 이 마음씨 착했던 할아버지의 황소랑 황소 아저씨가 동일 황소인 것 같다는 비밀!! 마치, <알사탕>의 구슬이가 <나는 개다>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듯이?ㅋㅋ 여튼, 너무 반가운 캐릭터 / 생각지도 못했던 조연 캐릭터 황소의 등장 너무 신박하다. 그녀는 눈이 다르다며 다른 황소라고 했다. <강아지똥>의 황소는 속눈썹도 있다며 암컷소라고 ㅋㅋ 그래서 그냥 둘이 부부였을 거라며 결론을 내렸다!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은 이제 <밀짚잠자리> <강아지똥> <엄마까뚜리> 이외에 <황소아저씨> 까지 알게 되었다. 또한, 그냥 그림책을 읽고 넘어갈때랑 이렇게 별것 아닌 활동이라 하더라도 아이와 함께 그 책에 관해 시간을 보내게 되면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아이 어릴때는 거창한 활동으로 뭔가를 해줘보자 마음먹어서 그런지 항상 실천에 못 옮기곤 했는데, 지금은 간단하게라도 뭔가 실천에 옮긴다는 것 만으로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역시 시작이 중하고, 꾸준히는 더 중한듯.




겨울이 다 지나도록 따뜻하게 따뜻하게 함께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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