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파 라히리의 책을 처음 봤다. 이러한 소설전개가 가능하다는 또는 그런 흐름을 가져간다는 것에 당혹감과 얼른 받아들이기 힘듦이 깃든다. 가우리의 삶은 결국에 가서 밝혀진 것처럼 갑작스런 임신과 사별, 그리고 공범으로 인한 죄의식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수바시라는 존재가 없었다면 모든 관계를 끌어당기는 중심점은 사라졌으리라. 모든 관계와 일들은 인과관계로 결정짓지않더라도 여파를 미치고 영향을 주고 받는다. 딸인 벨라의 삶은 저지대의 수용성처럼 마지막으로 고통을 받아안고 그것을 발산하려고 마치 역마살이 붙은 삶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픽션은 픽션이다. 해소되지 않은 엄청난 무게의 고뇌는 충분히 어루만지는 너와 나의 끈덕진 소통과 위로가 필요했으리라.
참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다. 아이티의 리라이팅이라한 작가의 말처럼 가려가려서 적확한 표현을 사용한 것들이 나타난다. 사람을 대하는 배려와 조심스러움, 그러면서도 인생을 살아갈 여유가 구석구석 배여있다. 그렇다고 딱히 무거워 내려앉을 무게도 아닌 것이 널리 회자되었던 소재들도 많이 끌어써서 공감대도 많이 넓히고 있다. 사랑하며 느긋하게 바라보는 눈길을 글을 통해 연습해본 느낌이다.
심리학과 사회복지를 함께 가르치는 한동대 출신답게 두 영역을 적절히 구분하고 또한 연계되는 부분까지 설명하였다. 10대의 눈으로 이해할 수 있게 서술하였기에 더욱 쉽게 심리학을 대관하여 바라볼 수 있었다. 아동기를 거쳐 청소년기, 그리고 성인기까지 나라는 주체가 세워지는 과정을 잘 풀어주었으며 심리학의 발달과 성장을 통해 인류가 받게된 혜택도 소개되었다. 그리고 심리적 면역력을 확보하는 법 등을 얘기하면서 각 개인의 삶을 잘 살아갈 지혜도 전달하고 있다.
임경선 작가 책으론 세번째이다. 자유로울 것, 왠지 편안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무엇이 나를 자유롭게 할까, 삶의 끊임없는 끌어당김 속에 자유는 그냥 쉼이 아닌가하는 착각을 가진다. 그렇지만 자신의 몸과 삶의 조건에서 작가를 선택하고 그 속에서 자기 기준의 최선을 다하는 삶은 그자체로 잔잔한 감동이다. 삶의 명령 속에 무엇이 자유일까? 결국은 나의 주체를 온전히 챙기면서 자신의 생명력을 키워나가는 방향이 자유가 아니겠는가
내가 해보고 싶었던 것을 모두 한, 내가 닿을 바닥을 확인한 사람들은 생에 대해 불태울 의지가 없고 오히려 파괴할 의사만 갖게 되는 것일까?“유디트와 미미”라는 단락의 주인공들은 분명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강하게 자신을 표현하고 당당하게 주변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어쩌면 의뢰인으로 당기는 주인공보다 더 자기 연기에 충실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