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중혁의 감각적이거 이성적인 몸 에세이다. 몸을 주제로 재치있는 얘기들을 담고 있다. 너무 진하지도 그렇다고 연하지도 않은 적절한 경계를 가지고 재미를 자아낸다. 삶의 어느 자리에서도 작가로서 열린 눈과 귀로 육체적 소재와 글감의 연계를 얽어내고 있다. 그러면서 한마디씩 의미있는 말을 남긴다. “시간 앞에서는 답이 없다”말처럼 제법 외울만한 문장들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 책은 제임스 던의 부활에 대한 작은 논증을 보여준다. 왜 빈 무덤 신앙은 유효한가? 예수의 시신 탈취라는 말은 어째서 설득력이 떨어지는가? 최초의 목격자들인 막달라 마리아 등 여성들이 착각하여 무덤장소를 잘못 인지한 건 아닌가? 또는 예수가 죽지않고 건강을 회복해서 무덤에서 나온 건 아냐? 하는 의혹들도 생각해본다. 여러가지 증언들을 선후와 연관된 시기의 기록도 맥락을 이어본다. 그런 와중에 가장 두드러진 반전의 예로 사도 바울을 떠올리고 박해자가 예수를 위한 사도가 되는 변혁은 부활외에 설명키 어려움을 보여준다. 부활은 죽음을 초월한 삶을 바라보게 하게 하는 그리스도인의 창으로 그려진다.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에 대한 기록이다. 첫장은 아우슈비츠를 포함한 네개소의 수용소 체험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혀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잡혀와서 굶주림과 추위와 중노동 그리고 부족한 수면을 또한 계속되는 모멸감 속에서 죽음을 코 앞에 둔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왜 살아야 하는가? 현재의 고통에는 어떤 뜻이 있을까? 이런 것들을 고민하며 기록했던 논문을 남겨야할 이유, 이 생활을 알리기 위해 작가는 야훼의 말씀을 간직하고 아내를 떠올리고 면도를 하며 자신에게 긴장을 유지하고자 했다. 두번째 장에서는 로고테라피의 주 개념으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 사례와 설명을 더하고 있다. 세번째는 비극에 대한 낙관으로 고통에서 의미를 찾아 그로인해 삶의 힘을 다시금 갖도록 하고 있다. 각자의 삶에 시련은 다가온다. 그 시험을 중심으로 성찰할 때 삶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성육신과 부활에 관한 영국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 여왕 윌리엄스의 설교이다. 글을 보면서 한국과 비교되는 것은 정치경제적 현실 속에 말씀이 어떻게 적용되고 느껴지는가이다. 갈수록 개인적 차원에서 국지적으로 소시민적 삶에서만 의미를 가지는 복음을, 로마황제의 완벽한 폭압속에 처한 팔레스타인에서 성육신은 무엇이고 빌라도에 넘겨져 십자가형을 받고서 부활했다는 것이 당대 독재자들에게 어떤 도전을 주고 고난 속에도 하느님에 대한 경건함을 이어가던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희망이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벽이 창이 된 변화, 부활의 기쁨이 생생한 신앙의 신비로 성장할 수 있는 화두를 이 책은 던져준다.
김중혁 작가가 글쓰는 이들에게 건네는 안내서로 보인다. 어떻게 작가가 될 수 있어요.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아요. 하고들 진지한 답답함을 가진 이들에게 나는 어떻게 과정을 밟아왔는지, 그 과정에서 함께 한 도구들은 어떤 것들로 변화되었는지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다만 그림에 대한 것만 특색있는 모습으로 다가오는데 웹툰이 만화의 영역인지 크게 작가의 범위에 드는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마지막 글귀 체스턴의 “하고 싶은 일이라면 서투르게라도 할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문장이 글 쓰고자 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도전을 준다. 책상에 앉는 노력과 무엇이든 글감을 생활 속에서 끌어 포착하는 시도들을 한결 쉽게 하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