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안의 연한 부분이 소리없이 깨어졌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역사적인 거시적인 접근보다 작가는 바로 5.18을 겪은 가족을 찾아간다. 희생한 소년의 기억으로 사건은 진행된다. 내 눈 앞에서 죽음을 맞는 친구, 내가 사랑했던 건넌방 누나, 소년의 삶을 가득채웠을 존재들이 당한 국가가 행한 폭력은 설명할 수 없는 일들로 그 시작점에서 그대로 엉겨 서 있게 만들어 버렸다. 어떤 논리나 근거보다 내 나라 군대의 조준 사격으로 숨지는 어처구니 없는 역사는 정말 반복되지 않아야한다. 소년이 온다. 동호가 양지로 엄마를 끌듯 시민의 삶이 과거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햇살이 내리는 지점에 살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