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진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우리네 삶이 너와 나의 관계이지만 소설 속에 상대에 대한 자세한 관찰과 심리묘사를 담아내는 글은 쉽게 만나지 못한다. 같이 살았던 동성 연인에 대한 묵혀왔던 감정을 하나씩 꺼낸다. 자기중심으로 돌아가기 쉬운 현실에서 반추하며 너를 사고하는 것은 마치 바둑의 복기처럼 성찰의 효과가 있다. 또한 막연히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저와 나의 형편을 중립적으로 보게 하고 때로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으로 수용하게도 된다. 내가 아닌 너라는 생활이 또하나의 타인의 해석을 생각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