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희 소설을 오랜만에 만났다. 지친 몸으로 읽는 동안, 어쩌면 나와 같진 않지만 삶에 찌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가했다. 어딘가 정을 붙이고 싶고 어디에서 모자라지만 나를 키워줄 곳이 필요한 군상들이 하나둘 보인다. 데면데면한 사이, 안정을 찾기힘든 일자리, 그리고 인생의 하반기로 갈수록 더 암울해지는 느낌들이 어울어진다. 극히 저조한 출판성적 속에 냉동고에 매장되어 있던 책들처럼 인생이 저당잡힌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현재 일어나는 일들에 의미없이 대응하는 오늘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