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첫 문장 - 역사로 익히는 과학 문해력 수업
수잔 와이즈 바우어 지음, 김승진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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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어릴 적 학교에서 과학 수업을 들으며 느꼈던 지적 희열감을 다시 떠올릴 수 있는 책이었다.

 그리고, 이 '과학의 첫 문장'의 서론에서 설명하듯 단지 과학 '지식'을 주입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과학이 크게 성장하는 역사적 사건들을 그 배경과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과학적이고 때론 현실적인 문제들을 마주하는 모습들을 통해 단지 '과학적 정보'를 습득하는 것을 넘어, 과학의 발전을 위해 얼마나 과학자들이 고상한, 혹은 미개한 문제들을 피땀 흘려 해치움으로써 지금과 같이 체계가 잡힐 수 있었는지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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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수행되는 양상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일으켰던 저술을 짚어보는 책으로, 과학에 관심 있는 비전공자를 염두에 두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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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일처럼 읽는게 이제 4년차이니 익숙해질 법도 했음에도 책을 읽으며 머리에 열이 오르는게 느껴졌다. 그게 논증, 각종 가설들, 과학적 원리들 등 어려운 용어들을 사용해서 그렇다기엔 아는 이름들이었으니 머릿속에서 가라앉아있던 기억을 떠올리려 머리가 뜨거워졌거나, 혹은 이런 방식으로 과학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은 처음 접하기도 했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이 여느 영화 못지 않아 흥분감에 달아올랐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책 속의 내용은 '과학'을, '진리'가 아닌 세상에 대한 '진실'을 쫓는 과학자 집단이 수 세기동안 세상의 핍박과 경계, 거부감을 이겨내고 어떻게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을 수 있었는지 그 투쟁과 노력을 풀어내는 대서사시처럼 그려낸다. 하지만 그 이야기는 검과 마법이 등장하는 대신, 냉철한 머리와 과학자들 저마다의 '과학'에 대한 집착, 그리고 카메오로 그걸 받쳐주는 돈과 권력이 등장한다. 


 책을 읽어 나갈 수록 '과학자'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 얼마나 비범한 머리를 가지고 있고, 그에 묻힌 얼마나 정신나간 집착을 가지고 있는지 책에서 설명한다. 책을 덮고 나면, 과거에 '과학자'로 이름을 남기기 위해선 먼 옛날 지혜로운 이가 세상에 남긴 지식이 틀렸다는 걸 자신의 삶 전체를 들여서 반박하는데 집착하기도 하고(윌리엄 하비),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는 상식을 고위 권력자들에게 생명줄이 잡히면서도 비틀려고 목숨을 걸고 자신의 확신에 대해 악을 쓰는(갈릴레오 갈릴레이) 사람들이다.

 어지간히도 미친 사람이 아니고선 '과학자'라고 역사에 이름을 남기기엔 그토록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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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비는 자신의 체계가 맞다는 것을 계속해서 증명해나갔다. 그는 갈레노스에 대한 비판이 정당하다는 것을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만들기 위해 실험을 계속했다. 70대가 되어서도 멈추지 않닸다. (..) 이 실험에 대해 하비는 이렇게 결론을 맺었다. '이 실험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봐도 좋습니다. 결과는 여전히 내가 말한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갈레노스의 오랜 권위는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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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자들은 순수하게 '전례 없던 지식'을 찾아내려 노력한 것 뿐 아니라, 그 이상으로 새로운 '옳음'을 각자의 이유로 거부하는 이들을 떨쳐내고 지식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싸웠다. 그 싸움의 주된 적은 '기존의 지식에 뿌리내린 안락함'에 취해 그것을 신념으로 삼은 게으른 사람들이다. 대표적으로는 뿌리가 같은 종교계가 주로 등장하지만, 종교계 뿐 아니라 이익, 이권을 위해 많은 곳들에서 견제를 받았음이 분명하다.


 그 점에서 되짚고 싶다. 과연 그렇게 '과학의 투쟁'이 쌓아올린 세상에 사는 우리는 어떤 이들과 닮아있을까? 당연히 사실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을 답습하여 그들과 비슷한 사고관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하는게 자연스럽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오히려 그 반대다. 사람들과 사회는 더욱 경직되고, 변화를 일으키는 발전과 연구를, 객관적인 사실을 거부하고 낡은 신념만을 고수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람들의 모습에, 어쩌면 본성일지도 모르는 모습에 과학자들이 미치지 않고서는 못 견디던게 아니었을까 싶은, 과학과는 조금 거리가 먼 감상평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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