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오래간만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비가 떨어지는 저녘에 우리 가족은 즐거운 마음으로 아람누리 극장에서 8:00에 하는 ‘마술피리’라는 오페라를 보러 갔다. 처음 ‘마술피리’라는 제목을 들었을 때는 ‘단순한 마법 이야기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의 예상은 깨져갔다. 이 오페라는 원래 모차르트가 독일의 서민용 오페라인 ‘징슈필’의 하나로 만들어졌다. 이 오페라는 밤의 여왕으로부터 자신의 딸을 구해주고 그녀의 적수인 사라스트로를 죽여달라는 요청을 받은 파파게노와 타미노 왕자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처음 여정을 떠날땐 타미노 왕자는 자신이 사랑하는 파미나 공주를 만나기 위해서 침묵, 불, 물등의 시련을 참고 견디면서 조금 더 정신적으로 성숙된 자아로서의 삶으로 다가가게 된다. 이 오페라에서는 다른 오페라들과는 달리 나오는 각각의 인물들은 고유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먼저, 타미노 왕자는 순수한 사랑을 하지만 지혜로써 성숙해지는 인간의 모습, 그리고 왠지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연상케 하는 파파게노는 정신적인 즐거움보다는 술같은 향유의 즐거움을 더 선호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또한 이 오페라에서는, 드라마에서처럼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반전의 묘미도 작용한다. 처음에는 밤의 여왕이 자신의 딸을 잃어버린 슬픔과 사라스트로를 비난하는 노래를 들으며 관객들도 그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가지게된다. 하지만 2막 중반에서, 사라스트로의 “이 성전에는 복수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듣고 관객들은 다시 그는 악인이 아닌 오히려 진정한 지혜를 가진 성인이며 현인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결국 밤이라는 것이 악의 의미를 나타낸다고 하기보다는 밤의 여왕으로부터 사라스트로로 권력의 중심이 바뀌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이 오패라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타미노 왕자가 침묵, 물 ,불의 시련을 파미나 공주를 만나기 위해 참고 견뎌나가는 모습들이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는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를 얻기 위하여 자신의 욕망&욕구를 억제해나가는 모습들이 가슴 아프기보다는 오히려 아름다운 모습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만약 내가 지금 타미노 왕자의 입장에 있다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의심이 들었다. 이 오페라에서는 또한 장면이 바뀌어가고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클라이맥스로 올라갈 때 그에 맞춰 음악이 나오는 것도 하나의 묘미 였던 것 같다. 마치 그 노래를 들으면 자동차를 타다가 엑셀을 밟은 듯,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머리카락이 곤두세워 지는 오묘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오페라를 보면서 왠지 예술의 블랙홀에 빨려드는 것같은 굉장한 스릴감과 즐거움을 느낀 것 같아 오늘밤이 참 행복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예술 공연을 봄으로써 단순히 감각적인 즐거움뿐만이 아닌 타미노 왕자처럼 삶의 지혜를 얻으며 정신적으로서 성숙할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려고 노력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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