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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너에게
박시은 지음 / 아이콤마(주) / 2021년 11월
평점 :

우리들의 10대가, 그리고 지금이 생각나는 책이었어, 이 책 함께 읽어볼래?
작가는 방송을 진행하며 만난 시청자에게 '빛의 속성을 가지신 것 같아요.'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누군가에게 '너는 참 빛의 속성을 가진 것 같아.'라고 듣는 것 어떤 느낌일까. 사람마다 속성이 있다고 가정하자. 사주팔자에 나오는 속성에는 '빛'이 없지만! '참 밝아서 보면 기분이 좋아져.', '에너지가 넘쳐서 보는 사람도 힘이 나게 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는데 그럼 나도 빛의 속성을 가진 걸까? 사실 대외적 이미지와 혼자 있을 때의 이미지는 사뭇 다른 편이라 나도 나를 차마 '빛의 속성'을 지녔다고 말할 순 없겠다. 내가 살아오며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준 일도 당연 있겠지만 또 누군가에겐 '빛의 속성'을 지닌 사람으로 기억되는 일도 있었으면 한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누군가에게 늘 따뜻했던 적은 없지만, 한두 명에게만이라도 내게 따뜻함을 느낀 사람,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기를. 그리고 나에게 '빛의 속성'으로 다가와 준 사람들은 누구였던가 곰곰이 내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15년도 더 전에 쓴 우리의 10대 시절 이야기가 담긴 교환 비밀일기. 이 비밀일기는 내 보물상자 안에 들어있는데 가끔 생각이 나면 친구와 꺼내 본다. 하지만 결코 둘이 함께 열어보진 못한다. 너무 창피하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따로 보다가 너무 창피하여 우리의 그 추억을 찢어버렸던 적도 있다. '야, 이건 진짜 인간적으로 안 된다. 이 내용은 못 보겠다.'하며 말이다. 지금은 그 찢어버린 페이지가 뭐였던가 생각도 안 날 정도인데 너무 아쉽다. 거기엔 무슨 내용이 적혀 있었을까? 거기에 적힌 내용들까지 우리도 우리 나름의 에세이를 만들어보면 참 재미있었을 텐데 - 우리 되게 다사다난했잖아, 나름? 우리의 학창 시절에 조미료 한 스푼 더해서 소설을 써보면 나름 인기 있는 청춘 웹 소설이 되지 않을까?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도 하곤 했다. 박시은 작가의 <빛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너에게>는 작가의 이야기다. 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사람이 보통 비슷한 경험을 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건가?(마치 혼나고 문을 쾅 닫아놓고 엄마가 부르면 '바람이 그랬어!'하며 혼신의 힘을 다해 변명하는 것처럼 말이다.) 너무 친근했고 내게도 같은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잊고 있던 추억을 강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사소한 것 같지만 내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물건, 낯선 중학교에 처음 갔을 때의 느낌, 그곳에서 사귄 친구, '거기서 보자'하면 척 알아들을 만한 나름의 아지트가 있었던 경험, 임원 선거에 나갔던 경험, 동아리 활동을 했던 경험, 친한 친구에게 질투를 했던 경험, 손 편지를 주고받았던 경험, 충분히 억울했던 경험, 직장 내 부조리함에 목소리 냈던 경험 … 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이 책에 담긴 많은 공감 가는 에피소드.
<빛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너에게>. <우리는 언제부터 친구였을까?>, <너와 함께 있으면 그냥 이유 없이 좋아>, <항상 너와 함께 하고 싶어>, <우리, 잘 살고 있는 거겠지?>, <나의 고백들, 반가운 너의 목소리> 총 다섯 장에 걸쳐 어린 시절, 진로 고민하던 대학생 시절, 사회생활을 시작한 초보 사회인 시절들에 대한 회상, 이런 순간들을 함께한 오랜 친구에게 보내는 고백까지 함께 한다.
작가와 친구들도 우연이 모여 인연이 되었다. 나도 그렇다. 예기치 못한 사건들로 지금의 친구들을 만났다. 작가에게 U와 모모라는 친구가 있듯 내게도 그런 친구가 있어 이 책을 읽는 내내 생각이 났다. 참 다행이었다. 이 책을 나눌 사람이 있어서. 에피소드 하나가 끝날 때마다 책 한편 작가가 건네는 말이 있다. 이것이 내게 묻는 것 같아 더 정감이 가는 따뜻한 책이었다.
※ 리딩투데이 서평단으로 도서만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