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와의 대화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6
요한 페터 에커만 지음, 장희창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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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 페터 에커만은 괴테를 천 번 정도 만났다. 가족도 아니고, 연인도 아닌데, 돈으로 묶인 고용자와 피고용자도 아닌데, 한 인간이 한 인간을 천 번이나 만나는 이유는 어떤 '거룩함'과 관련이 있다.

 

삶이 '거룩하게' 달라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괴테와의 대화>는 이 젊은 문학도(요한 페터 에커만)가 거룩하게 달라져가는 과정의 기록이자 그가 괴테를 떠날 수 없었던 이유가 고스란히 담긴 책이다.“

 

전에 김탁환작가님의 <천년습작>을 읽을 때 메모해 둔 문장인데, 이 구절이 나를 <괴테와의 대화>로 이끌었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인데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이제까지 나의 독서는 손이 가는 책을 읽고 나서 책이 마음에 와 닿으면 자연스럽게 작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괴테는 그 명성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시절에 읽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외에 변변히 읽어낸 작품 하나 없었다. 그럼에도 순전히 괴테에 대한 호기심과 에커만이 거룩하게 달라져 가는 과정의 기록이 궁금해 이 책을 읽었다(정확히 말하면 아직도 완독은 못했다). ‘대문호’라는 칭호가 말해주듯, 그리고 이 책에서 ‘그의 작품은 너무나 방대해서 대중화될 수가 없어. 그리고 그의 작품은 비슷한 것을 추구하거나 비슷한 이념을 가지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다(420쪽)’라고 언급되었듯이 그의 작품은 대중에게 쉽게 읽혀지지 않는다. 나 또한 <파우스트>를 읽고 싶어 집어 들었다가 메시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채 중간에 책을 덮었다. 그런 거장 작가를 요한 페터 에커만은 10여 년에 걸쳐 1000번 가량 만나고, 만날 때마다 대화를 기록해 두었다가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요한 페터 에커만이라는 열정에 넘치는 문학 지망생이 아니었더라면, 괴테가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생생한 방대한 주제의 가르침과 괴테의 가족을 비롯한 일상을 우리가 어떻게 엿볼 수 있겠는가. 에커만이 ‘나의 괴테’라고 했듯이 이 기록은 괴테가 에커만에게 자신을 드러낸 결과물이자 에커만이 포착한 괴테의 모습을 묘사한 것에 다름아니다. 하지만 읽으면서 귀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난해한 그의 작품 속에서 괴테를 읽어낼 수 없는 사람이라도 이 책을 통하여 대문호가 세상을 보는 통찰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1권의 중간부분까지는 한마디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 세웠고, 중간 이후에 조금 과식한 듯 늘어지기도 했다. 기분 전환을 위해 읽은 2권 (3부) ‘머리말’을 읽으며 다시 기운을 충전했다. 하지만 3부 본문은 다른 책을 좀 읽은 뒤에 읽을 예정이다.

 

‘만일 에커만이 이 책에 쏟아 부은 열정과 노력으로 자신의 글을 창작했더라면 어땠을까, 이보다 더 훌륭한 작품을 쓸 수 있었을까?’ 그 답은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양서’라고 한 니체의 평으로 대신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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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스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정서웅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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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읽은 책,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에서 인간의 내면에 공존하는 자아와 그림자와의 관계를 잘 나타내고 있는 작품이 괴테의 <파우스트>라는 대목을 보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낭독을 하며 1권을 마치고 2권에 접어들었는데 중간 중간 일이 생겨 띄엄띄엄 읽다보니 흥미도 떨어지고 끝까지 읽지 못했다. 희곡작품이라 지루하지는 않은데,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예전에 읽다 만 <괴테와의 대화>를 읽으려고 한다. 이 책도 다시 읽을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다.

 

책 속으로

내가 너의 노예가 되어 이 세상 모든 영화를 체험하게 해주는 대신,네가 어느 한순간 `멈추어라.너는 너무도 아름답다’라며 휴식을 원하면 그때부터 너의 영혼은 영원히 나의 것이다.(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의 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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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 - 융 심리학이 밝히는 내 안의 낯선 나
로버트 A. 존슨 지음, 고혜경 옮김 / 에코의서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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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끔찍한 성공을 한 적이 있습니까?" 심리학자 칼 융은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묻곤 했다. 융은 왜 성공을 묻는 긍정적인 질문에서 끔찍하다는 표현을 했을까? 융은 긍정적인 측면의 이면에는 반드시 이 일에 수반되는 부정적인 측면, 즉 그림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했다. 그림자란 우리가 외면하거나 숨기고 싶은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이다.

융 분석가이자 심리학자인 저자 로버트 존슨은 이 책에서 우리가 평소 무시하고 억압해온 그림자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삶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그림자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만 인간의 전일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림자와의 대면을 통해 모순과 갈등을 극복하고 완성된 삶에 이르는 과정을 일러준다. ㅡ책 앞날개 중에서

 

무형의 심리가 흐르는 메커니즘을 이렇게 형태가 있는 듯 눈에 보이게 정의할 수 있다는 것에 심리학자에 대한 경외감을 느낀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채 경험한 것들의 존재를 일러주는 듯하다. 삶의 이중성 문제를 극복하여(역설,두 갈등이 서로에게 가르침을 주어서 둘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전혀 새로운 통찰) 자신이 신의 의지를 따른다는 절대적인 확신을 가지고 지난한 내면작업을 통해 진정한 행복과 진정한 영감을 주는 순수한 기쁨의 단계에 이르게 되고, 두 가치(실질적 가치와 종교적 가치)를 다 허용해서 역설적이라는 숭고한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데, 문제는 우리에게 숨겨진 통일성을 볼 능력이 없다는데 있다고 한다. 서구에 전해 내려온다는 "만일 한두 사람만이라도 전일성을 회복한다면 전 세계가 구원될 것"이라는 경구는 전일성을 회복한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 게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자를 타인에게 투사하거나 내던져버리는 길을 가게 되는 것인가. 하지만 "자신의 그림자를 타인에게 투사하면 두가지 면에서 잘못될 수 있다. 첫째, 자기의 어두움을 타인에게 전가하여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 그렇지 않으면 자기 안의 밝은 면을 전가해서 자기 대신 상대방이 영웅이 되어주기를 원한다. 이 경우도 상대에게 대단히 무거운 짐을 지우게 된다. 둘째, 자기 그림자를 내던져버림으로써 스스로 황폐해진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성장과 변화의 기회를 상실하게 되며, 황홀경을 경험할 지렛대의 중심을 놓치게 된다.

 

자신의 경험을 노련하게 권모술수로 악용하는 사람이 있듯이, 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에서 다루는 범주 또한 악용될 소지가 있을 것이다. 하긴 이 또한 자신의 그림자를 타인에게 전가하는 것이 아닌가! 단기적으로 보면 그 길이 빨라보일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을 경험하고, 순수한 기쁨의 단계에 이르게 되고, 황홀경을 경험하는 것이 가장 가치있는 삶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것이 극단적 위험에 빠지지 않고 온전한 삶을 살아내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그 지난한 길을 갈 수 있고 전일성을 회복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고,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의 바램도 이루어질 것이다. 이상적이고 교과서 같은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말이다.

 

책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융을 비롯한 저명한 심리학자나 정신분석가들은 이론과 얼마나 일치한 삶을 살았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그리고 건강한 몸과 건강한 마음으로 자신의 내면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지점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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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밥상 여행 - 대한민국 구석구석 숨겨진 계절의 맛
손현주 지음 / 앨리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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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 1장을, 여름이 되면 2장을... 그렇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들추며 엉덩이 들썩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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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밥상 여행 - 대한민국 구석구석 숨겨진 계절의 맛
손현주 지음 / 앨리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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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부터 시작해서 순서대로 읽어 가다가, '겨울'부터 거꾸로 읽기 시작했다.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에 어디로 떠나면 좋을까? 궁금했을 것이다. 4장, '희고 푸르른 겨울'을 가장 맛있게 읽었다. 꼭 추억이 서린 고향 간월도 이야기가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그 고장 젊은이들에게 '조선의 나폴리'라 불렸다는 통영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고, 마트에서 사서 맛 본 적 있지만 산지에서 먹는 영덕대게는 얼마나 감칠맛이 더할까? 군침이 돌기도 했다. 포항 구룡포에 지천이라는 과메기~ 울산에 사는 동생이 사 온 과메기를 이 번 설에도 나는 그 맛을 배우지 못했다. 몇 면 전에 언니가 사왔을 때 한 첨 먹어보고 그 맛을 알지 못한 후로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내륙지방에 사는 사람이 회를 즐기지 않고 간장게장 맛을 아는데 몇 년이 걸리는 것을 보면 맛을 감지하는 DNA가 작용하는 것 같다. 어쩌면 술 맛을 알아야 과메기 맛을 알게 되는지도 모른다. 술 안주로 맛있게 먹는 걸 보면, 흠. 강원도 대관령을 풀어 놓은 꼭지에서도 오래 머물렀다. 곤드레밥과 황태해장국 맛도 궁금했지만, 298쪽 자작나무 숲은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고 있는 듯 시선을 끌었다. 그래, 대관령에는 겨울에 가야 제맛이겠구나!

 

'초승달이 바다 위로 떠오르면 너 돌아온 줄 여길게.' 싯구같은 제목으로 여는 Travel 16 간월도. 역시 나에겐 겨울 여행지의 백미였고 이 책의 백미로 다가왔다. 한 자 한 자 새기며 읽게 된다. 아무리 유명하고 멋진 바다를 보아도 '바다'하면 떠오르는 것은, 파도리, 학암포, 천리포, 안흥 바다, 몽산포, 청포대, 꽃지, 이름 없는 조개 잡던 바다, 소풍 다니던 작은 바다가 떠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 설에도 친정에서 먹고 온 밥 도둑 어리굴젓이 왜 귀하고 맛있을 수밖에 없는지 273쪽을 보면서 알았다.

 

간월암. 토굴에서 달빛으로 공부하던 무학대사가 천수만에서 바위 사이로 내리는 달빛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는데, 그 바위가 바로 간월암이라고 한다. "마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200년 된 사철나무가 사람을 맞는다. 바람막이처럼 둘러놓은 담장에는 신우대와 팽나무가 기웃거리고, 볕 좋은 날 남쪽으로 앉은 대웅전 마당에는 햇살이 노랗게 쏟아진다. 바다 가운데 있지만 참으로 여유롭다. 바다가 들을까, 부처가 들을까 발걸음도 목소리도 조심스러워지는 곳, 이 절집에 밤이 내리면 파도 소리만 웅웅댈 것이다. 그 밤, 별이 쏟아지고 초승달이 바다 위로 떠오르면 가슴속에 파안이 일렁이겠구나. 그래서 무학대사도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겠구나.(279쪽)" 간월암에 들러 '기와불사'하고 온 그 해,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그래서 더 특별한 곳.

 

봄이 되면 1장을, 여름이 되면 2장을... 그렇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들추며 엉덩이 들썩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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