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밥상 여행 - 대한민국 구석구석 숨겨진 계절의 맛
손현주 지음 / 앨리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들어가는 말'부터 시작해서 순서대로 읽어 가다가, '겨울'부터 거꾸로 읽기 시작했다.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기 때문일 것이다. 겨울에 어디로 떠나면 좋을까? 궁금했을 것이다. 4장, '희고 푸르른 겨울'을 가장 맛있게 읽었다. 꼭 추억이 서린 고향 간월도 이야기가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그 고장 젊은이들에게 '조선의 나폴리'라 불렸다는 통영을 읽는 재미도 쏠쏠했고, 마트에서 사서 맛 본 적 있지만 산지에서 먹는 영덕대게는 얼마나 감칠맛이 더할까? 군침이 돌기도 했다. 포항 구룡포에 지천이라는 과메기~ 울산에 사는 동생이 사 온 과메기를 이 번 설에도 나는 그 맛을 배우지 못했다. 몇 면 전에 언니가 사왔을 때 한 첨 먹어보고 그 맛을 알지 못한 후로 손이 잘 가지 않는다. 내륙지방에 사는 사람이 회를 즐기지 않고 간장게장 맛을 아는데 몇 년이 걸리는 것을 보면 맛을 감지하는 DNA가 작용하는 것 같다. 어쩌면 술 맛을 알아야 과메기 맛을 알게 되는지도 모른다. 술 안주로 맛있게 먹는 걸 보면, 흠. 강원도 대관령을 풀어 놓은 꼭지에서도 오래 머물렀다. 곤드레밥과 황태해장국 맛도 궁금했지만, 298쪽 자작나무 숲은 가까이에서 들여다 보고 있는 듯 시선을 끌었다. 그래, 대관령에는 겨울에 가야 제맛이겠구나!

 

'초승달이 바다 위로 떠오르면 너 돌아온 줄 여길게.' 싯구같은 제목으로 여는 Travel 16 간월도. 역시 나에겐 겨울 여행지의 백미였고 이 책의 백미로 다가왔다. 한 자 한 자 새기며 읽게 된다. 아무리 유명하고 멋진 바다를 보아도 '바다'하면 떠오르는 것은, 파도리, 학암포, 천리포, 안흥 바다, 몽산포, 청포대, 꽃지, 이름 없는 조개 잡던 바다, 소풍 다니던 작은 바다가 떠오르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 설에도 친정에서 먹고 온 밥 도둑 어리굴젓이 왜 귀하고 맛있을 수밖에 없는지 273쪽을 보면서 알았다.

 

간월암. 토굴에서 달빛으로 공부하던 무학대사가 천수만에서 바위 사이로 내리는 달빛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는데, 그 바위가 바로 간월암이라고 한다. "마당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200년 된 사철나무가 사람을 맞는다. 바람막이처럼 둘러놓은 담장에는 신우대와 팽나무가 기웃거리고, 볕 좋은 날 남쪽으로 앉은 대웅전 마당에는 햇살이 노랗게 쏟아진다. 바다 가운데 있지만 참으로 여유롭다. 바다가 들을까, 부처가 들을까 발걸음도 목소리도 조심스러워지는 곳, 이 절집에 밤이 내리면 파도 소리만 웅웅댈 것이다. 그 밤, 별이 쏟아지고 초승달이 바다 위로 떠오르면 가슴속에 파안이 일렁이겠구나. 그래서 무학대사도 달을 보고 홀연히 도를 깨우쳤겠구나.(279쪽)" 간월암에 들러 '기와불사'하고 온 그 해, 그렇게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그래서 더 특별한 곳.

 

봄이 되면 1장을, 여름이 되면 2장을... 그렇게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시 들추며 엉덩이 들썩이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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