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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믿는다, 괜찮다 - 스물여섯 챔피언 김주희의 청춘노트
김주희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6월
평점 :
가난하고 배고픈 복서의 이야기. 그리 생소하지는 않다. 이 책의 저자 김주희 역시 녹록치 않은 환경에서 자라났다. 어머니의 가출과 아버지의 조기 치매, 어려운 가정 형편. 무엇 하나 작고 여린 소녀에게 쉬운 일이 없었다. 심지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학습의 기회조차도 그녀에게는 쉽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가능성은 권투였다. 우연히 언니를 따라 갔다가 맛보게 된 권투는 현실의 모든 시름을 잊게 할 만큼 매력적이었다.
남들처럼 취미로 두려는 것이 아닌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시작한 일. 세상에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로 택한 권투는 그녀의 삶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매일 반복되는 훈련이 고돼도 포기하지 않았고, 권투선수에게는 치명적인 일반인 이하 수준의 체력도 극복해 냈다. 하지만 반복되는 부상과 시련, 혼자 싸워야 한다는 외로움은 그녀를 지치게 했다.
주저앉고 싶을 때 한 발짝만 더 나가고, 한 번만 더 손을 뻗으면 권투는 이긴다. 아마 삶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서 그랬듯 그녀는 다시 일어서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언제나 도전자를 맞아야 하는 챔피언의 운명. 그래서 그녀는 오늘도 쉬지 않고 달린다.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내 전부를 걸고 있는지, 얼마만큼 행복하게 나를 세상에 증명해 보이고 있는지 스스로를 냉정하게 돌아보아야 한다. 모든 승리는 고통을 거름으로 삼는다. 고통의 도가니에 빠져 있을 때,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나는 링에서 계속 배워 갈 것이다.
책에서 고백한 그녀의 말처럼 20대, 가장 빛날 시기에 자신의 비루한 삶을 내보이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열어 보인 만큼, 이제 마음의 짐을 덜고 더 높이 날아오르기를 바란다. 이제 김주희는 가난과 고통이 아니라 ‘희망’으로 기억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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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나는 김주희의 경기가 보고 싶어졌다. 큰 힘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잘 하고 있다고 소리쳐 주고 싶었다.
반짝이는 조명이 내려앉은 사각 링에 선 그녀는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화려한 스팽글 장식의 빨간 운동복이 무색할 만큼 그녀의 땀은 빛났고, 시퍼렇게 멍이 든 채로 부운 눈도 사랑스러웠다.
내게 이 책이 썩 읽기 편하지는 않았다. 사실 난 그렇게 삶이 힘든 적도, 죽기 직전의 절박한 상황에 처한 적도 없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겪었을 그만큼의 좌절과 시련만 겪으며 살아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가슴 아린 감동을 주는 이유는 처절한 삶과 절박한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은 사람에게 주어진 아름다운 결과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