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를 돌보다 - 의무, 사랑, 죽음 그리고 양가감정에 대하여
린 틸먼 지음, 방진이 옮김 / 돌베개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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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 관객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죽음은 아무 예고도 없이 문을 두드린다

탄생에서 죽음으로 넘어가는 것, 그 간격이란 비록 사람마다 다를지라도 결국에는 같은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아는 것과 들춰보는 것은 그 결이 완전히 다른 형태를 띤다.

누군가의 죽음을 목도했을 때, 그리고 그것이 부모의 죽음일 때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연한 속살을 어김없이 드러낸다. 평소에는 가려져 겉으로 드러나지 않음에도 모두 비슷한 모습을 취하고 있을 거라 믿은 나의 어리석음은, 저자가 자신의 어머니를 돌보며 느낀 양가 감정에 의해 산산이 부서졌다.

어머니의 곤경은 저자에게 짐이었다.
어머니의 곤경은 저자에게 자유의 상실이었다.

적응과 저항이 동일선상에서 힘을 발휘하며 어머니를 돌보는 일이 그녀의 일상에 완벽하게 자리 잡지 못한다. 이따금 돌봄을 제공하는 동안 어머니를 향해 느낀 그녀의 불편과 역겨움은 솔직함이라는 색을 입힌다고 하더라도 심상하고 생경한 느낌으로 내게 닿았다.

마음고름을 단단히 메고 벌건 속살을 쉬이 드러내지 않으려 애쓰는 것과
나를 둘러싼 환경에서 느끼는 모든 감정들을 풀어헤치는 것

자전적 이야기는 좀처럼 쓰지 않고,
강한 거부감까지 느끼던 그녀가
풀쳐생각을 하고 이 책을 세상 밖으로 꺼내기까지
그 간극을 메운 단 한 문장이 있었다.
“이 일을 완벽하게 해내기란 불가능하다”

지금도 누군가의 돌봄을 수행하고 있을 수많은 이들에게
저 한 문장이 반듯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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