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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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다는 건 이렇게 그냥 걷는 거야. 하지만 누군가와 이야기를 한다는 건 이렇게 풍경을 보는 게 아닐까? 재작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참 다행이야>라는 책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처음 알게 된 오늘의 주인공, 보노보노. 베스트셀러라고 해서 관심이 가긴 했지만 만화라는 것과 딱히 인상적인 점이 없어서 읽지 않고 넘어갔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하지만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보노보노가 자연스럽게 툭툭 던지는 말들이 하나같이 인상적인, 그야말로 ‘명언의 대가’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를 주저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이유를 묻는다면 뭐, 딱히 할 말은 없다. 그냥 좋으니까 좋아하는 거지. 


포레스케는 지금 행복해? 보노보노를 만든 이가라시 미키오가 직접 선정한 열여덟 편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 하나는 다름 아닌 상대방의 안부를 묻는 보노보노의 말이었다. 짧고 단순하지만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보노보노의 말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보노보노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툭툭 흘러나오는 보노보노의 대사들에 위로를 받고 감동하는 게 아닐까? 순수하고도 진심을 듬뿍 담은 말들이기 때문에. 갑자기 불행과 마주쳐도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 나아갑시다. 보노보노는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이렇게 위로를 해주고 예쁜 말만 하는 보노보노를 어떻게 미워할 수 있겠냐마는. 


모레 일을 오늘 생각해서 뭘 어쩌게?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오랫동안 받아온 보노보노와 보노보노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엄선해 담은 <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는 참 다행스럽게도 만화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해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만화책. 보노보노의 예쁜 대사들과 착한 마음씨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보노보노에게 위로를 받았던 것처럼, 당신도 이 책을 통해서 위로를 받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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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들렌 & 피낭시에 수업 - 작업실 301의 친절한 베이킹 Stylish Cooking 24
권향미 지음 / 싸이프레스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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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서 디저트는 ‘몸에 안 좋은 것’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베이킹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처음으로 어떤 종류의 디저트를 먹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내가 기억하는 한 내 돈을 주고 ‘그럴듯한’ 디저트를 사 먹은 건 아마 피낭시에가 처음이었을 거다. 그만큼 피낭시에는 어린 내 눈에 무척 매력적으로 보였고, 그 이후부터 디저트를 하나씩 정복(!) 해나갔다. 특별히 각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디저트 피낭시에의 레시피가 담긴 책 <작업실 301의 마들렌&피낭시에 수업>은 그래서 더 읽고 싶었다. 피낭시에를 완전히 정복하기 위해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했다. 역시 베이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걸, 그 분야로는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한 번 더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책에 실린 레시피와 사진들을 보면서 잠깐 잊고 있었던 피낭시에의 매력을 다시금 확인했다. 잘 알지 못했던 디저트인 마들렌에 대해서도 제법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최근에는 마카롱이나 티라미수처럼 대놓고 달달한 디저트가 생각났었는데 <작업실 301의 마들렌&피낭시에 수업>을 읽고 나니 묵직한 피낭시에나 마들렌과 같은 디저트가 그리웠다. 과거를 추억하면서 한 입 하려고 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가 지금 허기져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지금 당장은 피낭시에에 끌린다. 아주 많이! 이건 다 <작업실 301의 마들렌&피낭시에 수업>의 후유증이다. 부정하려 해도 부정할 수 없는 아주 명백한 진실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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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는 노땡큐 - 세상에 대들 용기 없는 사람이 뒤돌아 날리는 메롱
이윤용 지음 / 수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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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네가 걱정이 돼서”라는 핑계로 나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을 거부하려 한다. 정말 걱정이 된다면 그저 조용히 교회에 나가 새벽기도나 해주면 좋겠다. 정말 그것으로 족합니다. 속이 ‘뻥’ 뚫린다는 표현은 아마 이럴 때 사용하라고 만들어진 게 아닐까. “내 인생에 간섭하지 말아주세요”라는 일반적인 표현보다 “그럼 새벽기도 해 주세요”라는 말이 훨씬 더 인상적이다. ‘센스 있게’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인 셈이다. 앞에서는 아무 말 못 해도 뒤돌아서 혀를 내미는 메롱과도 같은, 찾아가 따지지는 못해도 조용히 문자를 삭제하는 꼬물거림 같은 책, <이제 너는 노땡큐>. 


끊어버리는 거다. 세상이 내게 준 슬픔 따위. 나는 ‘잠시’ 행복할 권리가 있으므로. 삶을 살아가면서 매일같이 행복하지는 못하더라도 매일 찾아오는 행복을 세상이 주는 슬픔 때문에 잃는다면 그것은 내 손해다. 사회생활이 힘들어서, 인간관계에서 피곤함을 느끼지만 그래도 사람은 계속 살아가야 하니까 어디까지나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는 상대방을 ‘정중히 삭제’하고 그 기분과 상황에 얽매여 있지 않는 것이다. 난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 고개 들고 웃자! 


그 모든 날들을 이렇게 뒷걸음질 치듯 돌아보니 좋으면 좋았던 대로, 아프면 아팠던 대로 풍경이 되는구나. 그러니 산을 만났다고 마냥 울지도 평야를 만났다고 마냥 신나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종착역에 도착해보면 모두가 하나의 내 인생 풍경이었을 테니. <이제 너는 노땡큐>는 삶의 지혜라든가 관계 정리의 팁 같은 것이 들어있지 않다. 그냥 누구나 느꼈을 감정을 글로 담아냈고, 그 속에서 취해야 할 것은 취하고 버려야 할 것은 버리는 깔끔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양한 이유들로 어찌할 바를 알지 못했던 인간관계, 그리고 해묵은 감정들을 정리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들어 준 <이제 너는 노땡큐>. 


내 고생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까. 비록 결과가 세상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래서 남들은 의미 없는 하루였다 말할지라도, 내가 나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 오늘 나는 잘 버텼다. 토닥토닥.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 이윤용의 ‘꼬물거림’과 ‘메롱’과도 같은 작은 행동들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었던 <이제 너는 노땡큐>. 저자의 모습을 본 받아 나도 작지만 큰 발걸음을 내디뎌 보려고 한다. 세상 소중한 나를 위해서, “이제 너는 노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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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
유지별이 지음 / 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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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할 거야. 힘들면 잠시 쉬어가도 돼. 우린 이제 시작이니까. 그냥 위로받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슬픔을 보면서 느낄 법한 ‘상대적인 위안’이나 ‘불행 배틀’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내가 느꼈던 감정을, 그런 기분을 누군가가 이해해 주었으면 했다. 내 인생에서의 해결책은 오직 나만이 찾을 수 있고, 사실 머리로는 해답을 알고 있다는 것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공감과 위로를 계속 원하는 이유는 아마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아주 낯선 사람을 통해서라고 해도 상대방을 통해 ‘혼자가 아니다’는 걸 느끼고 싶었으니까.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내가 아주 이상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매일 내가 선택한 과정이, 걷기로 정한 길이 맞는 길일까 수백 번도 넘게 질문하고 한 발짝 떼는 것도 겁내어 하는 나를 이해해주고 내 심정에 공감해주는 사람을 찾고 싶었으니까. 난 언제나 네 편이니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넌 이미 충분히 벅차도록 소중하니까 같은 말을 듣고 싶었으니까. 


빛나지 않더라도 나를 봐주면 안 돼? 벅차도록 따뜻한 에세이 <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는 따뜻한 제목과 그림체와는 달리 대한민국 고3에 대한 이야기다. 약간 의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가 유지별이는 그가 겪었던 고등학생으로서의 마지막 한 해를 감성적이면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그려냈다. 평범한 일상 속의 이야기부터 학교생활에서 겪었을 법한 일들까지 짧은 글과 바라만 보아도 마음 따뜻해지는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입학과 졸업 시즌에 선물하기 좋은 책’이라는 문구는 왜 달려 있는 것일까 하고 의아했는데, <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를 읽으면서 저절로 이해하게 됐다. 입학 혹은 졸업을 앞둔 사람들은 열이면 열, 책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자신만의 에피소드를 꼭 하나씩은 찾을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들에게 전하는 작가 유지별이의 따스한 위로. 우리 힘내자, 조금만 더. 하지만 너무 무리하진 말자. 우리에겐 많은 시간이 있잖아. 남과 비교하지 말고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 천천히, 조금씩. 


걸음을 늦추고 주변을 둘러봐야 비로소 보이는 작고 소중한 행복의 순간을 보여주고 싶다는 유지별이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용히 미소 지었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의 행복한 순간을 포착해 그려내고 글을 쓰기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작은 배려가 예쁘고 고마워서 <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의 책장을 마구 넘길 수 없었다. 단어 단어마다 유지별이 작가의 빛나는 마음이 숨겨져 있어서 천천히, 조금씩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읽었다. 매일이 행복하지는 않아도, 네가 있어 오늘도 웃는다. 어젯밤과 오늘 새벽은 아마 유지별이 작가와 <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 덕분에 잔잔히 미소 지었다는 건 안 비밀이다. 지금까지 정말 수고 많았어. 시간이 더 지나면 우리가 서로 꿈꾸는 곳에 한 발짝, 다가가 있기를. 유지별이 작가도, 나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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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눈이의 사랑
이순원 지음 / 해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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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라니. 아니, 그렇게 부르지 말고 좀 제대로 불러 봐. 그러면 붉은머리오목눈이. 흔히 ‘뱁새’라 불리는 이 새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이고, 이름은 육분의다. 알을 깨고 나오던 날 아름답게 빛나던 별들을 바라보며 어머니가 지어주신 이름, ‘육분의’. 안녕? 작아서 더 아름다운 별들아. 너희가 내게 이름을 주었구나. 그것은 나 자신의 존재에 대한 무한한 긍지와 사랑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주위 새들은 ‘육분의’라는 이름 대신 ‘육분이’로 부르기 시작했고, 그렇게 육분의는 육분이가 되었다. 


‘육분의’라는 원래 이름 덕분이었던 것일까? 얼떨결에 개명을 당해 육분이로 살아가게 되었지만, 하늘에 빛나는 별을 볼 때마다 자신의 이름 뜻을 되새겼던 붉은머리오목눈이 육분이는 다른 새들보다 더 궁금한 것이 많은 새로 성장했다. 원래 살던 숲에서 멀리 나갔다가 군함에 달린 육분의를 보고, 또 갈매기와의 대화를 통해서 붉은머리오목눈이 육분이가 깨닫게 된 사실은 무척 특별했다. 그래. 문제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야. 우리처럼 많은 것들에게 쫓기며 사는 오목눈이에게 빠른 것이야말로 부러운 일이지. 그렇지만 빠른 것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하지는 않아. 날아가는 속도보다 어디로 갈지, 지금 내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한 위치와 방향을 아는 게 더 중요하지. 이제 내 머릿속에 들어온 육분의로 언제나 바른 방향을 잡고 나는 거야.


‘뱁새가 황새 따라가면 가랑이 찢어진다’는 속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뱁새, 그러니까 붉은머리오목눈이는 그리 긍정적인 표현으로 묘사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무척 작고 빨리 날 수도 없고 늘 쫓기며 살아가는 입장인데다 생명도 짧고 매번 뻐꾸기에게 속는다. 붉은머리오목눈이 육분이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오목눈이의 사랑>을 통해 만난 붉은머리오목눈이 육분이는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다. 짧은 삶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던 육분이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네가 날개를 가진 새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고. 언제 어느 하늘을 날든 그것만은 잊지 말라고. 위에서 잠깐 언급했듯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뻐꾸기에게 늘 속는다. 뻐꾸기는 붉은머리오목눈이의 둥지에 알을 낳고, 붉은머리오목눈이는 뻐꾸기의 알을 품어 부화시킨다. 육분이도 예외가 아니라서 세 번이나 뻐꾸기의 알을 부화시켰다. 하지만 성장한 이후에 자신을 부르러 온 뻐꾸기 가족을 따라 훌쩍 떠나버린 뻐꾸기를 그리워한 육분이는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뻐꾸기를 찾으러 간다. 자신의 어린 새에게 전해줄 귀중한 삶의 교훈을 가지고.


내가 계획한 여행은 그곳까지 늦더라도 하루에 조금씩 떠나는 여행이었다. 속도보다는, 머릿속 육분의로 바른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다. <오목눈이의 사랑>을 읽으면서 붉은머리오목눈이 육분이가 인간보다 훨씬 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 방향보다는 속도가, 과정보다는 결과가 중요시되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너무나도 늦게 깨달을 법한 교훈을 육분이는 다른 새들과의 대화를 통해 깨우쳤고, 그것을 전하기 위해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목숨을 걸고 날아갔다. 원래 이름 육분의의 심오한 뜻처럼, 삶의 깊고도 심오한 뜻을 전한 붉은머리오목눈이, 육분이.


픽션이라고 해도 <오목눈이의 사랑>을 통해 그동안 잊고 있었던 중요한 사실을 기억할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다. 문제는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는 것. 언제 어디서든 그 사실을 잊지 말고 기억하라는 것. 그것이 붉은머리오목눈이 육분이가 새끼 뻐꾸기에게 전하고자 했던, 이순원 작가가 <오목눈이의 사랑>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이야기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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