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
유지별이 지음 / 놀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잘할 거야. 힘들면 잠시 쉬어가도 돼. 우린 이제 시작이니까. 그냥 위로받고 싶었다.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슬픔을 보면서 느낄 법한 ‘상대적인 위안’이나 ‘불행 배틀’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내가 느꼈던 감정을, 그런 기분을 누군가가 이해해 주었으면 했다. 내 인생에서의 해결책은 오직 나만이 찾을 수 있고, 사실 머리로는 해답을 알고 있다는 것도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공감과 위로를 계속 원하는 이유는 아마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일 것이다. 아주 낯선 사람을 통해서라고 해도 상대방을 통해 ‘혼자가 아니다’는 걸 느끼고 싶었으니까.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내가 아주 이상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매일 내가 선택한 과정이, 걷기로 정한 길이 맞는 길일까 수백 번도 넘게 질문하고 한 발짝 떼는 것도 겁내어 하는 나를 이해해주고 내 심정에 공감해주는 사람을 찾고 싶었으니까. 난 언제나 네 편이니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넌 이미 충분히 벅차도록 소중하니까 같은 말을 듣고 싶었으니까. 


빛나지 않더라도 나를 봐주면 안 돼? 벅차도록 따뜻한 에세이 <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는 따뜻한 제목과 그림체와는 달리 대한민국 고3에 대한 이야기다. 약간 의외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가 유지별이는 그가 겪었던 고등학생으로서의 마지막 한 해를 감성적이면서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 그려냈다. 평범한 일상 속의 이야기부터 학교생활에서 겪었을 법한 일들까지 짧은 글과 바라만 보아도 마음 따뜻해지는 일러스트로 표현했다. ‘입학과 졸업 시즌에 선물하기 좋은 책’이라는 문구는 왜 달려 있는 것일까 하고 의아했는데, <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를 읽으면서 저절로 이해하게 됐다. 입학 혹은 졸업을 앞둔 사람들은 열이면 열, 책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자신만의 에피소드를 꼭 하나씩은 찾을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그들에게 전하는 작가 유지별이의 따스한 위로. 우리 힘내자, 조금만 더. 하지만 너무 무리하진 말자. 우리에겐 많은 시간이 있잖아. 남과 비교하지 말고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 천천히, 조금씩. 


걸음을 늦추고 주변을 둘러봐야 비로소 보이는 작고 소중한 행복의 순간을 보여주고 싶다는 유지별이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용히 미소 지었다.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 속의 행복한 순간을 포착해 그려내고 글을 쓰기란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작은 배려가 예쁘고 고마워서 <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의 책장을 마구 넘길 수 없었다. 단어 단어마다 유지별이 작가의 빛나는 마음이 숨겨져 있어서 천천히, 조금씩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읽었다. 매일이 행복하지는 않아도, 네가 있어 오늘도 웃는다. 어젯밤과 오늘 새벽은 아마 유지별이 작가와 <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 덕분에 잔잔히 미소 지었다는 건 안 비밀이다. 지금까지 정말 수고 많았어. 시간이 더 지나면 우리가 서로 꿈꾸는 곳에 한 발짝, 다가가 있기를. 유지별이 작가도, 나도,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