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하게 만드는 하루관리 습관
케빈 크루즈 지음, 김태훈 옮김 / 프롬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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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이라는 것은 참 무섭다시간은 24시간하루 1,440분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히 주어지지만 하루 습관에 따라 어떤 사람은 시간이 부족하고어떤 사람은 할 일을 모두 마치고도 편안한 여가를 즐길 수도 있으니 말이다. [계속하게 만드는 하루관리 습]에서는 우리가 소위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의 하루관리 습관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고 이들이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 지에 대해 배울 수가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책은 학생들에게 적용되지는 못할 것 같다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보았을 때, ‘잘하는 건 당신이 하고 나머지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라는 말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하라는 말일까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성공하는 사람들은 모두 다 아침 6시 이전에 기상해서 하루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루 20분 이상 운동하는 것미루지 않는 것 등은 누구나 본받을 수 있을 만한 자세가 아닐까?

읽는 내내 참 많은 반성을 했다늘 시간이 부족하고할 것은 많지만 하루는 금방 지나가버리니 내일내일모레 하면서 차일피일 미루는 것이 일상이었던 지난날이 떠올랐기 때문이다일의 효율성을 따져 가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하니 불도저처럼 몰아붙인시간이 없으니 잠을 줄인(정말 바보 같은 짓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내 모습은 정말 지금 생각해봐도 부끄럽기 짝이 없다. TV로 엄청난 시간을 빼앗기고(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생각처럼 끊기가 쉽지 않다하지만 이 책을 읽고 줄이기로 결심했다!) ‘나중에를 외치면서 살아가는 게 안타깝지만 내 현실이기 때문이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이 내 일상이었고마감이 코앞으로 다가와야지 그제야 뒤늦게 끄적거리곤 하는 게 평소 모습이었으니까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성공한 사람들의 하루관리 모습을 통해 왜 그들이 성공했는지 알 수 있었다머리로만 알고 행동으로는 쉽게 되지 않는그야말로 고치기 무척이나 힘든 하루관리 습관을 그들은 몸소 실천했고 그렇게 생활했기 때문이다이론적으로 하루관리 습관을 잘 모르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아침형 인간이 되고신선한 아침식사와 운동스케줄러를 활용하고 목록을 작성하면서 해야 하는 일들을 미루지 않고 바로바로 처리할 뿐 아니라이메일 확인이나 전화통화 등 당장 해야 되는 것이 아니면 거절할 줄도 알고 시간을 정해 처리하는 습관이것이 바로 책에 나오는 극적인 하루 변화를 향한 한 걸음이다.

책을 통해 배웠으니 실천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새삼 작가가 참으로 대단하게 느껴졌다시간에 쫓기는 사람과 시간을 다스리는 사람그 둘의 차이점과 미래 모습이 어떻게 달라질 지는 보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을 것이다반성하고 또 반성하면서, ‘성공하기 위한’ 하루습관이 아니라 내 삶에 만족감을 느끼는’ 하루습관이 되길 바라면서 책을 덮었다다가오는 2017년은 [계속하게 만드는 하루관리 습관]이라는 책을 통해 2016년과는 다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새해에 이렇게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참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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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줄 행복에 물들다 - 내 인생을 깨울 바로 그 한마디
이윤호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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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1호 범죄학 박사라는 직함을 가진 작가. 범죄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 것일까? 책에 대한 소개를 읽는 내내 의외다는 반응에 저절로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인간의 본성 중에 선보다는 악을, 사회의 밝은 부분보다는 어두운 면을 바라보아야 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소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줄곧 소개한다는 영어 원문으로 된 명언들. 1365일 매번 아침을 명언과 함께 보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멋있다고 느꼈지만, 생각해보니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있듯 명언 속에서 귀한 삶의 교훈을 얻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분명 다른 점이 있을 것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 ‘인생은 대담한 모험’, ‘초지일관, 성공의 비결’, ‘더불어 사는 행복’, ‘지혜, 인생을 비추는 햇살이라는 굵직굵직한 주제 아래 영어와 한글로 적혀진 명언, 그리고 그와 관련된 저자의 생각. 명언과 작가의 글을 하나씩 읽다보니 어느새 365개를 다 읽어버렸다. 위인들의 의미 있는 말들은 몇 십 년의 세월을 먼저 살아본 사람들의 그동안 살면서 배운 모든 교훈들을 한데 모은 듯 했다.

2016년을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 이 책을 통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게 되었다. 작년과는 다른 삶을 살겠노라고 늘 결심하고 또 결심하지만 그렇게 지켜지지 않는 때가 얼마나 많은가! [하루 한 줄, 행복에 물들다]를 통해 3일마다 작심삼일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작은 희망을 걸어본다.

현 시국을 바라보았을 때, 온갖 새로운 소식들로 컴퓨터와 텔레비전이 도배가 되는 대한민국과 위정자들을 겪어 보는 동안 이 책에서 그들에게 딱 맞는, ‘맞춤형 명언을 하나 읽게 되었다. 나에게 맞는 명언들은 수도 없이 많지만, 이 명언이 하도 강력해 책을 덮고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까지도 계속 뇌리에 새겨진 소크라테스의 말.

“The life which is unexamined is not worth living.”

반성하지 않는 삶은 살아야 할 가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참 여러 가지에 관해 생각에 잠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명언이라 하더라도 영어로 읽으니 참 새로웠고, 영어공부 뿐 아니라 마음까지 다스리는, 12조의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가오는 2017년에는 [하루 한 줄, 행복에 물들다]를 통해 제목 그대로 행복에 가득 물들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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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 - 아빠, 엄마, 네 살, 두 살. 사랑스러운 벤 가족의 웃기고도 눈물 나는 자동차 영국 일주
벤 해치 지음, 이주혜 옮김 / 김영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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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의 원 제목은 [Are We Nearly There Yet?]이다. 단어 그대로 풀이하자면 [우리 언제 도착해요?]가 맞지만, 왜 굳이 [우리 언제 집에 가요?]라는 제목을 썼을까 궁금해 하면서 책의 첫 장을 열게 됐다. 사실 읽을 책 고르기를 할 때 책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꼼꼼하게 본 다음 읽는 스타일은 아니라 그냥 책이 내 눈길을 끌면 읽게 되는 편이라 그저 자동차 영국 일주에 관한 소설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웬걸. 책을 읽기도 전에 작가 벤 해치가 그의 아내 다이나와 함께 여행 가이드북을 썼다는 이력이 있어 깜짝 놀랐다. 그러니까 책 겉표지에 적힌 아빠, 엄마, 네 살, 두 살. 사랑스러운 벤 가족의 웃기고도 눈물 나는 자동차 영국 일주는 모두 다 벤과 그의 가족에게 일어났던 실제 사건들을 모아 놓은 글이라는 것이다. 어렴풋이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 여행 중 누군가가 죽는다는 것을 읽은 기억이 있어 (소설인 줄 알았을 때에는) ‘, 이야기에서 아빠가 여행 중에 죽고 엄마랑 두 아이가 역경을 이기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이야기이겠구나.’ 싶었는데 작가 벤이 여행 중 사고로 죽었다면 이 책이 어떻게 빛을 볼 수 있었단 말인가? 내가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 그리고 새로 [아빠, 우리 언제 집에 가요?]에 대해 알게 된 사실들을 깨달으면서 책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높아져만 갔다.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은 바로 작가의 유머러스함이었다. 전혀 웃기지 않을 법한 상황에도 그와 아내 다이나는 재미있는 상황들을 만들어냈다. 이 둘은 진짜 괜찮은 조합이었다. 대화를 많이 나누는 부부라 서로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많았고, 서로의 결함은 읽는 내가 봐도 정말 재미있기만 했다. 예를 들어, 다이나는 거북이 공포증이 있고, 벤은 박쥐를 무서워한다. 다이나에게 무슨 일로 토라진 벤은 가이드북을 쓰기 위해 방문한 수족관과도 비슷한 곳에서 일부러 거북이가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다이나는 만으로 네 살도 되지 않은 두 어린 아이를 그곳에 남겨두고 줄행랑을 친다. 벤을 원망하면서. 벤은 시치미를 뚝 떼고 거북이가 있는 줄 몰랐다고 하지만 함께 산 지 15년도 훨씬 더 된 두 사람이니까 거짓말 하는 것은 금방 알았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도 복수를 하는구나. 참 두 사람의 유쾌한 케미가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나는 결혼을 경험해 본 적도 없고, 아이를 키워본 적도 없지만 어린 두 아이를 데리고 여행 떠난다는 것 자체가 미친 짓이라는 것은 안다. 당일치기나 일주일도 아니고. 이 두 사람은 어린 아이들과도 함께 떠날 수 있는 곳이라는 주제를 잡고 무려 다섯 달 동안 차 한 대 안에서 몇 달 동안 생활할 때 필요한 모든 물건들과 함께, 매일 호텔을 바꾸어가면서 여행을 했다. 다행히 그들이 쓰는 글은 미국의 여행 가이드북과 관련해서는 제일 큰 출판사인 프롬머에서 출판될 것이기 때문에, 그들이 묵었던 호텔과 방문하는 음식점, 여행하는 장소들은 모두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매일 숙소를 옮겨 다녀야 했고 가이드북에 맞는 여행지 근처에 있는 숙소를 자신들이 직접 찾아야했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 챙기는 것도 바빠 제대로 빨래 한 번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책에서 나온 내용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들 중 하나인데, 옷을 제대로 빨지 못해 네 가족에게서 모두 다 냄새가 났고, 차 안에서 먹고 나서 버린 음식들과 먹다 버린 것들(네 살, 두 살 아이들이니까)에서 나는 냄새가 장난이 아니었다고. 얼마나 심했으면 여행 책자를 건네주려던 사람의 얼굴 표정에서 감출 수 없었던 냄새의 당혹스러움’, ‘냄새의 역겨움을 작가가 보았노라고 했다. 그 다음 번에는 차 안에 얼굴을 넣지 않고 바깥에서 손으로 건네주었다고. 또 사고가 나서(작가 차량의 잘못이 아니다) 차가 심하게 훼손돼 폐차해야하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는데, 이들의 어린 딸 피비는 새 차에서(렌터카)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며 냄새가 나서 차를 바꾼 거야?”고 묻기도 했다. 처음에는 냄새가 나지 않았던 그 차에서도 나중에는 스멀스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한 것은 작가의 독백이었다. 작가 벤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같은 병으로 돌아가시게 됐다. 암이었는데, 얼굴과 눈이 노랗게 변하자 걱정되는 마음에 병원을 찾았던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병명이 암이라는 것과, 남은 날은 몇 달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이드북을 쓰기 위해 영국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었던 벤은 여행 중 틈틈이 아버지를 뵈러 갔고, 전화도 했을 뿐 아니라 편지도 쓰기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병원에서는 항암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나중에는 항암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벤과 그의 가족에게 희망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나중에는 검사결과로 항암치료가 불가능하다고 하면서 참 가슴 아픈 말을 한다. “아버님이 몇 달이나 살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몇 주 남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아드님께는 며칠 남았다고 말하겠습니다. 이렇게 나쁜 소식을 전하게 되어 진심으로 유감입니다.”(417)

이 부분을 읽는 내내 눈물이 앞을 가려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다. 작가는 결국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한 뒤 곧바로 복귀해 여정을 계속한다. “아버지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벅차게 부풀어 오르는데, 그래서 전화를 걸어 이야기하고 싶은데, 순간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더는 전화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깊이 절망했다.”(478) 여행 중의 즐거운 소식이나 앞으로 갈 곳들에 대한 이야기꽃을 아버지와 피웠지만 더는 말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벤은 진심으로 절망한다. 이 책을 집필하느라 또다시 아버지와의 추억을 되새겼을 작가의 진심어린 고백이 읽는 나에게도 전달될 만큼 진정성이 있었고, 그것을 느끼고 나도 함께 절망했다.

우여곡절 가득했던 여행길. 영국을 한 번도 방문한 적 없었던 나이기에, 또 이런 부류의 책일 것이라고는 예상치도 못했던 나에게 이 책은 참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가이드북을 집필하는 사람들에게 존경심마저 생겼다고 해야 할까.

책을 덮는 순간, 끝났다는 기쁨과도 함께 여태껏 벤의 가족들의 여행길을 함께하면서 이렇게 끝났다는 허무함이라는 감정이 함께 몰려왔다. 여행이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벤의 여행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게 인생이고 여행이다. 계획은 세워두었지만 돌발 상황은 언제든지 발생하고, 원하지 않는 일도 일어난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 슬픔, 기쁨 등 다양한 감정들도 느낄 수 있었다.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재미있고도 유쾌한 벤과 그의 가족들의 여행이었지만, 동시에 마음 아픈 일들도 일어난 것을 함께하게 되어서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 벤의 가족은 또 어느 곳으로 여행을 가게 될까 기대를 하면서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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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떨어진다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9
제임스 프렐러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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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짓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나는 영원히 후회할 거다. 맨 처음 저지른 실수가 에베레스트 산 아래로 굴러 내려간 눈덩이가 되었다. 단 하나의 실수로 결국 눈사태가 일어나버렸다.”(135) ‘언어라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것 같다. 사랑, 우정과도 같은 아름다운 단어들을 묘사하거나 소통할 때 사용되는 한편, 인용한 문구에서 나온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기는 이중적인 모습을 갖고 있으니까 말이다. [누구나 떨어진다]는 평범한 소년 샘이 따돌림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을 택한 소녀 모건을 생각하면서 쓴 일기장 형식의 글로, 피해자 입장에서 재조명되기 보다는 한 명의 방관자로서 죄책감을 안고 괴로워하는 한 아이의 진중한 모습을 그려냈다.

샘은 정말 평범한 아이였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어디에서든 평범함 그 자체였다. 그러던 샘은 우연히, 정말 우연히 모건이라는 소녀를 만난다. 샘은 엄마의 등쌀로 하는 수 없이 참여하게 된 자원봉사 자리에서 모건을 만난다. 두 사람 사이에 별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 날 이후로 반려견과 산책 중일 때마다 마주치면 샘과 모건은 한두 마디 정도는 섞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샘은 점점 모건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같이 영화를 보러 갈 정도로 돈독한 사이가 됐다. 하지만 샘은 모건에 대해 간과하고 있던 것이 있었다. 바로 모건이 학교에서 유명한 왕따라는 것이다.

시작은 전부 다 아테나였다.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뻐서 올림포스 산에서 내려온 여신이라는 호칭이 붙을 정도로 유명한 아테나는 이유 없이 모건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테나와 친구가 되고픈 마음에 많은 아이들이 동조했고, 함께 하지 않을 경우에는 모건과도 같은 처지에 놓일 까 겁이 나 침묵한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아테나는 게임을 하나 만들었다. 이름하야 왕따 게임. 샘은 일기에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도 재미없는 게임이라고 적었는데, 아테나는 정말 잔인하고도 나쁜 아이였다. 게임의 규칙은 이러하다. 한 사람의 사물함에 아테나가 빨간 글씨로 적힌 잡았다. 네 차례쪽지를 넣어 두면, 24시간 안에 모건의 SNS에 익명으로 험담하는 글을 게시하는 것이다. , 이 게임은 비밀로 그 누구에게도 언급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쪽지는 다시 아테나의 사물함에 넣어 두면 게임은 끝이다. 샘은 나중에 모건과 친구가 된 이후에 아테나에게로부터 쪽지를 받게 되었는데, 이 때 많은 고민 끝에 결국 샘은 게임에 다시 참여하게 된다. 게임의 일원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모건과 같은 상황에 처해질 게 뻔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모건을 모욕적으로 비난했다. 사람을 걸레에 비유하고, ‘못생긴 뚱뚱이라며 외모를 비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도덕적인 관념이 깨어 있다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나 떨어진다]를 통해 어린 아이들조차 여론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 사실로 인해 많이 괴로움을 느꼈다. 처음에는 단지 장난으로, 게임처럼 시작되었던 이 왕따 게임은 결국 한 아이의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를 낳았고 이 모든 것을 목격하고 바라본 샘은 일기장에 모든 것이 가식덩어리들이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조차 가식에 가득 찬 사람이라고.

생각해보면 샘의 말은 지극히 옳다. 모건의 자살과 관련이 있는, 그러니까 아테나의 게임에 참여하고 SNS에 익명으로 추잡스러운 말을 적은 아이들은 모건의 자살 이후 하나같이 자살 예방 캠페인이나 그것과 관련된 행사들에 참여하는 한편, 죄책감을 가지진 않았다. 오히려 샘이 전교생들 앞에서 모건의 죽음과 관련된,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안에서 얼마나 인간이 잔인해질 수 있는 지에 대해 발표한 이후, 아테나는 왕따 게임의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샘을 때린다(물론 아테나가 때린 것은 아니고 힘이 센 다른 아이를 데려와서 때리게 했다.). 모건의 죽음 이후, 아테나는 아이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 당사자가 됐다. 모건은 피해자, 아테나는 가해자가 된 것이다. 샘이 공개적으로 왕따 게임에 대해 발설한 이후로 아테나는 두려움에 떨었고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가게 된다. 그런데 아테나가 모건을 괴롭힌 원초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다름 아닌 남자친구 때문이었다. 한 어린 아이의 죽음, 그리고 또 다른 아이의 잔인한 괴롭힘의 이유가 남자친구 때문이었다니.

시중에 넘쳐나는 왕따나 따돌림, 학교 폭력과 관련된 이야기 중에서도 아마 [누구나 떨어진다]는 독보적인 책이 될 것이다. 따돌림을 당하고 싶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절친이 왕따 당하는 상황을 보면서도 동조하고 묵인할 수밖에 없는 한 소년, 그리고 자신의 절친에게 따돌림 당하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힘든 지, 잔인하고도 포악한 일인 지 털어놓지 않는 소녀. 만약 샘이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더라면, 만약 모건이 샘에게 고충을 털어놓았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모건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모건을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한 샘은, 모건을 위한 일기가 거의 다 쓰일 무렵 책의 말미에 이렇게 고백한다. “넌 죽지 않았어. 여전히 네가 지나갈 때면 빛이 반짝거려. 반딧불이 안에서 반짝이다 사라지지. 내 방 창문 밖에서. 불가항력의 여름 밤. 내가 꼭 기억할게. 하나도 빠짐없이. -네 친구, 샘 프록터늘 같은 내용의 반복이지만, 내가 원하는 바는 딱 하나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깨닫는 것.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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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어때서
왕수펀 지음, 쉬즈홍 그림, 심봉희 옮김 / 챕터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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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일명 괴물이라고 놀림 받는 아이들이 뭉쳐 복수극을 꾸미는 아이들의 이야기. 제목부터가 조금 충격적이었다. [괴물이 어때서]. 나 스스로를 괴물로 인지하고, 이에 자기 역시 인정하면서 오히려 반문하고 있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괴물이 뭐? 괴물인 게 뭐가 어때서?

저자는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임과 동시에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다. 학교 폭력이나 왕따와도 같은 문제에 노출이 돼 있어 그가 쓴 글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주로 다루고 있다. 작가가 중국인이라 [괴물이 어때서]에서 다룬 내용이 왕따와 관련된 일인 만큼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볼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예상했던 결과가 나와 슬프고 속상하기까지 했다.

부자인데다가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한 마디로 모든 걸 가진 소녀 장중신. 홀어머니 밑에서 단 둘이 살아가고 있고 냄새 난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받는 뚱뚱한 소년 양카이. 가부장적이고도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 소년 루웨이양. 장중신은 우연히 루웨이양이 선생님 옆의 외톨이 책상이 적어 놓은 버림받은 괴물, 저주받은 괴물이라는 글귀를 보고 자신만이 외톨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학교의 여러 반을 돌아다닌 끝에 괴물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던 양카이와 루웨이양을 불러 괴물 클럽을 창단한다.

자신들을 괴롭히고 괴물이라고 불렀던 아이들을 향한 통쾌한 복수를 꿈꾸며 모인 아이들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주변 어른들의 시선에 맞추어 반응한다고 생각됐다. 재채기로 자신의 옷에 콧물이 튀었다며 메스껍다는 표정을 지었던 선생님으로 인해 장중신은 자신에게 늘 우호적인 반응을 보였던 아이들에게서 역겹다는 말에 계속해서 시달려야 했고, ‘너 어제 안 씻었니?’하는 선생님의 말 한 마디로 씻지 않는 아이가 되어 아이들에게서 따돌림을 받게 된 양카이, 그리고 권위적인 아버지에게 반항하며 불만을 품고 무엇이든지 비관적으로 바라보게 되어 이상한 아이로 낙인찍혀 버린 루웨이양까지. 스스로 괴물이 되길 자청한 아이는 단 한 명도 없었지만,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다른 사람에 의해 이 세 아이들은 괴물이 되었다.

이 책에서는 괴물이라는 존재가 나와는 다른 존재라는 것을 부정적으로 말한 것 같다. 책에서 작가가 머리말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도 괴물이다. 우리 모두에게는 괴물이 될 권리가 있고, 괴물이라는 것에 대해 속상해하거나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 모두는 각기 다른 존재로 태어났고 똑같은 부분은 전혀 존재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나와는 다르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괴물로 낙인찍고 따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어린 나이일수록 이런 일에는 사회의 반응이나 주위 반응에 동조하게 되는 게 쉽다. 특히 어른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 아버지를 미워하면서도 아버지의 모습을 닮은 루웨이양, 선생님의 잘못으로 역겨운 아이씻지 않는 아이가 된 장중신과 양카이를 보며 씁쓸한 마음이 생겼다.

중국의 따돌림 문제도 한국 못지않게 심각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가 중국인임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예상했던 것처럼 한국의 따돌림 문제와 비슷했고, 이야기의 전개나 구성 자체가 비슷한 부분이 많이 있어 따돌림은 과연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함께 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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