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떨어진다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9
제임스 프렐러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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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짓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고 나는 영원히 후회할 거다. 맨 처음 저지른 실수가 에베레스트 산 아래로 굴러 내려간 눈덩이가 되었다. 단 하나의 실수로 결국 눈사태가 일어나버렸다.”(135) ‘언어라는 것은 참으로 이상한 것 같다. 사랑, 우정과도 같은 아름다운 단어들을 묘사하거나 소통할 때 사용되는 한편, 인용한 문구에서 나온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기는 이중적인 모습을 갖고 있으니까 말이다. [누구나 떨어진다]는 평범한 소년 샘이 따돌림을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을 택한 소녀 모건을 생각하면서 쓴 일기장 형식의 글로, 피해자 입장에서 재조명되기 보다는 한 명의 방관자로서 죄책감을 안고 괴로워하는 한 아이의 진중한 모습을 그려냈다.

샘은 정말 평범한 아이였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어디에서든 평범함 그 자체였다. 그러던 샘은 우연히, 정말 우연히 모건이라는 소녀를 만난다. 샘은 엄마의 등쌀로 하는 수 없이 참여하게 된 자원봉사 자리에서 모건을 만난다. 두 사람 사이에 별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 날 이후로 반려견과 산책 중일 때마다 마주치면 샘과 모건은 한두 마디 정도는 섞고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샘은 점점 모건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었고 같이 영화를 보러 갈 정도로 돈독한 사이가 됐다. 하지만 샘은 모건에 대해 간과하고 있던 것이 있었다. 바로 모건이 학교에서 유명한 왕따라는 것이다.

시작은 전부 다 아테나였다. 학교에서 공부도 잘하고 얼굴도 예뻐서 올림포스 산에서 내려온 여신이라는 호칭이 붙을 정도로 유명한 아테나는 이유 없이 모건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테나와 친구가 되고픈 마음에 많은 아이들이 동조했고, 함께 하지 않을 경우에는 모건과도 같은 처지에 놓일 까 겁이 나 침묵한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아테나는 게임을 하나 만들었다. 이름하야 왕따 게임. 샘은 일기에 지금 생각해보면 하나도 재미없는 게임이라고 적었는데, 아테나는 정말 잔인하고도 나쁜 아이였다. 게임의 규칙은 이러하다. 한 사람의 사물함에 아테나가 빨간 글씨로 적힌 잡았다. 네 차례쪽지를 넣어 두면, 24시간 안에 모건의 SNS에 익명으로 험담하는 글을 게시하는 것이다. , 이 게임은 비밀로 그 누구에게도 언급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쪽지는 다시 아테나의 사물함에 넣어 두면 게임은 끝이다. 샘은 나중에 모건과 친구가 된 이후에 아테나에게로부터 쪽지를 받게 되었는데, 이 때 많은 고민 끝에 결국 샘은 게임에 다시 참여하게 된다. 게임의 일원이 되지 않는다면 결국 모건과 같은 상황에 처해질 게 뻔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모건을 모욕적으로 비난했다. 사람을 걸레에 비유하고, ‘못생긴 뚱뚱이라며 외모를 비난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도덕적인 관념이 깨어 있다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누구나 떨어진다]를 통해 어린 아이들조차 여론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 사실로 인해 많이 괴로움을 느꼈다. 처음에는 단지 장난으로, 게임처럼 시작되었던 이 왕따 게임은 결국 한 아이의 생명을 앗아가는 결과를 낳았고 이 모든 것을 목격하고 바라본 샘은 일기장에 모든 것이 가식덩어리들이라고 말한다. 자기 자신조차 가식에 가득 찬 사람이라고.

생각해보면 샘의 말은 지극히 옳다. 모건의 자살과 관련이 있는, 그러니까 아테나의 게임에 참여하고 SNS에 익명으로 추잡스러운 말을 적은 아이들은 모건의 자살 이후 하나같이 자살 예방 캠페인이나 그것과 관련된 행사들에 참여하는 한편, 죄책감을 가지진 않았다. 오히려 샘이 전교생들 앞에서 모건의 죽음과 관련된,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안에서 얼마나 인간이 잔인해질 수 있는 지에 대해 발표한 이후, 아테나는 왕따 게임의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샘을 때린다(물론 아테나가 때린 것은 아니고 힘이 센 다른 아이를 데려와서 때리게 했다.). 모건의 죽음 이후, 아테나는 아이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는 당사자가 됐다. 모건은 피해자, 아테나는 가해자가 된 것이다. 샘이 공개적으로 왕따 게임에 대해 발설한 이후로 아테나는 두려움에 떨었고 결국 다른 학교로 전학가게 된다. 그런데 아테나가 모건을 괴롭힌 원초적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다름 아닌 남자친구 때문이었다. 한 어린 아이의 죽음, 그리고 또 다른 아이의 잔인한 괴롭힘의 이유가 남자친구 때문이었다니.

시중에 넘쳐나는 왕따나 따돌림, 학교 폭력과 관련된 이야기 중에서도 아마 [누구나 떨어진다]는 독보적인 책이 될 것이다. 따돌림을 당하고 싶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절친이 왕따 당하는 상황을 보면서도 동조하고 묵인할 수밖에 없는 한 소년, 그리고 자신의 절친에게 따돌림 당하는 것이 얼마나 괴롭고 힘든 지, 잔인하고도 포악한 일인 지 털어놓지 않는 소녀. 만약 샘이 조금만 더 용기가 있었더라면, 만약 모건이 샘에게 고충을 털어놓았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모건의 죽음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모건을 위해 일기를 쓰기 시작한 샘은, 모건을 위한 일기가 거의 다 쓰일 무렵 책의 말미에 이렇게 고백한다. “넌 죽지 않았어. 여전히 네가 지나갈 때면 빛이 반짝거려. 반딧불이 안에서 반짝이다 사라지지. 내 방 창문 밖에서. 불가항력의 여름 밤. 내가 꼭 기억할게. 하나도 빠짐없이. -네 친구, 샘 프록터늘 같은 내용의 반복이지만, 내가 원하는 바는 딱 하나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깨닫는 것.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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