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이혼 2
모모세 시노부 지음, 추지나 옮김, 사카모토 유지 원작 / 박하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득 앞을 보니 유카가 늘 앉아 있던 의자가 있다. 미쓰오는 일어나 핸드폰을 든 채 그 의자에 앉았다. 유카의 눈에는 이 집이 어떻게 비쳤을까.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남남이 되었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여전히 한 지붕 아래 사는 한 부부. ‘결혼한 줄 알고’ 함께 살며 남편의 바람기에도 눈을 감아주었지만 모든 것이 밝혀지면서 상대방을 잊고 새 출발을 하려는 여자와, 그런 상대에게 용서를 구하는 한 남자. ‘님’에서 한 획만 그으면 ‘남’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애정과 증오의 선을 아슬아슬하게 지나다니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한 책 안에 모두 다 들어 있었다. <최고의 이혼>, 그 두 번째 이야기에 말이다.


그거 아십니까? 사랑은 하는 게 아니라 빠지는 겁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마음과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 같지 않다는 느낌과 ‘홧김’이 합쳐져서 그렇게 하게 된 이혼은, 결혼만큼이나 재빠른 결정이었다. 그런데 하고 보니까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탓일까? 근처에 살고 함께 살기 때문에 자꾸 눈에 밟히던 점이 있었던 걸까? 다 비워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던 무언가 때문에 신경이 쓰이고, 상대방이 했던 말들과 그 잔상이 눈앞에 아른거리기 시작한다. 중요한 게 한참 지나 뒤늦게야 찾아오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게 사랑이든 증오이든, 무엇이든 간에!


당신을 올려다보거나 내려다보거나 훔쳐보거나 빤히 보거나 그런 일이 무엇과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네 사람 모두 재결합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최고의 이혼>에서 느낀 점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사랑의 방식이 달랐던 것이지, 사랑하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는 것. 사랑의 표현이 달랐던 것이지, 사랑하지 않았던 건 아니라는 것을. 여전히 상대방을 향한 설렘 포인트와, 좋아하는 부분은 존재했다. 상대방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은 것은 결국 자신에 대한 믿음과 자존감 하락이 한몫을 했고, 대화를 줄게 만든 환경 변화와 칭찬의 유무가 이 모든 것의 원인이었다. 이 일을 통해서 당사자들과 <최고의 이혼> 두 번째 이야기를 만나는 사람은 모두 다 느꼈을 것이다. 작은 변화의 시작은, 관점 바꾸는 것으로부터, 서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을.


언제 이별이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은데 좋아한다는 걸 깜빡하고 산 거야. <최고의 이혼>을 덮는데 갑자기 한 문장이 머리를 관통하고 지나갔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말. 생각해보면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과 그 기쁨을 기억하고 있다면, 언제나 곁을 지키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과연 상대방을 함부로 대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이 소중하듯 상대방도 소중하다고, 서로를 배려하면서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혹시나’ 상대방의 소중함을 잊게 되었다면, <최고의 이혼>을 만나면서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차태현, 배두나 배우의 훌륭한 연기로 재탄생된 드라마 <최고의 이혼>을 보는 것도 괜찮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조성일 지음, 박지영 그림 / 팩토리나인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존재만으로도
미소 짓게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오늘,
그런 사람을 잃었다.

점점 자라면서 인간관계가 버겁고 힘들어짐을 느낀다.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는 것보다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 몇만 있는 걸
전부터 선호해 왔기 때문인 걸까.

그렇기 때문에 마음이 맞는 친구를 떠나보내면
떠나보낼 때는 예상치도 못했던 엄청난 고통을
그렇게 나 홀로 감당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만남과 이별을 꺼린다.
아니, '두려워한다'가 맞는 표현일 것이다.

나는, 만남과 이별을 두려워한다.

/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지만
너를 사랑했던 그때의 열정만은 지키고 싶어.

이제는 서먹해진 누군가를 떠올리면서 읽었다.
가을이고 새벽이라 평소보다 더 센치해진 어느 날,
갑자기 맞닥뜨린 
첫사랑을
뜬금없이 소환하기까지 하면서.

그런데 뭔지 알 것 같았다.
내가 사랑했던 그 때의 너는 지금 존재하지 않아도,
너무 많이 변해버려서 내가 좋아하던 네 모습은 이제 없어도,
그 당시에 좋아했던 순수한 모습과 그 추억만은
아직까지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

지금의 너는 좋아하지 않아도
내 기억 속에 오롯이 존재하는 그 당시의 너는,
아직까지도 좋아하고 있다는 것.

/
언젠가 마주칠 날이 있겠지만 다시 인사하고 싶지 않다.
내 첫사랑이자 가장 미운 사람아.
잘 지내라.

이별은 언제나 슬픈 법이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법.

디테일이 덜해서, 그 분위기만을 이야기해서
더욱 더 몰입해 읽기 좋았던
'첫사랑 소환' '이별 소환' 에세이 
<우리는 각자의 말로 사랑을 했다>.

이별을 막 겪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이별의 아픔과 상처가 약간이라도 무뎌진 다음에,
그 다음에 읽는 게 어떻겠냐고 추천하고 싶다.

잘 지낼게요.
아주 잘 지내고 있을게요.
오래 떨어져 있을 테니까
오래 잘 지낼게요.

그리고 '잘 지내고 있다'고,
보란듯이 '잘 사는 건' 어떻겠냐고 말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이번리의 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7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정지현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모험을 즐기는 것은
어떤 이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야.
하지만 모험을 즐기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

모험을 사랑했던 빨간 머리 소녀 앤.
재잘재잘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면서
언제나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던 이 소녀는
어느덧 열일곱 살이 되었다.

전보다는 성숙해지고 생각도 깊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은 상상하는 것을 
그만두지 않는다.
약간의 상상력을 더하면 
뭐든지 더 재미있어 보이기 마련이니까.

오랜만에 <에이번리의 앤>을 통해 만난
열일곱 살의 성장한 앤은,
정말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난 듯한
그런 감정을 주었다.
앤, 너, 여전하구나!

/
앤의 미소나 말 한마디는
사람들에게 최소한 그때만이라도
햇살처럼 환한 빛을 주었다.
희망과 사랑, 선함으로 가득했다.

앤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상상력 풍부하고, 밝고,
계속 웃음짓도록 만드는 이 소녀와
친구가 되고 싶었고, 닮고 싶었다.

오랜만에 만난 앤은 여전했다.
선한 능력으로 꽉 차 있는 앤.
슬픔을 겪었지만 더 큰 사람으로 성장한
본 받고 싶은 앤.

/
우리는 아름다운 것만 찾을 거고
그밖에 다른 것은 보지 않을 거야.
'따분한 근심 걱정 따위는 잊어버려!'

그냥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은 날이 있다.
한없이 우울해서 내 주위 사람들도 우울하게 만들까 봐
말 꺼내기도 두려워지는 그런 날.

그런데 한없이 긍정적인 친구 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저절로 나도 밝아지는 게 느껴진다.
그게 <에이번리의 앤>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감정이자,
앤이 가진 가장 큰 힘이다.
상대방에게 좋은 기운을 주는 것.

/
<에이번리의 앤> 속에서는 더 나은 세계를 향한
도약을 준비하는 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었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좋은 감화를 끼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앤의 모습과,
여전히 생기 발랄한 열일곱 살 소녀의 모습까지도.

다이애나와의 우정 이야기와
내심 가장 기대했던 길버트와의 사랑 이야기는
그럭저럭 무난하게 흘러갔다고 볼 수 있겠다.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
<빨간머리 앤>의 후속작이라
읽는 데 더 걱정이 많았던 <에이번리의 앤>.
전작에서 느꼈던 감동과 그 감정선을
계속 이어가지 못할 것 같아 노심초사했다.

그렇지만 새로운 모습의 앤과,
언제나 궁금했던 그 이후의 이야기도 만날 수 있어서
더없이 즐거웠던 <에이번리의 앤> 읽기.

앤의 대학 생활과 에이번리에서 벌어질
그 이후의 이야기가 더욱 더 기대되는 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2 세트 - 전2권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뉴욕 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레이철은 같은 대학의 교수인 닉과 교제한 지 꽤 되었다. 태생은 중국이지만 아주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을 온 레이철, 싱가포르에서 태어났다지만 영국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닉.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아름다운 커플이었고, 서로에 대한 믿음은 매우 견고했다. 하지만 레이철에게, 닉은 뜻밖에도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한 제안을 한다. 그는 고향으로 장거리 여행에 그녀를 초대했다. 더군다나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함께 참석하자고 한다. 이것이 정말 그녀가 짐작하고 있는 바를 암시하는 것일까?


이곳은 아시아야. 첫인상을 전부 믿을 수는 없어. 이곳에서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도 튀지 않으려고 노력해. 대부분의 경우, 넌 네가 억만장자 옆에 서 있어도 그걸 전혀 모를 거야. 아시아 방문이 처음이었던 레이철. 닉의 고국 싱가포르에서 만난 대학시절의 친구의 말이 암시였던 것일까? 그렇다, 레이철의 바로 옆에 있는 닉은 진정한 억만장자였고, 그의 가족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마어마한 부를,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만큼의 부를. 


나도 이 사람들이 누군지는 전혀 모르겠어. 그런데 한 가지는 확실해. 이 사람들은 신보다도 부자야. 그저 남자친구의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싱가포르로 갔던 레이철은, 예상과 다르게 남자친구의 가족들을 만나고, 그들의 어마어마한 부와 생활을 경험하고 나서 충격에 빠진다. 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그들만의 ‘리그’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알고 보니 아시아 재벌들 중에서도 최상위 계층에 속해 있었던 닉. 외부인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부를 소유했으며 비밀스러운 소수 가족 무리, 가 그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 설명할 때 하는 말이었다.


이제는 네가 모두의 표적이야. 니컬러스 영, 특히 가족의 외동아들이자 영 가의 유일한 손자인 닉이 싱가포르에 방문한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고위층을 뒤흔들었다. 단 한 번도 가족들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한 적 없는 그 니컬러스가, 여자친구를 데려온다는 이야기도 함께. 영 가문의 사람들은 경악한다. ‘가문도 모르는’ 낯선 여자를 데려온다며, 레이철을 ‘꽃뱀’으로 칭하기까지 한다. 사교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호기심과 무례함이 뒤섞인 시선을 받는 레이철. 과연 레이철은 모든 당혹스러움을 물리치고 ‘다른 세계’ 사람인 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기억하렴. 모든 보물에는 대가가 따른단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통해 내가 바라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서양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동양인의 편견, 그러니까 공부에만 미친 괴짜나 SAT 점수와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 재력, 그리고 학력에 집착한다고 여기는 그러한 점을 시원하게 없애주었으면 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일을 해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주인공이자 모두의 선망의 대상인 니컬러스 영은 그러한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부자’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말 하는 동양인, 궁금하지 않은가?


그만하세요, 엄마. 저는 엄마와 엄마 친구분들이 중국 본토 사람들을 향해 보이는 이 웃기지도 않은 우월감에 질렸어요. 우리 모두 중국인들이에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는 정말로 ‘미친 부자 아시안’들이 등장한다. 아, 그런데 기억해야 하는 게 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등장인물들 중 대다수는 부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우리는 무릎을 탁, 하고 치게 된다. “있는 사람들이 더 하다니까!” 고고한 듯 행동하지만 실은 서로의 재력을 자랑하고, 비교하고, 관련해서 가십거리를 만들어 퍼뜨리는 게 이들의 사교계 일상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이철도 깨닫게 되었듯, 이들은 그저 자본이 탄탄한 사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부러워할 정도도, 차마 상상조차 할 수도 없는 만큼의 막대한 부를 누리고 축적하는 그들의 삶은 말 그대로 픽션, 그러니까 소설 속이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나 현실적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닌 작가가 일명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상류 세계를 많이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그것을 녹여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곳의 부자들은 삶 자체가 돈을 벌고 쓰고 자랑하고 비교하고 숨기고 돈으로 남을 조종하고 돈 가지고 남의 인생을 망치는 게 일이잖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덮으면서, 레이철의 말에 저절로 동의하게 됐다. 돈은 많아도 쓰는 마음씨는 정말 고약하고, 이기적이라 레이철이 짧은 싱가포르 방문기에서 느꼈던 것처럼, ‘크레이지 리치’들이 가지고 있는 이상한 자존심과 경쟁에 신물이 났다. 대신, 나는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다. 부와 권력과는 하등 상관없이 위대한 어느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상속자들>이 생각났다. <상속자들>의 스케일이 몇 백 배로 커진 듯하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되었던 부자들의 세계를 조명함으로써 그들의 탐욕과 이기심을 드러내는 한편, 서양에서 주로 동양인을 바라볼 때 가지고 있던 편견을 없앨 수 있는 데 일조를 한 것 같아 뿌듯하다. 영화로 나오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또 어떤 모습일까? 기대될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최고의 이혼 1
모모세 시노부 지음, 추지나 옮김, 사카모토 유지 원작 / 박하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결혼 생활이란 말이죠, 매일 벌어지는 쇼, 평생에 걸친 쇼예요. 괴롭다, 아 괴롭다. 하마사키 미쓰오는 결혼 생활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날마다 괴로워하고, 아내에 대한 푸념을 주위 사람들에게 늘어놓곤 한다. 자신에 비해 꼼꼼하지 못하고 게으른데다 종종 무책임한 모습까지 보여주고, 더군다나 바꾸려는 태도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미쓰오의 불만이다. 사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건조한 결혼 생활을 하더라도 아내에게 ‘이혼’에 대해 이야기 꺼내지 않는다는 건 미쓰오가 그나마 가지고 있는 애정의 표시이다. 갑작스럽게 말하면 아내가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테니, 조금만 참고 살자고 스스로에게 타이른다. 그런데! 메구로 구청에 다녀왔어. 이혼신고서 제출했어. 뜻밖에도 아내가 이혼을 먼저 요구했다!


뭘 하는지 모르겠어. 목적도 없어. 끝도 없어. 그저 내몰리듯이, 누군가 재촉하듯이 이어질 뿐이야. 아카리는 미쓰오의 대학시절 애인이다. 오랜 시간이 흐른 이후, 우연히 이웃으로 재회했다. 그런데 그녀에게는 바람둥이 남편 료가 있었다. 책에 이름으로 명시되어 있는 상대만 세 명이고, 아카리는 과거의 여러 기억들로 인해 료의 바람기를 눈 감고 살아간다. 그런데 심지어 료는 혼인 신고서를 제출하겠다고 해 놓고서 제출조차 하지 않았다! 맙소사.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질 수는 없다고 말하는 료, 그리고 료의 바람기는 악의적인 것이 아니라고 대신 변명하는 아카리. 그런데 이 결혼 생활, 괜찮은 걸까? 


이렇게 복잡한 네 남녀의 만남과 헤어짐의 이야기를 다룬 <최고의 이혼>을 읽는 도중,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래도 될까, 이 책? 이래도 될까, 이 사람들? 하루아침에 이혼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거인’으로 집에 머물면서 전 아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마주해야 하는데, 뜻밖에도 이웃이자 전 애인이었던 사람과 그 상대의 비밀까지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눈을 감아주어야 할까?


다른 길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해요. 다른 사람이랑 다른 길을 걸었다면.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칠 때가 있지 않나요? <최고의 이혼>은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일이 현실이 되었을 때의 모습과 그 충격을 고스란히 그려냈다. ‘결혼 생활이 불행하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미쓰오 조차도 불행한 결혼 생활이 끝났지만 오히려 전 아내와 그 아내의 연하 애인을 바라보면서 분을 참지 못한다.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이 관계는,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정리될 수 있을까? 누구든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나 막연한 동경을 하기 마련인걸.


그랬군요. 그럼 그거네요. 유카 씨는 앞으로 행복해지는 과정에 있는 거죠. 그렇잖아요. 결혼도 이혼도 둘 다 목적은 행복해지기 위해서 하는 거 아닌가요? 작가는 이 대사를 통해 <최고의 이혼>을 통해 궁극적으로 독자들에게 말하고자 했던 것, 즉 결혼이든 이혼이든 모두 다 ‘행복’을 위해서라는 이 단순한 사실을 전달하는 데 성공한다. 독자들은 이미 그 사실을 깨달았지만, 주인공들이 깨달아가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제법 괜찮다. 더 기대되는 것은 <최고의 이혼>이 차태현과 배두나 주연으로 10월 8일에 드라마 방영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드라마 <최고의 이혼>, 그리고 도서 <최고의 이혼> 두 번째 이야기까지 모두 다 기대되는 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