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2 세트 - 전2권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뉴욕 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 레이철은 같은 대학의 교수인 닉과 교제한 지 꽤 되었다. 태생은 중국이지만 아주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이민을 온 레이철, 싱가포르에서 태어났다지만 영국에서 인생의 대부분을 보낸 닉. 두 사람은 누가 봐도 아름다운 커플이었고, 서로에 대한 믿음은 매우 견고했다. 하지만 레이철에게, 닉은 뜻밖에도 무언가를 암시하는 듯한 제안을 한다. 그는 고향으로 장거리 여행에 그녀를 초대했다. 더군다나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함께 참석하자고 한다. 이것이 정말 그녀가 짐작하고 있는 바를 암시하는 것일까?


이곳은 아시아야. 첫인상을 전부 믿을 수는 없어. 이곳에서는 가장 부유한 사람들도 튀지 않으려고 노력해. 대부분의 경우, 넌 네가 억만장자 옆에 서 있어도 그걸 전혀 모를 거야. 아시아 방문이 처음이었던 레이철. 닉의 고국 싱가포르에서 만난 대학시절의 친구의 말이 암시였던 것일까? 그렇다, 레이철의 바로 옆에 있는 닉은 진정한 억만장자였고, 그의 가족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마어마한 부를, 보통 사람들은 상상할 수조차 없을 만큼의 부를. 


나도 이 사람들이 누군지는 전혀 모르겠어. 그런데 한 가지는 확실해. 이 사람들은 신보다도 부자야. 그저 남자친구의 가장 친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함께 싱가포르로 갔던 레이철은, 예상과 다르게 남자친구의 가족들을 만나고, 그들의 어마어마한 부와 생활을 경험하고 나서 충격에 빠진다. 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을, 그들만의 ‘리그’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알고 보니 아시아 재벌들 중에서도 최상위 계층에 속해 있었던 닉. 외부인들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고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부를 소유했으며 비밀스러운 소수 가족 무리, 가 그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에 대해 설명할 때 하는 말이었다.


이제는 네가 모두의 표적이야. 니컬러스 영, 특히 가족의 외동아들이자 영 가의 유일한 손자인 닉이 싱가포르에 방문한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고위층을 뒤흔들었다. 단 한 번도 가족들에게 여자친구를 소개한 적 없는 그 니컬러스가, 여자친구를 데려온다는 이야기도 함께. 영 가문의 사람들은 경악한다. ‘가문도 모르는’ 낯선 여자를 데려온다며, 레이철을 ‘꽃뱀’으로 칭하기까지 한다. 사교계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호기심과 무례함이 뒤섞인 시선을 받는 레이철. 과연 레이철은 모든 당혹스러움을 물리치고 ‘다른 세계’ 사람인 닉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기억하렴. 모든 보물에는 대가가 따른단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통해 내가 바라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서양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동양인의 편견, 그러니까 공부에만 미친 괴짜나 SAT 점수와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 재력, 그리고 학력에 집착한다고 여기는 그러한 점을 시원하게 없애주었으면 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일을 해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주인공이자 모두의 선망의 대상인 니컬러스 영은 그러한 부류의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부자’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이 말 하는 동양인, 궁금하지 않은가?


그만하세요, 엄마. 저는 엄마와 엄마 친구분들이 중국 본토 사람들을 향해 보이는 이 웃기지도 않은 우월감에 질렸어요. 우리 모두 중국인들이에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에는 정말로 ‘미친 부자 아시안’들이 등장한다. 아, 그런데 기억해야 하는 게 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등장인물들 중 대다수는 부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우리는 무릎을 탁, 하고 치게 된다. “있는 사람들이 더 하다니까!” 고고한 듯 행동하지만 실은 서로의 재력을 자랑하고, 비교하고, 관련해서 가십거리를 만들어 퍼뜨리는 게 이들의 사교계 일상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레이철도 깨닫게 되었듯, 이들은 그저 자본이 탄탄한 사람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부러워할 정도도, 차마 상상조차 할 수도 없는 만큼의 막대한 부를 누리고 축적하는 그들의 삶은 말 그대로 픽션, 그러니까 소설 속이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너무나 현실적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닌 작가가 일명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상류 세계를 많이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그것을 녹여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이곳의 부자들은 삶 자체가 돈을 벌고 쓰고 자랑하고 비교하고 숨기고 돈으로 남을 조종하고 돈 가지고 남의 인생을 망치는 게 일이잖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덮으면서, 레이철의 말에 저절로 동의하게 됐다. 돈은 많아도 쓰는 마음씨는 정말 고약하고, 이기적이라 레이철이 짧은 싱가포르 방문기에서 느꼈던 것처럼, ‘크레이지 리치’들이 가지고 있는 이상한 자존심과 경쟁에 신물이 났다. 대신, 나는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다. 부와 권력과는 하등 상관없이 위대한 어느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상속자들>이 생각났다. <상속자들>의 스케일이 몇 백 배로 커진 듯하지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되었던 부자들의 세계를 조명함으로써 그들의 탐욕과 이기심을 드러내는 한편, 서양에서 주로 동양인을 바라볼 때 가지고 있던 편견을 없앨 수 있는 데 일조를 한 것 같아 뿌듯하다. 영화로 나오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은 또 어떤 모습일까? 기대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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