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문자답 : 나의 일 년 - 질문에 답하며 기록하는 지난 일 년, 다가올 일 년
홍성향 지음 / 인디고(글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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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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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2월이다.
2018년도 다 지나갔다.
새해가 다가온다는 사실은
해를 거듭할수록 행복보다는 두려움이,
반가움보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일기를 매일 쓰겠다는 결심은 매년 새롭게 한다.
늘 그렇듯, 예쁜 다이어리부터 장만하고,
1월부터 2월까지는 그럭저럭 쓰다가
그 이후부터는 깔끔한 것이 올해,
그리고 그 전년, 그리고 그 전년도의 일기장 상태다.

그만큼 '기록'의 중요성을 체감하고는 있지만
전혀 실천하고 있지 못하는 나에게
덜컥 숙제가 주어졌다.
<나의 일 년>.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면서
나에게 자랑스러웠던 것,
아쉬웠던 것, 만족스러웠던 것을
하나씩 적어보라는 게 참 당황스러웠다.

어제 일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에게,
일기 하나 꼬박꼬박 쓰지 못하는 나에게
'나 자신을 알아가는' 질문들은 당혹 그 자체였다.

/
수고했어, 올해도.
잘 될 거야, 내년에도.

사실 이 말이 듣고 싶었다.
만족스럽지 못한 올해였고,
부족함이 많았던 올해였고,
죄책감 없는 마음으로 새해를 바라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충분히 수고했고 잘 했다는 말이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니었을까?

<나의 일 년>의 답을 하나씩 채워가면서
진정한 '나'를 만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스스로 정의내리기 힘들었던 순간들을,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 그때의 심정을 
기억하려고 애쓰면서 2018년을 제법 정리했다.

생각이 정리되면 정리될 수록,
빼곡하게 <나의 일 년>이 채워지지 않을까,
그렇게 기대하게 된다.

/
나답게, 나다운,
나같은 순간들로 꽉 채운
자문자답 에세이 <나의 일 년>.

12월을 맞이하게 된 만큼,
올해의 끝은 <나의 일 년>으로
2018년의 끝과 2019년의 시작을
아름답게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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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행복할 거야
정켈 지음 / 팩토리나인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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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넘어지는 일이 있어도
나는 행복할 거야.
마음 아픈 일이 있어도
나는 행복할 거야.
외로이 동떨어지는 일이 있어도
나는, 오늘을 행복하게 살아갈 거야.

꼭 행복하기 위해서 악을 쓰는 것만 같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행복하겠다고 말하는
<나는 오늘 행복할 거야>를 읽으면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만화영화 속 '캔디'를 떠올렸다.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울겠다면서 눈물짓는 캔디를.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글과 그림 속에서 나를 발견했다.
내가 느꼈던 기분, 그때의 상황,
그 느낌 그대로.

/
나는 그냥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정켈의 <나는 오늘 행복할 거야>의 이야기는,
결국, 나의 행복과 당신의 행복을 바라는 것,
서로를 응원하면서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그리고 이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도록 만들기도 한다.

나도 한때 그런 감정을 겪었고,
굴곡진 삶을 살았고,
그건 무척 정상적인 거니까
다급해하지 말라고.

너는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니까.

/
네 목소리를 줄이지 마.
너의 이야기를 할 때
네 목소리가 가장 강하고 아름다워.

내게는 정켈의 목소리가 그랬다.
자신만의 그림체로,
자신만의 글로 자기 이야기를 말하는
정켈 작가의 목소리는 강하고 아름다웠다.

힘든 일도 있고, 속상한 일도 있었겠지만
결국 행복해지기로 결심한 정켈 작가와
그 순간들의 변화를 포착해낸
<나는 오늘 행복할 거야>를 만나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어떤 책보다 가장 크게,
그 어떤 목소리보다 가장 강하고 아름답게 들렸던
<나는 오늘 행복할 거야>.

행복해지고 싶은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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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도 서점 이야기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지음, 류순미 옮김 / 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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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은 사금을 캐는 일과 닮았다고. 책을 사랑하고, 서점을 사랑하며, 자신이 하는 일에 사명감을 느끼는 한 청년이 있다. 이름은 잇세이. 오래된 백화점 안에 자리 잡은 긴가도 서점에서 10년째 근무하고 있는 서점 직원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숨은 명작을 찾아내는 ‘보물 찾기 대마왕’이기도 하다. 이렇듯 자신이 사랑하는 책과 좋은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던 잇세이에게 두 가지 일이 생긴다. 하나는, 그가 가끔씩 ‘본능적으로’ 잘 될 것 같다고 예상되는 아주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것.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서점에서 줄곧 책을 훔쳐 왔던 한 소년을 붙잡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소년이 도망가다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잇세이의 눈앞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소년은 달리는 승용차에 치이고 말았다.



그리운 이들의 표정이 어렴풋이 떠오르면서 서점 안에 있던 책과 잉크 냄새가 코끝에서 되살아났다. 모든 게 그리웠다. 하지만 자신은 더 이상 그곳에 돌아갈 수 없다. 자신이 사랑한 백화점과 서점, 그리고 동료 직원들을 지키기 위해 사표를 낸 잇세이. ‘책이 사람보다 중요하냐’며 자신을 비난하는 모진 말들에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도둑질을 한 소년을 잡으려다 발목을 심하게 삐어 몸에도 상처를 입은 채 그만 주저앉은 잇세이. 살아가는 일을 포기하지 마, 행복해지는 것도. 희망을 가져. 꿈과 동경을 잊어서는 안 돼. 일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자신을 믿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의 말에 힘입어 다시금 일어난 그는, 평소 가보고 싶었던 사쿠라노마치라는 마을을 향해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난 꿈만 같은 서점, 오후노. 잇세이는 그곳에서 뜻밖의 부탁을 받게 된다. 자네 손으로 우리 오후도를 살려낼 수는 없을까요?



오후도에서 그 재능을 발휘해보지 않겠어요? 어린 시절에 막연히 가지게 된 죄책감 때문에 스스로 행복해지기를 거부해온 잇세이의 삶은 점점 쇠퇴하고 있는 작은 마을 사쿠라노마치의 단 하나뿐인, 마치 동화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서점 오후노를 만나면서 완전히 달라진다. ‘보물 찾기 대마왕’답게 잇세이가 긴가도 서점에서 사표를 내기 전에 발견한 보물 같은 책 <4월의 물고기>를 잇세이 대신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는 서점 직원들의 이야기까지 얽히고설켜 완성된 <오후도 서점 이야기>. 이 책은, 서점을 되살리기 위한, 책을 되살리기 위한 사람들의 피와 땀과 눈물로 쓰였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이 서점을, 오후도 서점을 꼭 되살릴 테니까. 이 말은 비단 오후도 서점을 살리려 하는 잇세이뿐 아니라, 쇠락해가는 긴가도 서점을 부흥시키기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할 서점 직원들의 말이기도 할 테니.



누군가의 소중한 안식처는 지켜야 하는 거야. 지킬 수 있을 때 말이야. 최근 출판업계는 불황이고, 책은 가면 갈수록 사람들의 손길과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다. 대형서점을 제외하고는 살아남기 힘든 것이 현실. 그런 현실 속에서 서점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 책으로 치유받는 사람들의 이야기 <오후도 서점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고 또 감사한지 모른다. 잇세이에게도, 그리고 또 나에게도 소중한 안식처가 되어 준 ‘서점’ 그리고 ‘책’.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오후도 서점 이야기>를 보고 따뜻한 미소를 짓게 될 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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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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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무엇을 찾아내리라고 기대했을까? 분명한 것은- 그러니까 내가 짐작할 수 있는 그들의 유일한 침입 이유는- 그들이 우리 신문에 관한 무언가를 찾고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인 <제0호>는 콜론나가 잠자고 있는 사이에 누군가가 그의 집에 침입하면서 시작된다. 무솔리니, 그리고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알려지지 않은 비밀을 취재하고 있던 동료 기사가 갑작스레 시신으로 발견되고,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지자,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콜론나는 자신의 목숨이 위험해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의와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 신문, 그리고 음모론을 믿는 기자의 이야기를 담은 <제0호>.


나는 의심해. 언제나 의심하면서 살아. 콜론나는 나이 마흔이 다 되도록 마땅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 않다. 아니, 굳이 ‘직업’이라고 부를 만한 게 있으면 작가 정도가 되겠다. 이렇듯 사회적으로는 실패한 글쟁이인 콜론나는, 대필을 하거나 독일어 번역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냥, 그렇게. 그런데 뜻밖에도 한 사람이 찾아와서 어떤 직업을 제안한다. 친애하는 콜론나. 당신은 글을 쓰고 사라지는 거예요. 당신은 프랑스 말로 <네그르>라 불리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나는 신문이 창간되지 않으리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우리 기자들은 그런 사실을 몰라야 합니다. 상대방이 ‘절대 창간되지 않을’ 신문 편집자로 근무할 때, 그들에게 있었던 모든 사건들을 기록해서 대책을 세우려는 그의 뜻에 따라, 제0호를 발행하기 위해 힘쓰는 기자들과 합류하게 된 콜론나. 그런데 그들의 신문 제0호는 매우 특별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이야기되지 않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아무리 폭탄을 던진 적이 없다 해도, 우리는 마치 그런 일이 일어난 것처럼 제0호를 만들 수 있어요. 뉴스들이 신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신문이 뉴스들을 만드는 것입니다. 정의와 진실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절대 창간되지 않을’ 신문 제0호. 움베르토 에코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이었을까?


저널리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제0호>. 보통의 소설은 대개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애쓰는 기자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움베르토 에코는 오히려 그 반대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신문사의 잘 알려지지 않은 단면과 미스터리, 그리고 음모론을 도입하면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들어낸다. 부패한 저널리즘과 정부,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을 비웃는 <제0호>, 그리고 그 속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자는 300여 페이지 되는 책을 순식간에 읽도록 만들었다. 이 시대 최고의 지성이라고 불렸다는 움베르토 에코의 진가는 이곳에서도 발현된다.


이제 가짜 뉴스는 너무나도 흔한 존재가 되었고,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옳고 그른 정보를 찾느라 오히려 시간을 더 보내는 것은 당연시하게 되었다. 하지만 <제0호>처럼 이러한 판국을 풍자하는 소설을 통해 그 위험성과 언론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더 느끼면서, 부패한 언론과 부패한 정부의 결과를 소설 속으로나마 접하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알고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이 시작이니까. 세계는 하나의 악몽이야라고 말할 정도로 심각했던 과거의 이탈리아를 되돌아보며, 그래도 지금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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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 예민한 게 아니라 섬세한 나를 위한 심리 수업
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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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진짜 자신이 있으면
남들이 뭐라 생각하든 신경 쓰지 않아요.
자신이 없으니 남의 시선에
신경이 쓰이는 것이죠.

'내 이야기를 하는 걸까?'
초반부터 뜨끔했다.
꼭 나를 보고 하는 이야기 같아서.

간혹가다 신경이 쓰이는 일이 있으면
그것에 대해 곧바로 이야기를 하는 편이다.
거기까지는 좋은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다.

'괜히 이야기 한 건 아닐까?'
'나를 예민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는 않을까?'
'말실수를 한 건 아닐까?'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롭다고 하지만,
결국은 자유롭지 못한 나, 그리고 당신.
우리를 위한 책 <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

/
자신의 진짜 가치를 아는 것이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긍심이나 자부심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사실 나는 '가치'라는 개념 자체가
혼자 있을 때 성립된다기 보다는
다수의 사람의 의견을 통해 만들어지는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내 진짜 가치를 아는 것이
자긍심과 자부심으로 이어진다는 데 놀랐다.

정말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
그 중요한 걸 오늘도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
자신의 진정한 가치는
외부에서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를 읽는 내내
전세계를 강타한 방탄소년단의 
Love Yourself 프로젝트가 생각났다.

나의 진정한 가치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판단하는 거라고.

평가란 일시적이고 주관적인 거라고.

/
남의 시선에 신경 쓰는 마음에서 벗어나면
시야가 넓어져요.

이상한 일이다.
<오늘도 남의 눈치를 보았습니다>를 덮자마자
뭔가 시야가 넓어진 것 같은 느낌,
남의 시선에서 좀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 든다!

착각이라고 해도 좋다.
벌써부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남의 시선에서 자유로이 사랑하기로 결심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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